리뷰

복권 당첨과 불필요한 욕망, 그리고 파멸 "파국으로 치닫다"

오지상 | 2016-09-09 06:28

 

 

 

견물생심(見物生心),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대상이 바로 눈앞에 있으면 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욕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우리가 범할 수 있는 금기의 수위도 높아진다.

 

‘파국으로 치닫다’ 는 숨겨져 있던 욕망들이 하나의 계기로 폭발하며 그럭저럭 유지되는 듯하던 미묘한 관계가, 제목 그대로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성인 등급의 웹툰인 만큼 과감한 성관계 묘사와 유혈이 낭자하는 폭력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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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상태’ 는 시나리오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으로, 애당초 작가와 지망생의 경계는 다소 모호하기도 하고, 어느 쪽이든 경제적으로 매우 무능력하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생긴 게 미남형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일편단심(一片丹心)에 상당한 미인, 게다가 커다란 (본인 소유의!)저택까지 있는 ‘유미’ 와 어찌어찌 결혼하여 같이 살고 있다. 유미는 대부업 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상당한 고소득자다.

 

둘의 부부관계는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사실은 위태로운 상태인데, 상태는 유미에게 이미 이성으로서의 흥미를 잃은 지 오래이다. 처음부터 유미의 재산을 - 정확히는 그녀의 ‘집’ - 보고 결혼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반면에 유미는 연애할 때나 결혼한 이후에나 순애보로 상태의 경제사회적 무능에도 아랑곳 않고 그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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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유미, 상태가 부부가 산 복권이 50억 규모에 당첨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저 유미를 입단속하려던 상태는, 유미가 없을 때 우연히 제인과 가진 술자리에서 그의 무능력을 비웃던 제인에게 발끈하면서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제인에게 알리고 그녀를 유혹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 유미를 살해하고 당첨금을 독차지, 제인과 결혼하려는 계획까지 세우게 된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인물들의 행동의 특징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역시 ‘미숙함’ 이다. 그들은 물론 잔인하고 탐욕스럽지만, 동시에 예외 없이 미숙하기 그지없다. 살인을 공모하고, 시도하고, 시체 유기, 돈을 쫓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허접하기 짝이 없는 수준을 보면 환경이 그나마 따라주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경찰에 체포되어 콩밥을 먹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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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나 ‘데스노트’ 같은 치열한 두뇌싸움을 기대했다면, 유감스럽게도 ‘파국으로 치닫다’ 는 그런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 또한 당연한 게, 이 만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저 평범한 현대 시민일 뿐이며, 갑자기 찾아온 커다란 행운에 취해 각자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폭력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을 뿐이다. 성급하며 허술하기까지 한 그들의 행동은 폭력의 현실성과, 정도를 더해가는 인물들의 광기를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킨다.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의 잔인하고 원시적인 폭력이 난무하는데 가운데, 선악의 구분은 지극히 모호하다. 까놓고 말해 이 많은 년놈들 중에 착한 놈, 착한 년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다. 아무 상관없는 무고한 제3자들까지, 목적에 거슬리면 죽이거나 해치우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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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이라는 돈의 액수가 너무 크고, 그 이전에 평화로웠던 관계조차도 단지 표면적이었을 뿐 그 이면은 썩어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딱히 누군가를 응원할 여지도 없는, 그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잔인한 싸움들, 선택은 갈수록 극단적으로 변질되고, 어리숙한 폭력은 그러나 충분히 파괴적이다.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고 파국은 점차 다가온다. ‘파국으로 치닫다’ 는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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