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 우연의 일치, 그리고 운명
누구에게나 우연은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우연. 그것이 겹쳐서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는 사실, 그것은 인연의 실타래를 자아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인기 작가 <이돌>. 독서가 더 이상 취미가 아니게 된 세상 속에서 그의 책은 이례적일 정도로 판매되고 있었으며 그 탓에 그는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더군다나 남들 앞에 나서지 않는 은밀한 면은 더욱 그에 대한 궁금증을 부각시켰고, 그런 신비주의는 사람들을 설레게 했다. 길거리의 사람들 중 한 명씩은 꼭 읽고 있는 그의 책. 그의 책, 그리고 그 주변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얽혀 있다.
첫 번째. 그는 바로 그가 소속된 출판사의 직원이다. <우진>은 회사 사장의 오더에 따라 <이돌>을 데리러 갈 미팅 장소로 향한다.
두 번째. 그는 소설 ‘로망’을 쓴 작가, <이돌>이다. 신비주의 작가의 비밀스러운 그. 하지만 정작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히키코모리처럼 어두운 방에 앉아 모니터 화면을 조명삼은 채 있을 뿐이다.
세 번째. 그는 ‘로망’을 세상 밖으로 내보낸 출판사의 사장이다. 그는 단순하고 즉흥적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만나게 할 인연, 즉 탈래의 구성을 짜도록 예상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에 악의, 혹은 죄책감은 없었다는 것. 그것이 그의 특별한 점이다.
미팅을 위한 자리. 그것이 그들을 하나로 얽어매는 굴레였다면 그들의 우연, 그것은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하늘로 치솟은 운동화와 깨어진 안경.
대작 작가를 대작 작가의 출판사가 교통사고로 치게 되었다는 첫 등장의 부분은 우리에게 상당히 큰 임팩트를 안겨주는 것과 동시에 이다음의 스토리를 짐작할 수 없도록 만든다. 스토리 만화의 문제점 중 하나라면 바로 다음 편의 스토리를 짐작하게 만드는 뻔한 것이 있으면 좋지 않다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이 이야기는 당최 그 다음을 짐작할 수가 없다. 어느 하나 우연 아닌 것으로 엉키지 않은, 아는 사람. 그러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악연(惡緣)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