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데들리 키스 - 키스를 받으면 누구나 원빈과 김태희가 될 수 있다!

박성원 | 2016-09-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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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좀비가 등장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좀비는 아닙니다. 좀비의 범주를 조금 더 넓게 확장하자면, 대충은 정의에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성이 없고,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실상의 걸어 다니는 산송장이며, 다른 살아있는 인간과의 접촉을 통해 그들을 ‘전염’ 시킵니다.

 

이 좀비는 괴성을 지르며 침을 토하고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일반적인 좀비에 비해서, 심미적으로는 훨씬 바람직하지만, 대신에 훨씬 더 치명적입니다. 이 독특한 좀비는 작중에서 ‘후광인(後光人)’이라고 불리는데, 왜냐하면 뒤에서 빛이 날 정도로 멋있고, 예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좀비가 되면 평범하거나 못 생겼던 사람들도 의느님의 손길을 받은 마냥 선남선녀로 변합니다. 후광인과 키스하면 사람들 또한 후광인으로 변하며(그래서 제목이 ‘데들리 키스’입니다), 그들이 채취는 ‘키스’를 향한 강한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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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사실상의 바이러스에, 후광인으로 변질되는 조건 역시 간단하기 그지없습니다. 여타 매체의 좀비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건, 안보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재앙과 같은 존재인데, 자연히 남한의 행정부는 순식간에 붕괴됩니다. 구조대는 바랄 수 없습니다. 후광인에게 둘러싸인 채로 일행을 하나둘 죽이고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는 순간, 옆으로 군대가 지나가는 시추에이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말도 못하고 생각도 없는 후광인들만 득실거리는 만화는 만화로서 기능할 수 없으니,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극소수의 주인공과 인물들은 무쌍난무를 찍으며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이동합니다. 초반의 목표는 대체로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족, 지인의 생사를 확인하고, 함께하기 위함인데, 실제로 서울에서 좀비물 실사판을 찍는다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렇게 행동할 테니, 무리한 설정은 아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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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코드는 소위 말하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사회적 풍자는 나름대로 적절한 타이밍에 삽입되어 나름대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약간 무리한 감이 있는 듯합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 외에 작가는 인터넷 유행과 용어에 매우 익숙한 듯 전혀 예상치 못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순간에 각종 패러디와 유머를 쏟아냅니다. 유머 감각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평자는 쉬지 않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는 경험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렇듯 작품 전체에 유머가 넘쳐나지만, 블랙 코미디의 본분을 잊지는 않습니다. 가장 심대한 위협인 좀비에 대한 설정부터가 그러하지만, 그 유머 감각 위에는 살벌하고 잔인한 현실, 혹은 공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양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은빈’과 ‘한나’가 처한 극한의 상황에서부터, 비록 좀비가 미적으로 훌륭하고 다소 코믹한 그림체로 묘사될지언정 치명적인 위협이 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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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드립과 패러디가 난무하는 가운데, 상황 파악 못하는 동료가 생뚱맞게 열폭하며 주인공을 죽음으로 내몰고, 머리 뒤에서 빛이 번쩍이는 선남선녀와 입을 맞추는 순간 얼굴과 몸이 뒤틀리며 자연 성형(?)이 이루어지며, 험비로 경찰을 걸레짝처럼 밀어버리고, 영웅 심리에 취한 미친 군인이 소총으로 민간인들을 쏴죽이고 거리를 활보합니다. 이 두 가지 특징은 - 블랙 코미디와 호러 - 엄격한 구분 없이 모호하게 섞인 채로 쉴 틈 없이 독자들을 몰아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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