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숙집 도로시 - 모험을 하고 싶은 두 명의 소녀

지나가던사람 | 2016-09-20 05:58

 

 

 

초반 전개의 완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작품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는 작가도 이야기의 흐름에 감이 잡히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기 마련이지만, 초반에는 작가나 독자나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에 혼란을 느끼기 쉽고, 지나치게 늘어지거나 너무 많은 내용들을 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웹툰 ‘하숙집 도로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시작하는 1, 2화에 너무 많은 내용들을 담으려고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작가 또한 인정한 부분인데, 다소 유치해 보이는 배경과 인물들, 그리고 급전개에 놓아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운 작품이다. 연재가 쌓일수록 몰라보게 재밌어 지는 작품이니, 처음 읽는 독자들은 물론이고, 초반에 포기했던 독자들도 다시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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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도로시와 일행들이 ‘한별’의 집에 갑자기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모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어야 했을 도로시는 무슨 영문인지 일행들까지 다 같이 전혀 다른 세계인 지구로 와버린 것이다. 그들이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현실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동화’와 ‘현실’이 합쳐지며 판타지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상한 존재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사소한 축에 속한다. 한별의 기억을 제외하고는 모든 동화가 말 그대로 ‘사라져’ 버렸는데, 책들이 백지로 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말끔히 지워진 것이다. 게다가 ‘마녀’라는 초월적인 힘을 가진 악한들이 나타나 행패를 부리고 다닌다.

 

도로시와 일행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별의 도움을 받아 마녀를 해치우고, 동화 속 인물들과 섞인 현실 사람들의 사연을 해결함으로써 동화를 ‘복원’하기 시작한다.

 

웹툰은 몇 개의 옴니버스 형식의 에피소드와 그런 에피소드가 엮이면서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이루는 전통적인 작법을 따르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초반에 중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소 작위적으로 보였던 설정은 대부분 복선으로 밝혀지고, 전형적으로 느껴졌던 인물들 또한 회를 거듭할수록 매력을 더한다. 옴니버스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독특하지 않지만 모범적으로 잘 짜인 탄탄한 구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보편적인 감정에 효과적으로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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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것들을 언급할 수 있는 웹툰이지만, 눈에 밟히는 여러 미숙한 점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하숙집 도로시’를 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확고한 장점 덕분이 아닌가 싶다. 작가가 의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 아마 의도했을 것이다 - 재밌게도 작중에서 한별이 많고 많은 동화 중에서 ‘오즈의 도로시’를 좋아한 이유와 ‘하숙집 도로시’의 매력은 정확히 일치한다. 그 매력이란 다름 아닌 ‘모험’의 설렘이다. 정확히는, 좋아하는 이들과 언제까지고 함께할 수 있는 모험의 재미이다.

 

마녀를 때려잡고, 가끔은 마녀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사정을 들어주고, 해결하고, 그렇게 동화를 완성하는 과정은, 앞서 언급했듯 그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대단한 완성도를 자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름대로 긴장감 있는 전투와 위기를 거치며 평범했던 소녀 ‘한별’과, 금발 전투소녀 ‘도로시’, 정장 차림의 말쑥하게 잘생긴 장발의 ‘허수아비’, 눈 아래로 인상적인 흉터가 새겨진 ‘양철 나무꾼’, 말을 못하는지 안 하는지 으르렁거리는 그러면서도 일행들을 잘 따라는 짐승소녀 ‘사자’까지, 이들이 하나의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새로운 인연을 사귀고, 친해지며, 정신적으로 교감하며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독자들 또한 마녀를 무찌르고 안정을 지키는 ‘목적’이 아니라, 모험이라는 ‘수단’ 그 자체에 애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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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모험의 진정한 재미가 바로 이 지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친해지고, 사랑하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그런 재미 말이다. 그렇다면 모험 그 자체를 즐기는 것 또한 문제는 아니리라. 작중 인물들 또한 마찬가지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들은 나중에 마녀를 없애는 것을 망설일 정도로 서로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우정이든 사랑이든 관계에 있어 많은 진전을 이룬다. 이 흥미진진한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들도 ‘하숙집 도로시’라는 작품을, 한별과 양철 나무꾼, 도로시와 허수아비의 관계, 그리고 다른 많은 인물들의 해피엔딩을 기원하게 된다. 만화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원하는 것도, 종족도, 성격도 모두 달랐던 동화 속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 그리고 도로시까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그들이 함께 모험을, 마녀를 해치우고, 오즈에 평화를 안겨준 다음에도, 동료로서 모험을 떠나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 그런 친구들이 가지고 싶었다는 한별의 바람과, 또 그런 친구들과 이별하고 싶지 않다는 투정까지, 사람을 갈구했던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뒤늦게 동화와 뒤섞인 세계의 진실이 밝혀지고, 목적과 수단은 처음부터 뒤집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한별이네 하숙집에 머무르고 있는 인물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돌이킬 수 없는 희생과, 모험, 혹은 모험으로 위장한 인연 사이에서 직면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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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지기 싫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감정에 의해 잠깐 비틀렸던 세계는, 물론 다른 대부분의 만화에서처럼 정상으로 돌아온다.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었지만, 비록 헤어지더라도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숙집 도로시’에서 도로시와 한별, 그리고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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