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하고 아름다운 만남의 시작 <블랙 윈터>
기묘하고 아름다운 만남의 시작 <블랙 윈터>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체와 유려한 스토리로 호평받던 <초상화>의 작가, 정이나가 돌아왔다. 18세기 유럽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려냈던 작가의 전작과 달리 <블랙 윈터>는 일부 변형된 설정이 가미된 가상의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둔 작품이다. 작가의 전작과 프롤로그만을 읽었을 때는 이전과 같은 유럽풍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오해는 1화를 읽는 순간 사라진다.
작중 배경은 한글을 쓰고 양인과 교역이 활발한 설정의 조선의 어느 마을로, 마을 안에 커다란 무당집이 있는 것은 물론 복식이나 머리 모양 역시 정통 사극보다는 퓨전사극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철저히 고증을 지킨 정통 사극과는 다른 퓨전 사극만의 볼거리가 가득한 웹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 특유의 화려하고 섬세한 배경과 인물묘사는 읽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보는 즐거움만이 <블랙 윈터>의 전부는 아니다. 아직 극 초반이긴 하나 등장인물들의 매력 역시 독특하다. 어른들에게 사랑받고 자라 마냥 밝기만 한 것 처럼 보이는 주인공 해사는 사실 부모님을 여의고 외삼촌 가족에게 얹혀살고 있는 처지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악덕한 외삼촌 일가는 해사를 학대하고, 집안에서 해사를 보살펴주는 것은 외할머니뿐이다. 외할머니가 아무리 챙겨준다 한들 수적 열세로 늘 추운 겨울에도 늦은 시간까지 약초를 캐고 입을 옷이 없어 키크는 것이 두려운 해사. 이렇게만 보면 흔한 캔디형 주인공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해사는 받은 말을 되갚을 줄도 알고, 주위의 사랑에 보답할 줄도 아는 당찬 아이이다.
해사의 친구들 역시 재미난 매력을 뽐낸다. 병조판서 집안의 장남인 무호와 그의 동생 무하. 평민이지만 부유한 집안의 자제인 화예. 해사를 포함한 넷은 소꿉친구이며, 이들에겐 나이와 신분의 차이가 있지만 어린 나이이기 때문일까?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고 서로를 챙겨주는(조금의 사심은 어쩔 수 없지만!) 사이 좋은 친구들이다.
마지막으로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프롤로그의 신비로운 그 남자 유안까지.
카카오페이지의 작품 소개를 보면 이 친구들의 일상에 어떤 일일 일어날 지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솟아난다. 과연 그들은 언 땅에 묻힌 씨앗처럼 차가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날,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아름다운 로맨스 판타지 <블랙 윈터>. 현재 카카오 페이지와 다음 웹툰 두 곳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