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웨스트우드 비브라토 - 슬픔의 대륙, 사연을 들어주는 악기 수리공

지나가던사람 | 2016-09-08 07:34

 

 

 

음악은,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는 많은 사연과 한(恨)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코넬리아‘는 그런 악기를 수리하는 악기 수리공이다. 그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해변가에 멋진 공방을 짓고 살고 있는데, 명성이 아주 높아 직접 찾아오는 이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소포를 통해 수리를 의뢰하는 악기들이 날아올 정도이다.

 

코넬리아는 특이한 취향이 하나 있는데, 그녀는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크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고객들에게 특히나 악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아프리카 출신의 아름다운 여성인 코넬리아는 악기를 수리하는 데 헌신적이고, 어지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으며, 어떤 괴롭고 슬픈 이야기라도 가만히 들어주는 훌륭한 청자(淸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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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웨스트우드 비브라토’ 는 총 3부작으로, 이중에서 1,2부는 코넬리아가 악기를 고치는 과정에서 듣게 되는 사연을 담담하게 풀어놓거나, 가끔씩은 직접 개입하여 사건에 얽히기도 하는 과정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분량은 상당히 짧은 편이다. 횟수로도 1,2화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회당 분량도 그리 길지 않다.

 

적은 분량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그것으로 독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어떤 이야기든 간에 독자들이 ‘이해’ 를 넘어 ‘감성’ 을 움직이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중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짧은 분량은 필연적으로 밀도가 높으면서도 전체적인 배경을 조망할 수 있는 양립하기 힘든 완성도를 요구한다.

 

웨스트우드 비브라토는 중견 작가의 노련함에 힘입어 적은 분량에도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여러 개의 단편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옴니버스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감성과 섬세한 전개는 독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충만한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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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에 접어들면서 1,2부에 걸쳐 암시되었던 주인공 ‘코넬리아’ 와 그 주변인들의 고통이 드러난다. 아프리카라는 생소한 배경과 악기 수리공이라는 낯선 주인공의 직업은 그저 겉멋 치레가 아니었던 셈이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영국 외교관 캐릭터가 상기시키듯 아프리카 대륙은 거의 예외 없이 불안정한 공간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아프리카에서 살아가고 있는 코넬리아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녀는 어렸을 적에 한 쪽 다리를 잃었다. 내전에서 - 아마 ‘앙골라’ 로 추정되는 -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무기를 고쳤고 그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간신히 슬픔을 지우고 악기 수리공으로서 살아가고 있을 쯤 나름의 아픔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 의해 과거가 밝혀지고 코넬리아는 훌쩍 집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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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 세워진 위태로운 성이라고 할까. 만화가 선택한 배경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이다. 코넬리아는 타고난 재능 덕분에 잠시 동안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녀 내면에 숨어있는, 치료되지 못한 아픔은 그녀가 누려온 평화가 사상누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 이전에, 코넬리아가 지내고 있는 공간에서 몇 발자국만 밖으로 걸어 나가도, 그곳은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의 세계이다. 본문의 표현을 일부 인용하자면, 코넬리아 또한 ‘아프리카의 딸’이기 때문에 결국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다시 익숙한 세계로 돌아왔을 때 코넬리아는 많이 성숙해져 있다. 그녀의 재능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손길과, 잔인한 폭력, 그리고 그녀를 망가뜨린 과거의 어둠과 마주했을 때도, 자신이 얘기했던 것처럼 누구를 미워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보고 세상을 향해 목 놓아 소리칠 뿐이다. 의족을 딛고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코넬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강인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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