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름다움의 평균치는 어디에 있을까. <당신도 보정해 드릴까요?>

나예빈 | 2020-10-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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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방송이 한창 진행 중인 스튜디오. 으리으리한 인테리어를 보니 보통 물건을 파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쇼호스트는 지난 방송에서 자신들이 팔았던 것들을 언급하며 얼마나 대단한 방송인지 위상을 높이고 있군요. 지난주에 이들이 판 것은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하드 드라이브 5테라’였습니다. 단순히 USB나 메모리 카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닌 것으로 보아 지금보다 기술이 더 발달한 미래 이야기 같군요.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들이 지금 바로 팔고 싶은 것은 바로 ‘그리는 대로 보정이 가능한 태블릿’입니다. 밤마다 야식을 먹고 살이 불어나도 다이어트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힘든 운동 대신에 태블릿으로 내 사진을 보정 시켜 저장하면 그대로 몸매도, 얼굴도 변하거든요. 이렇게나 대단한 물건을 단 한 대만 판매한다고 하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가 없네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런 것이 진짜 눈앞에서 팔고 있다면 구매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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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이 태블릿을 산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은 해외에서 막 한국으로 돌아왔거든요. 주인공은 모피를 입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은 사진 작업물로 유명해진 뒤, 더 성장하기 위해 해외 유학을 다녀왔어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남자친구에게 작별까지 고한 뒤 떠났지만,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그 스트레스와 기름진 음식들로 인해 자신이 마음에 들어 했던 외모도 잃어버렸죠. 주인공은 마른 몸매를 가진 사람들을 포토샵으로 만들어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외모를 가지게 한 작품을 또 하나 냈어요.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이 사회가, 세상이 변해 한다는 동조를 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저 ‘핑계’일 뿐이라는 사람도 있기는 했죠. 그들이 말하는 핑계란 어떤 것에 대한 핑계일까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지 못한 핑계?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 작품을 만든 장본인인 주인공조차 이상적인 소리는 작품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덧붙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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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서부터 오는 자신감 결여로 인해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 앞에 한 할머니가 나타납니다. 할머니는 과자를 사 먹기 위해 자판기로 돈을 넣던 주인공에게 태블릿을 사기 위해 온 것을 알고 있다며 손에 강제로 건네주고는 사라집니다. 주인공은 정체 모를 태블릿을 얼떨결에 받아버리죠. 그 어떤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기에 그저 우리가 아는 평범한 것과 같을 줄 알고 이것저것 자신의 보정 작업을 해보다 비밀을 알게 됩니다. 바로 그 태블릿이 이야기 처음에서 우리가 본 그 태블릿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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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언니는 어디서 온 것인지도, 어떠한 경로로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도 알 수 없으니 쓰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언니의 직업은 작가이기에 수많은 작품 속에서 요행을 얻은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도 덧붙이죠. 하지만 원하던 외모를 쉽게 얻은 주인공에게 그런 말이 들릴 리가 없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외모를 드러내면서 작업물 홍보를 이어나갑니다. 그러자 사람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분명 외모가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아 이런 작업물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핑계’라는 단어까지 쓰던 사람들이 작품이 가진 의미가 너무 좋다며 열광을 하기 시작하죠. 외모 하나 때문에 작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물론 이 작업 자체가 달라진 것은 하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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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든 명성을 얻은 주인공은 모델들을 사회에 기준에 맞춰 보정을 일삼던 작가와 맞붙어 서로 대립하는 의견을 냅니다. 아름다운 기준은 정해져 있고,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쪽과 각자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서요. 사실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는 기준이 단순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저 예쁜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또는 연예인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자세히 파고 들어가 보면 또 아름다움만큼 복잡한 것이 없습니다. ‘예쁘다’라는 기준도 누군가에게는 키가 작은 사람이 예뻐 보일 수 있고, 또는 큰 사람이 예뻐 보일 수도 있겠죠. 몸매도 어디는 어떻고, 저기는 어떻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끝도 없을 것입니다. 연예인의 경우도 각자 생각하는 연예인이 다를 테니 이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 기준인가요. 결과적으로 우리는 그런 허상에 매달리고 있는 게 되어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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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성공적으로 데뷔 전시회를 열고 싶어 합니다. 대중들과 매체들의 관심도도 최상에 올랐고 분위기 좋은 전시회장과 계약도 하게 되었으니 최상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원하는 규모에 비해서 본인이 가진 작업물의 양이 많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생각해낸 방법은 태블릿을 이용해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하는 것. 분신들은 주인공의 계획에 동참하는 듯싶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복수를 꿈꿨죠. 주인공 대신 주인공이 되어 살고 싶었던 거예요. 도망치는 것을 잡으려는 주인공에서 벗어나 거리를 활보한 분신. 주인공은 자신의 몸으로 무슨 일이라도 벌일까 봐 애가 타는 순간, 한참 돌아다니던 분신이 스스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주인공이 사는 세상은 너무나도 험해서 남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사람들이 네 사진으로 인해 용기를 얻고 있어. 그리고 뚱뚱한 네 모습 전혀 괜찮으니까.... 자꾸 고치지 말고 본래 너의 모습으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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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역시 사람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외모에 집착하는 것을 놓치지 못하는 주인공이 이중적이라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모두 주인공처럼 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외모지상주의가 옳지 못하다는 것도 알고, 너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가 조금씩 노력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면서도 계속해서 붙잡고 놓지 못하니까요. 저 또한 주인공과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존중해야만 한다고 말하며 다이어트 도시락을 주문할 때가 많거든요. 다이어트 도시락이 문제라기보다는 거울 앞에서 스스로 외모에 대한 지적을 늘어놓으면서 속상해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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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점점 성장하는 듯하면서도 제자리에 머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교훈을 전달하는 것처럼 쑥쑥 자라나지 않아요. 오히려 그래서 더 가깝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옳은 일을 알아도 매 순간 도덕 교과서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요. 흔하지 않은 마법의 태블릿이라는 소재로 재치있게 외모지상주의를 풀어가는 다음 웹툰, <당신도 보정해 드릴까요?>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