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화면 너머로 나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현세이의 보이는 라디오>

나예빈 | 2020-10-05 13:19
BJ, 스트리머, 인플루언서 등. 미디어와 전자기기가 발전을 맞이함에 따라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전에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대형 방송사가 만들어 내는 방송을 일방적으로 시청했다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미디어를 이용한다. 대표적으로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여 일반인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또 다른 일반인이 시청과 동시에 의견을 내며 양방향으로 소통해 나가는 경우가 있다. ‘웹툰’이라는 미디어 자체는 오래전부터 있었을지 몰라도 이러한 발전들과 만나 보다 나은 방향으로 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스크롤이나 터치 방식의 변화를 적극 차용하여 독자가 누군가 그린 웹툰을 읽기만 한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에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고, 사운드를 활용하여 웹툰이 가진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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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웹툰 페이지에서 소개할 다음 웹툰, <현세이의 보이는 라디오> 역시 대세 중에 대세라 말할 수 있는 유튜브의 진행 형식을 가져와 웹툰을 진행시킨다. ‘웹툰으로 유튜브를 나타내면 어떨까?’하는 의문증에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답변이라 볼 수 있다. 웹툰과 유튜브는 이미 우리 일상에 너무 크게 자리 잡아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익숙한 것과 익숙한 것이 만나니 역으로 큰 시너지를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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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전개는 정말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는 것처럼 진행된다. 카메라가 켜지고 '현세이'는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우리는 현세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새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보는 듯한 착시를 느끼게 된다. 현세이는 영상의 시작부터 자신이 백혈병을 앓은 환자였음을 밝힌다. 주황색의 긴 머리를 갑자기 들어 보이며 이것은 가발이고 얼마 전까지 투병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린다. 자신이 어떻게 해서 백혈병을 걸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눈물 한 방울 없이 또박또박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덤덤함에 보는 이로 하여금 계속해서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큰 병이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평범한 고등학생. 현세이는 갑자기 코피가 터진 후에 찾아온 큰 변화에 대해 영상으로 제작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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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해 보이는 현세이에게도 항암 치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족들 앞에서는 무덤덤한 척 인사를 건넸지만, 홀로 무균 병실에 남자 두려움에 차 눈물을 터트린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세이의 어머니 또한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두려움이 다른 이들보다 몇 배는 될 터였다. 현세이는 무균 병실에 혼자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현세이의 침상 옆 자리에는 현세이와 같은 병으로 입원한 언니, 이채윤이 있었다. 백혈명이 처음인 현세이와 다르게 재발이 되어 돌아온 이채윤. 이채윤은 현세이가 느낄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에 자신의 상황이 더 좋지 않음에도 무서운 것 투성이인 투병 생활에서 조금이나마 적응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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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픔 앞에서도 덤덤함을 유지하고 미소를 지어 보이던 현세이. 이런 현세이가 감정이 크게 동요하는 이야기 구간이 바로 이채윤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채윤은 긴 투병 생활 속에서도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남자 친구가 있었기에 힘을 낼 수 있었지만 남자 친구는 그런 이채윤을 찾아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다. 병실은 너무나 좁기에 현세이는 이러한 장면들을 모두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별을 겪게 된 것이 자신에게 잘 못이 있기 때문이냐고 되묻는 이채윤. 그 상황에서 현세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부정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채윤의 남자친구는 이채윤이 이미 백혈병 투병을 하고 있었을 때 다가왔다. 자신의 병이 자신을 어찌 만들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이채윤은 남자 친구를 밀어냈지만, 남자 친구는 오히려 강경하게 다가왔다. 전혀 부담이 아니라고, 그런 점 마저 사랑할 수 있다고. 평생 자신이 사랑해주며 병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허울뿐인 말이었다. 어린 나이에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때’라는 말이 괜히 있을까? 남자 친구는 이채윤이 원하지도 않던 약속을 홀로 늘어놓고서는 결국 이채윤이 남자 친구를 의지하자 때를 가리지도 못하고 도망쳐버렸다. 이렇게 개인적이고, 누군가에게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현세이는 정도를 지켜가며 전개해 나간다. 강렬함만 뒤쫓게 되어버린 유튜브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점은 이렇게 현세이처럼 진심을 담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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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채윤은 세상을 떠났다. 현세이가 건강히 퇴원을 해 원하던 대로 방송을 시작하면 꼭 자신을 게스트로 출연해달라는 이채윤. 우리는 여기서 모르고 있던 감동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 하나가 끝나면 보통 그 채널의 주인 스트리머의 사진이나 팬아트들이 나오면서 끝나기 마련인데, <현세이의 보이는 라디오>에서도 한 화가 끝날 때마다 현세이의 캐리커처 이미지가 하나 나왔다. 그 캐리커처를 그려준 것이 바로 이채윤이었다. 웹툰 안에서 유튜브가 가진 특성을 끌어다 이렇게 감동을 느끼는 포인트로 만들어내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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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윤은 마지막으로 현세이에게 남기는 이야기 중에서 이런 말을 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잊으려 애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앞서 이채윤은 남자 친구에게 큰 상처를 받았고, 남자 친구를 잊으려 애를 쓰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상처를 받았는데 어떻게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웹툰의 몇몇 포인트를 둘러보다가 이 웹툰이 가진 큰 장점 두 가지를 발견했다. 유튜브 플랫폼이 가진 특성을 차용한 것과 차용한 안에서 흘러간 이야기가 가진 매력. 이야기는 대놓고 무엇이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드럽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상 속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지만 문제인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지점 또한 엮어놓는다. 혹, 우리는 누군가 우리를 잊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 되어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진정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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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갈수록 현세이 채널이 유명해졌는지 현세이를 끌어내리려는 사람이 등장한다. 바로 현세이와 같은 중학교 출신인 김희망. 김희망은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현세이가 스트리머로 유명해지자 너무나 고통스러워 용기를 내 영상을 제작했다고 입을 열지만 거짓말이라는 것이 금방 들통나고 만다. 현세이가 시청자들에게 보인 증거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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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장면 속 현세이의 대사처럼 미디어의 발전을 윤리관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미디어를 생산해내는 것에 있어 자격이란 필요하지 않다. 애초에 자격을 둔 다고 해도 윤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무분별하게 콘텐츠가 늘어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판단력이 흐려진다. 그럴 때일수록 제작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시청하는 사람들이 제작자보다 넓고 정확한 시야를 가져 홍수처럼 쏟아져내리는 정보 속에서도 제대로 된 것을 가려내고 그것들을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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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이가 스트리머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백혈병으로 투병을 하셨을 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 어린 마음에 엄마가 자주 듣는 라디오에 사연을 신청했고 자신이 적어 내려 간 글이 읽어짐을 통해 어머니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이 그 내용이다. 우리가 어떠한 미디어를 볼 수 있는 것이 텔레비전이나, 더 해봐야 인터넷이 전부였을 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사연 신청 창구 같은 것이 있다고 해도 결국 선택하는 것은 대형 기획사나 소위 말하는 ‘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그래서 모든 이야기할 수 있다. 모든. 과연 우리의 모든 것에는 옳은 것만 있을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플랫폼 유튜브. 그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현세이의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미디어를 대하는 방법을 고민해봄과 더불어 현세이가 전하는 진심을 통해 깊은 감동을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