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돌아오지 못하는 자들의 노래, <작약만가:불환곡(不還哭)>

임수신 | 2020-05-17 11:50

롱희

작약만가 시리즈는 <작약만가:서리꽃>, <작약만가:불환곡>(이하 불환곡), 그리고 <작약만가>로 구성되어 있다. <작약만가:서리꽃>은 완결되었고, 불환곡은 연재 중, <작약만가>본편은 불환곡 완결 이후 연재된다. 연재 순서는 서리꽃-불환곡-본편 순이나 작중 시간은 불환곡-서리꽃-본편 순서이다. 


작중 배경인 가상의 국가, 태황의 황제 순제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다. 황후 숙정씨가 낳은 2황자, 후궁 롱희가 낳은 1황자와 3황자가 그들이다. 태황은 장자 상속이지만 공녀 출신 후궁 롱희가 황후 숙정씨를 제치고 먼저 아들을 낳았고, 이로 인해 태황 조정은 후계 문제를 두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불환곡은 서자인 1황자 운이 황실에서 살아남아 황제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운

불환곡은 현재 시즌 4가 연재되고 있다. 시즌 1은 롱희를 내쫓기 위한 다른 후궁들의 질투와 음모, 시즌 2는 1황자비로 내정되었던 목저아라는 여인의 흉계, 시즌 3은 1황자와 황후 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정치적 연합 결성, 그리고 시즌 4는 본격적인 황위 쟁탈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덕빈

황궁은 음험하고, 뱀의 혀를 가진 이들이 속살거리며, 웃고 있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사람들이 판을 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인물은 살아남기 위해서 모략을 꾸민다. (대부분이라고 한 이유는 2황자처럼 별 생각 없이 사는 놈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친구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나누어 맞기 위해, 누군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계략을 짜고 동맹을 맺으며 적을 간계에 빠뜨린다. 이 암투를 들여다보는 것은 참으로 가슴 떨리는 일이다. 소중한 이들을 위해 스스로 수렁으로 들어가는 이들을 보며 무슨 위로를 할 수 있겠는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도, 양쪽 모두를 지지할 수도 없으니. 

경비 채려

개인적으로 불환곡에서 가장 매력적이지만 평가절하된 인물은 황후 숙정씨라 생각한다. 그녀는 명문가의 딸이고, 정치적 능력도 출중하며, 속에 가진 야망도 크다. 비록 롱희가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하나, 그녀가 자신의 주제에 맞추어 눈치 있게 굴 때는 황후다운 포용력을 보여주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런 황후다운 품격을 갖춘 그녀는, 황제를 천자의 자리에 군림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황후는 정말이지 영리한 캐릭터이다. 비록 주인공인 1황자와 대척점에 선 인물이라 작품 내 인기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말이다. 

황후

작약만가 시리즈는 커다란 스토리 줄기 아래에 다양한 약자를 조명한다. 불환곡에서는 주로 태황의 여성 차별, 이방인에 대한 차별, 자문화중심주의, 그리고 태황 신분제의 부조리 등을 다루고 있다. 순제의 고모 길선 공주는 누구보다도 적법한 혈통이었으나 태황의 국익을 위해 이리저리 팔려 다니며 수십 번의 결혼을 해야만 했다. 1황자의 어머니이자 순제의 애첩인 후궁 롱희, 그리고 후궁이자 롱희의 친구인 가능사락은 각각 일국의 왕위 계승자였으나 조국이 태황에 함락당한 뒤 일개 후궁으로 전락한다. 능력있는 황후 숙정씨마저도 아름답지 않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들인 2황자가 올바르게 자라나지 못한 것을 홀로 질책당한다. (아버지인 순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뒷말도 나오지 않는다.) 1황자는 그 능력이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망국의 공녀라는 이유로 멸시당하며, 태황인들은 태황 이외의 문화는 모두 저급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차별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부도덕하고 무능력하며 포악하지만 적통 황자인 2황자뿐이다. 

생각없는 말

그렇기에 불환곡은 여성과 인종 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차별 피해자의 입장, 생각,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 등을 그려내어 피해자에 대한 통념을 깨 부수려 노력한다. 게다가 인토르노 작가님은 이 모든 내용을 직설적인 대사로 표현한다. 이 대사들은 일상적이고 당연한 차별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수 있을만큼 명료하고 간결하다. 

어상락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작화 또한 이 만화의 매력이다. 특히 옷감의 무늬와 장신구가 일품이며, 인물의 의상, 장신구, 머리 모양, 치장, 키 등 세세한 부분 부분까지 깨알같은 설정이 담겨 있다. 출신 지역과 출신 가문, 권력의 크기와 황궁 내 지위 등 세부적인 디테일을 꼼꼼히 점검하는 작가님의 치밀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경비마마 광광

앞서 밝혔듯 불환곡은 서리꽃보다 작품의 시간상으로는 앞서나 그 이후에 연재되고 있다. 그래서 필자인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자들은 불환곡의 짠내 나는 결말을 미리 알고 있는 채로 등장인물들의 여정을 함께 한다. 결말을 알고 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 즐거운 컨텐츠는 드물다. 그렇기에 궁중 암투물을 좋아하는 독자, 아름다운 작화를 추구하는 독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 개개인에 대하여 숙고하고픈 독자에게는 매력적인 작품, <작약만가:불환곡>을 추천한다. 아름다운 작화 탓에 황궁 로맨스를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별로 권장하지 않는다. 작약만가 시리즈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 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여담이지만, 불환곡은 결말을 어느 정도 알고 볼 때 더욱 감정이입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므로 <작약만가:서리꽃>을 먼저 접한 뒤 불환곡을 읽는 것을 권장하겠다:) <작약만가:서리꽃>은 현재 다음웹툰에서 결제를 해야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장담하건대, 절대 그 금액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이 리뷰를 읽으신 분들이 서리꽃-불환곡-작약만가 본편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하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추천한다. 


작약만가 : 불환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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