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무도 손 뻗지 않았던 이야기 <교환일기>

나예빈 | 2020-05-22 10:37

학창 시절, 당신도 교환일기를 친구와 함께 주고받았던 경험이 있나요두꺼운 다이어리의 마지막까지 적어나가지는 못했더라도 재미로, 장난으로 시작해보았던 적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수어질 것 같은 자물쇠를 걸어 우리의 모든 이야기가 꼭꼭 이곳에 담기기를. 자물쇠가 쉽사리 꺼내지 못했던 나의 마음을 지켜주기를 바랐던 그때, 과연 네이버웹툰 <교환일기>는 그런 순수하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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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일기>의 첫 시작에서 우리는 주인공으로 보이는 단발머리 여자아이 한 명을 만나게 됩니다. 검게 그늘진 얼굴에다 표정까지 읽기 어려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벌어지고 있는 상황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교실을 쥐고 있는 것 같다가도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생각들은 금방 정리가 됩니다. 곧 단발머리 여자아이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괴롭힘을 시작하게 됩니다. 무서움까지 느끼게 만들었던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버리니 우리의 감정 역시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 순간, 우리에게 혼란은 한 번 더 찾아오게 됩니다. 학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여자가 잠에서 깨어납니다. 악몽을 꾼 직후처럼 표정이 좋지 못하고, 땀까지 흘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학교폭력을 당하던 상황은 그저 여자의 꿈인 걸까요? 꿈은 자신이 겪지도 못했던 일들이 이미지화되어서 나타나기도 하니 무리인 예상도 아닙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 단발머리 여자아이와 꿈에서 깬 여자는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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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깬 여자는 나무’. 대학생입니다. 나무의 생일을 위해서 여러 사람이 전부 모일 정도로 친구가 많은, 요즘 소위 인싸라고 부르는 사람이죠. 그런 나무와 단발머리 여자아이 방울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인싸 나무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우리가 초반에 잠시 보았던 학교폭력의 피해자 방울이와 몸이 바뀌게 됩니다. 잘나가는 대학생인 여러분이 만약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멋지게 나서서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 괴리감에 정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무는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상황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합니다. 아쉽게도 그게 잘 풀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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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딸이 방울이가 아니라 나무이라는 것을 모르는 아버지는 이 상황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방울이가 실수로 친구와 놀다 다친 것이라고 굳게 믿는 아버지. 원망할 상대도 없어 자신을 탓하기만 합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 아버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딸이 좋아했던 사과를 사다 주면서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말의 힘은 엄청나다는 이야기처럼 나무는 엉망이 된 이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움직입니다. 과연 나무와 방울이의 괴리를 어떻게 이겨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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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환일기> 속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편은 아닙니다. 인물의 행동이나 표정이 무척이나 과장되게 그려지기 때문에 저렇게까지 한다고?’ 하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방울이보다는 가해자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방울이는 크게 감정을 가지지 않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없지만, 가해자의 경우에는 기괴할 정도로 감정의 폭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방울이를 구해줄 수 있는 대처방안을 생각하기보다는 대체 왜 가해자들이 저러는 걸까?’ 하는 생각들만 하려고 하죠. 우리도 모르게 가해자를 이해하려고 하는 겁니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재미로 본다고 하는 웹툰도 사회와 너무나 닮아서 크고 작음의 차이일 뿐이지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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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계속 방울이의 몸에서 살아야 할까요?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에 진짜 방울이가 나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나무가 나무의 몸과 방울이의 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 일과 더불어 방울이의 일도 해결해야 합니다. 제일 큰 문제는 원할 때마다 몸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나무는 혹여 자신이 벌인 일 때문에 방울이가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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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가면 갈수록 간단해지지 않습니다. 나무가 방울이의 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방울이의 인생뿐만 아니라 나무의 인생에도 일이 계속 꼬이게 됩니다. 몸만 바뀐다면, 방울이의 몸에서 나와 원래의 자신 몸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느새 방울이의 삶은 나무, 원래의 인생에도 자꾸 침범합니다. 알 수 없는 사람이 방울이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계속 종용합니다. 정체를 밝히지도 않으면서 계속 나무를 괴롭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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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이라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일까요? 방울이를 지독히도 괴롭혔던 아이는 자신이 잘나가는 무리에 들어오기 이전에 방울이가 먼저 자신을 무시했다고 기억합니다. 그 아이의 기억 속에 방울이는 그리 좋은 아이가 되지 못합니다. 예쁘지 않은 자신을 비웃었다고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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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는 것은 참으로도 애매해서 어떤 방향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똑같은 이야기이지만 자신을 비웃었다는 방울이는 그저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으로도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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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 알 수 없는 인물들의 감정. 도처에 이런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도 손 뻗지 않았던 이야기. 지금 바로 네이버 웹툰 <교환일기>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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