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가 좋아하는 그 애에게 있어 나는 그저, <아는 여자애>

나예빈 | 2020-09-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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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사람들은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꽤나 자주 나눈다. 그것은 어쩌면 진심으로 운명을 믿는 마음에서부터온 것일 수도 있고, 그저 재미나 우리들의 입에 굳어버린 하나의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운명을 믿는가? 나를 위한 운명의 상대가 정말로 존재한다고 믿는가?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는 것. 운명이 나를 막을 수 없다. 운명이 있든 없든 원하는 대로 살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언제쯤 내 운명의 상대가 나를 찾으러 올까. 나와 잘 맞는다는 그 상대는 대체 누구일까. 자신에게 주어진 딱 맞는 운명을, 그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는 여자애>에서는 자신에게 있어 운명의 상대라고 믿었지만, 정작 그 상대는 자신을 아는 여자애 정도로 치부한 여자아이 하영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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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은 어렸을 적, 같은 학교에 다니고 사는 아파트까지 똑같았던 동급생 재현을 좋아했다. 그 마음의 크기는 꿈에 재현이 나올 정도였다. 이쯤 되면 고백은 하지 못하더라도 다가가 호감 정도, 그것도 어렵다면 말이라도 걸어볼 수 있을 텐데 하영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어느 반에나 있는 공부 잘하는 조용한 애들. 그것이 하영이 생각하는, 하영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애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그 생각이 하영을 작게 만들었다. 다 크고 나서는 대체 그런 이상한 계급과 생각이 어디에서 오나 싶지만, 그맘때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을 터이다. 하영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졸업은 다가왔고 이제 어느덧 자기가 벌어 쓰는 회사원이 되었다. 하영의 첫사랑 재현은 어떻게 하면 되었을까. 재현은 하영의 곁을 떠났다. 물론, 재현을 아는 모든 사람의 곁을 떠나 하늘에 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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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은 비 오는 날 버스를 타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하영은 재현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우연히 비 오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일이 있어 그 트라우마를 알고 있었다. 재현은 성인이 되어 아파트에서 만난 하영에게 비 오는 날 버스를 타고 스키장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현을 실은 버스는 빗길에 사고를 내고 말았다. 그렇게 재현이 세상을 떠났다. 재현이 죽고 나서야 하영은 재현의 죽음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비 오는 날에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짧은 시간도 버스를 타지 못해 집까지 걸어갔던 애가 어떻게 비가 오는 날, 버스를 타고 스키장까지 갈 생각을 한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재현을 조금씩 잊어갈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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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은 재현을 잊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처럼 이런저런 남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 과정에서 친구를 통해 소개팅을 하나 제안받고 은재를 알게 된다. 우연인지 어렸을 적 재현, 하영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던 한 학년 선배 은재. 어쩌면 이 또한 운명적인 상황일 수도. 하지만 하영은 일이 많아 바빴다며 소개팅 장소에 제대로 꾸미지도 않고 온 은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은재 앞에서 미친 듯이 술을 마셔 거나하게 취하게 되었고 그런 하영을 은재가 바래다주겠다며 같은 버스에 오른다. 그렇게 둘은 사고를 당한다. 둘이 눈을 떴을때는 둘 모두 운명이라고 믿었던 상대가 있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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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재는 하영보다 먼저 깨어났다. 둘은 돌아간 과거의 세계에서 계단에서 굴렀더라 하는 일상에서의 사고를 당한 상황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둘 다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 것일까. 하영은 자신이 이곳에서 대처를 잘한다면 재현이 사고도 당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이라 믿었던 상대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믿는다. 은재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이 과거로 와 무언가를 바꾼다면 연쇄적으로 변화가 일어나 모든 사람의 인생이 꼬이리라 생각한다. 은재에 말에 하영은 동의하는 듯싶다가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감정이 하영을 그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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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은 용기를 낸다. 어릴 적엔 미처 알 수 없었던, 또는 할 수 없었던 것도 현재의 나이에서는 조금 잘하게 되었다. 성인이라고 정확한 답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어린 그때보다야 용기가 생겼다. 은재는 하영과 재현 사이를 훼방 놓으려고 애쓴다. 자신과 같은 고등학교 학생인 이상 하영이 재현의 미래를 바꾸면 자신과 자신의 운명 상대 또한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원수지간처럼 서로의 일을 방해하려던 둘은 그만 포기하고 만다. 어차피 자신들이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온 이상 그대로 흘러가게 둔다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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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재와 하영이 합의도 보았으니 하영이 행복한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재현에게서 터진다. 재현은 은재와 하영의 사이를 오해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이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와 상의할 일이 많다는 것을 단 조금도 생각하지 못할 테니 재현의 관점에서 둘은 사귀는 사이이거나, 호감을 느끼는 사이. 재현이 하영과 거리를 두려는 사이, 재현이 운명의 상대라고 믿었던 여자와 가까워진다. 이런 재현의 마음을 모르는 하영에게는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큰 무언가가 있던 것도 아니니 가만히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유영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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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 은재를 좋아하는, 은재를 운명의 상대라고 믿었던 여자아이 역시 하영과 은재의 사이를 의심해 다가와 대화를 요청한다. 자꾸만 일이 꼬이는 현재의 사람들과 과거의 사람들. 이들은 현명한 파악을 통해 과거속 후회를 날리고, 현재의 아픔을 지울 수 있을까. 네이버 웹툰, <아는 여자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