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은 3D업종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노동본색>

나예빈 | 2020-07-10 10:12
3D업종. 우리는 어떠한 직업군에 이러한 이름을 붙였다. 위험하면서도 어렵고 지저분한 것까지 더해졌다고하여 Dangerous, Difficult, Dirty 이렇게 세 단어의 앞 D를 따 '3D'라고 부른다.
사실 이 세상이 돌아가려면 빈 곳 없이 모두가 모든 부분의 역할을 분담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우리가 기피하는 3D업종을 맡아야만 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어려운 역할을 맡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보내고 배려하기는커녕 거친 시선으로 대하며 그들을 무시하기까지 한다. 3D업종 안에도 다양한 직업으로 나뉘겠지만 대부분 공부를 하지 않으면 그런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들을 이상한 학습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조산사 등과 같이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이지만, 그 안에서 성취를 찾을 수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조산사 국가시험에 많은 사람이 지원한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지만 여전히 힘든 일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웹툰 <노동본색>은 이 3D 업종이 세상을 지배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세상에 폭발이 일어나 더는 물과 전기를 비롯한 모든 것들을 쉽게 쓰기 어려워졌고사회를 구성하던 많은 고정관념과 계급 체계가 변했다는 것이 세계관 설명이다. 지금 이 세계관과 정반대인사회에서 살던 우리 독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말 이런 세상이 있긴 있을까’라며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 속 아이들은 오히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 대한 설명에 고개를갸웃거린다. 그렇다면 3D 업종이 지배한 사회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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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장도리'는 SF 건설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막노동 대회에 나가 평생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옛날만 해도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이었다며 농사국에서 농사를 하거나, 도리가 사는 치안국에서 치안유지대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고 설득을 하지만 도리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도리의 머릿속에는 막노동만 있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들이 공무원을 절대직업으로 생각하고 공부를 한다면 도리에게는 막노동꾼이 되는 것이 절대직업이 되어 힘을 기르는 것이다. 더불어 도리의 어머니는 도리가 힘을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에 어머니의 눈까지 어렵게 속여 대회에 나가게 된다. 도리의 꿈이 실현될 줄 알았던 대회에서는 누군가의 테러로 대회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도리에게 큰 아쉬움이 아닐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순간 아쉬움도 느낄 새 없이 도리는 자신의 힘을, 능력을 발휘한다. 바보같이 무너지는 건물 앞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남자아이를 도와준 것이다. 순간 평범한 사람으로 보기 어려운 괴력을 내보였다. 누군가는 괴물이라 놀라 도망갈 수도 있겠지만 히어로물에 나오는 히어로와 다를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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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도리는 남자아이를 구해낸다. 남자아이는 목숨을 건져냈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막노동 대회에 나갔던 도리와 친구들이 자신들이 사는 치안국 보건소까지 데려오게 된다. 평범한 아이일 뿐이지만 치안국의 몇몇 사람들은 이런 남자아이를 좋게 보지 않는다. 특히나 치안국에서 치안유지대가 되어 높은 자리로 올라가겠다는 야망을 품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계급을 만들어야만 하는 버릇을 가진 것일까? 3D업종의 위치가 올라갔을 뿐이지 인간 무리 내에서 계급을 만들어 서로를 평가하려하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 우두머리가 되려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을에서 잡부로 일하고 있는 기회남은 자신의 마을을 다스리는 태자에게 남자아이를 쥐새끼로 표현하며 존재를 알린다. 태자는 잡아 올 것을 명령한다. 과연 이 남자아이는 다시금 목숨이 위험해진 상황에서도 삶을 이어나가게 될 수 있을까. 태자는 남자아이를 상대로 자신이 받은 모든 호의를 쌀로 하여금 갚을 것을 요구한다. 자신이 호의를 배푼 것도 아니면서 남자아이가 거절하니 인력을 동원해 남자아이를 괴롭힌다. 하지만 이 아이 역시 도리만큼이나 호락호락하지 않아 쉽사리 밀려나지 않지만, 머릿수 싸움에는 어쩔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감옥에 갇히고 만다. 남자아이를 돌보던 도리의 친구 수지는 슬픔에 빠진다. 모든 사건들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 때문일까. 수지의 오빠는 자신이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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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이 마을에 때마침 태자의 집을 리모델링 하기 위해 SF 건설팀이 도착한다. 태자는 SF 건설팀 중 우두머리인 맥스를 좋아한다. 그에게 선물을 바치며 자신을 알아줄 것을 기대하지만 맥스는 태자를 싫어하면 싫어했지 그의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조금도 없다.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거절당한 태자. 화가 난 태자 앞에 수지의 오빠가 서고 일은 계속해서 좋지 못한 쪽으로 흘러간다. 타이밍이 좋지 않아 태자의 화풀이 대상이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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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태자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일종의 도구처럼 대한다. 말 그대로 자신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아무렇지 않게 버려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3D업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져도 인간을 대하는 인간의 인식 자체가 달라지지 않으니 같은 문제는 반복되게 된다. 우리는 항상 이렇게 양면적 구조를 가지고 살아가야만 할까? 한쪽을 무시하지 않으면 다른 쪽을 무시해야 하는 그런 삶에서 같이 살아야만 할까. 도리는 더이상 태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앞으로 나선다. 도리는 자신의 힘을 믿는다. 주변 사람들이 도리를 깎아내리기 위해서 그 어떤 말을 해도 겁을 내지 않는다. 도리가 가진 많은 힘 중에서 가장 큰 힘은 악력같은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자존감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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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본색>이 가진 매력 포인트 중 한 가지는 여성 캐릭터의 활용이다. 노동이라는 것이 주가 되는 내용이다보니 여성 캐릭터는 잊힐 것 같나? 그런 생각은 아주 오래되어 먼지가 쌓인 생각일 뿐이다. 이 웹툰 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키거나, 자신을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싸운다. 다른 캐릭터에 뒤지지 않는 판단력과 힘을 가져 최전방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이렇게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탄탄한 전개와 만나 이야기를 끼어들 틈 없이 촘촘하게 맺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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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건설팀은 태자를 위한 집으로 개집을 만든다. 그러면서 태자에게 과분하지만, 이 집에서 살 것이냐고 스스로 선택하게 만든다. 태자에게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태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빛과 같은 배려를 무시하고 만다. 애초에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인식조차 하지 않으니 이상한 부분에서 분노가 일어오르는 것이다. 분노는 회개를 만들어내기는 커녕 또 다른 죄를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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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는 SF 건설팀에 들어갈 수 있게 될까?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도리는 이런 조언을 듣는다. ‘중요한 건 힘의 크기가 아니야. 어떻게 사용하느냐지.’ 어쩌면 정말 간단한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마다 안에 사용설명서가 들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튜브나 유명한 플랫폼에 사용법에 관련된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가끔 어떤 것을 가졌다는 것에 집중해 그것을 올바르게 이용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과연 당신은 자신의 사용설명서를 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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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질 이야기들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의 끝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다음 웹툰 <노동본색>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