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덤덤해서 더 오싹한 좀비물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

심지하 | 2019-12-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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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해서 더 오싹한 좀비물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



<아 지갑놓고 나왔다>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미역의 효능>작가의 신작 웹툰,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 


닭!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전원생활.

고기가 되지 않기 위한 인간들의 신박한 생존경쟁.

대충 살고 싶은 평범한 26살과

복수하기 딱 좋은 나이 75세.

이들이 적당히 사는 이야기...!


라는 프롤로그의 나레이션만 보면 도무지 짐작가지 않지만, 시원한 하늘색 썸네일에 쓰인 장르는 <드라마, 판타지, 좀비>인 매력적인 작품이다. 전작처럼 여전한 수묵화 특유의 느낌에 단순하고 시원한 그림체와 좀비물은 쉽게 연상되지 않지만, 좀비물의 잔혹함이 반드시 디테일한 그림체에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를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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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미 좀비물은 유행을 넘어 나올만한 건 모두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인기있는 장르이다. 웹툰은 물론이요 의외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부산행>이 2016년 작, 넷플리스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인 조선시대 배경 좀비물 <킹덤>이 2019년 작이니 인기가 시들었다고 하기엔 그렇지만. 당장 옆동네 플랫폼만 가도 좀비 웹툰이 허다하고, 같은 플랫폼에도 좀비웹툰이 있으니... 하지만 소재가 흔하다는 것이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의 작품성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마을에서 소외당한 채 기초연금에 의존하며 홀로 살아가는 75세 할머니, 그리고 그런 할머니가 자살할 것임을 알고 있는 세 살배기 천재 닭. 그들 앞에 나타난 스물여섯 젊은 여성. 사람들에게 소외당한 채 살고 있던 할머니는 현 좀비사태에 대해 알지 못했고, 그렇게 살아난다. 그리고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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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의외로 위대하다>의 좀비들은 여타 좀비물들의 좀비와는 조금 다르다.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는 것, 좀비가 되면 인육을 먹게 되는 것 역시 맞으나 일반인과 구분되지 않고 인육을 평범히 익혀서 먹는다는 것이 바로 다른 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좀비는 썩어 문드러진 시체 상태로 지능도 의지도 없이 그저 정처 없이 걷다가 살아있는 인간만 발견하면 자아를 상실하고 물어뜯는 족속이 아니던가. 사람과 구분되지 않는 좀비, 그러나 사람을 조리해서 먹는 좀비. 간결한 작화 위로 섬뜩한 세계관이 스쳐 지나간다. 단, 작가 특유의 위트는 여전히 (웹툰 속에도, 댓글 창에서도) 살아있으므로 독자들은 섬뜩함과 유쾌함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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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좀비물들은 좀비사태로 인해 사회가 무너지고, 인종과 계급과 윤리와 도덕 문명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좀비 앞에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무용하고 어른과 아이의 구분, 인종과 국적 민족의 구분이 무용해지며 생존자는 모두 평등한 고깃덩어리로 전락하게 되는 것. 그러나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생각하고 인간을 먹는'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의 좀비들은 다르다. 그들은 인간을 먹지만 인간과 다르지 않기에 타인을, 노약자를, 사회적 약자를 먼저 잡아먹는다.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끔찍한 좀비사회에서 두 여자는, 그리고 짐승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론, 재미있으니 같이 보면 좋겠다.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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