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해져 있는 결말을 뒤바꿔 너를 지켜낼게, <악역의 구원자>

나예빈 | 2020-08-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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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하지만 올곧은 성격의 아버지와 무한히도 자애로운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온 아이’ 이야기의 시작에서 금발 머리를 가진, 웃음이 아름다운 이 아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고 하네요. 남작이 아이의 어머니를 고위 귀족의 정부로 팔아버리기로 한 탓에 아이의 아버지는 술에 빠져 폭력적인 사람이 되고 맙니다. 아이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폭력의 체취를 맡으며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불행과 행복은 비례해서 온다는 말은 진실이 아닐까요. 어머니가 운 좋게 집으로 돌아오지만 얼마 가지 않고 집에 불이 나 모든 것이 타버립니다. 어머니를 위한 약초를 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떠난 탓에 아이는 목숨을 지켰지만, 모든 것을 다 잃고 맙니다. 특히나 제일 지키고 싶었던 어머니 마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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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한번 먹잇감으로 설정한 이 아이, 아제프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천애 고아가 되어 홀로 떠도는 아제프를 ‘그라시아 란델’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거둬줍니다. 처음에는 이 손길이 불행에서 벗어나 행복을 향한 길목이라고 생각되었겠지만 실상은 상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그라시아 란델은 란델 후작의 죽음 이후 가문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어 아름다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싶어 했습니다. 그라시아에게 있어 아제프는 그저 아름다운 무언가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주문하면 살 수 있는 보석처럼요. 하나의 생각이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맛대로 다루기 위해 상상할 수 없는 고문을 퍼부었습니다. 고문의 끝은 파멸뿐. 아제프는 그녀와 자신 자신을 지옥으로 빠트렸습니다. 그라시아를 죽이고 악마 같은 성격을 가지게 된 아제프. 이 모든 이야기를 지켜본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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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평범한 고등학생 여자아이. 사실 아제프의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일 뿐이었습니다. 이 여자아이는 소설에 너무나 깊게 빠져들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닌데도 눈물을 흘리며 아제프의 안타까운 상황에 깊은 공감을 표했습니다. 그 일 때문일까요. 여자아이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 한 인물이 되고 맙니다. 바로 엘제이 티아세. 엘제이는 결말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파멸로 가는 이 길목 앞에 막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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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정말 멀리서 떨어져 지켜보는 이야기입니다. 그 상황에서도 눈물을 흘리고 가슴 아파했던 이라면 자신이 일이 되었을 때는 그 몇 배로 아픔을 느끼겠죠. 엘제이는 이 상황에서 자신이 외부 사람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배드엔딩을 해피엔딩으로 바꾸려 노력합니다. 너무나 티가 나게 움직인다면 모든 운명을 꼬이게 만들 것이고, 그렇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아제프가 고통에 몸부림칠 것이 뻔하니 길목에서 큰 고민을 합니다. 결국 엘제이는 자신이 이 사건에 개입해 비극을 막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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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엘제이는 더는 이 이야기를 소설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소설 속으로 들어와 자신의 일이 되었기 때문이죠. 결말을 알기에 조금 어긋날 일들을 바로잡아 소설 속 인물들이 행복하기를 바랐겠지만 자신 또한 하나의 등장인물이 되어 아제프 사이에서 사랑의 감정을 느낍니다. 자신이 더욱 감정을 느껴 개입한다면 이야기를 틀어지게 만들고 말 것이라는 고민 탓에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 문젯거리가 하나 더 생깁니다. 바로 신의 문장입니다. 이 세계에서는 운명의 상대가 정해져 있고, 그 상대는 몸에 자연스레 새겨지는 문장으로 알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상대가 아닌 다른 이를 사랑하게 되면 문장 주위가 무척이나 아파져 오는데 이것을 문장통이라고 하죠. 엘제이는 문장을 가졌지만 그와 똑같은 문장이 아제프에게 없었습니다. 엘제이는 자신이 아제프를 사랑하면 할수록 스스로 고통을 느끼지만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브레이크를 잡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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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실제 소설 속에서는 아제프와 엘제이의 동생인 엘리사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엘제이가 그 사이로 들어와 먼저 아제프와 가까워지는 바람에 관계가 꼬이게 되죠. 둘은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털을 곤두세우고 으르렁거립니다. 아제프 입장에서는 엘제이에게서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데 자꾸만 자신의 언니라며 싸고도는 엘리사가 눈엣가시입니다. 물론 엘리사도 아제프가 자신을 싫어하는 만큼 싫어하고요. 이렇게 이야기는 크고 작은 것이 변해가면서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아무리 엘제이가 소설 밖에서 모든 이야기를 다 보았다고 해도 자신이 변화시킨 이야기, 즉 스스로의 운명을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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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제이는 순수한 사랑을 아제프에게 느끼었지만 아제프의 경우는 다릅니다. 수많은 불행과 학대로 인해 마음이 제대로 꼬여버렸기에 엘제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 이용하려 듭니다.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회유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라면 스스로가 소설 밖에서 왔다고 설명하는 정공법? <악역의 구원자>에서는 그 순수함이 열쇠였습니다. 순수한 사랑에 아제프는 점점 흔들리고 가지고 싶다 보다는 사랑을 받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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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성난 말과도 같습니다. 아무리 달래려고 고삐를 잡아끌어도 원하는 길로 갈 수가 없습니다. 엘제이가 소설에 들어왔다는 것은 성난 말에 탄 것과도 같았습니다. 결말로 달려가면 갈수록 알 수 없는 길들이 펼쳐집니다. 결국 엘제이는 계산하려 들지 않고 자신이 느끼고 감정을 그대로 느끼게 됩니다. 엘제이를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죠. 정말 웹툰의 타이틀처럼 아제프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톡소다 웹소설 공모전 제 1회 로맨스판타지 부문 수상작이라는 빛나는 매달을 가진 작품. <악역의 구원자>를 다음 웹툰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