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콘텐츠 제작에 함께하시겠어요?, <악마의 편집>
사실 유튜브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알고 즐기고, 그것도 외국에서 만들어낸 콘텐츠를 보는 정도였죠. 하지만 서서히 유튜브가 사람들에게 알려져 뷰티나 키즈를 비롯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생겨나고 전 세계에서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버 순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이 유튜브라는 곳이 좋은 이야기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닙니다. 키즈 유튜버가 수익 창출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아동들을 이용해 윤리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나왔고, 때로는 범죄를 암시하며 영상을 끝내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연출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이렇게 유튜브의 빛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했습니다.
여기도 이 유튜브에 빠져 사는 남자, 희수가 있습니다. BJ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설이의 팬이죠.
방 벽가득 설이의 사진으로 도배하고 있다니. 얼마나 설이를 좋아하는지 예상이 가시나요? 그는 설이의 팬으로 남는 것도 모자라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편집 기술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녀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해보겠다는 꿈을 가지고요.
어딘가 모르게 흘러나오는 음침함과 집요함에 희수가 나쁜 사람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설이를 좋아하는 팬이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설이 방송에 들어가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던졌고, 설이가 그런 희수에게 힘이 되는 말로 비하를 멈출 수 있게 도와주었거든요. 웹툰 초반, 희수의 음침한 모습에 그가 무슨 일을 벌이지 않을까에 대해 의심하던 독자들의 긴장이 이곳에서 한번 풀리게 됩니다.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얻은 숙소를 돌아다니던 희수. 그저 영상 제작을 위한 자료들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컴퓨터 이곳저곳을 보던 희수는 헤로가 죽은 사람을 묻는 영상 하나를 찾고 맙니다.
헤로는 설득을 가장한 협박을 합니다. 자신이 사람을 죽인 것은 맞다. 하지만 자신이 죽인 사람은 설이를 오랜 시간 동안 괴롭혔던 스토커였다. 스토커를 막으려다가 몸싸움이 벌어졌고, 그 결과 그가 죽어버렸다는 이야기. 더불어 자신이 이 사건을 밝히면 설이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도 덧붙입니다. 상황이 어찌 되었건 사람이 죽었고, 그리고 그 시체까지 매장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경찰에 신고해야겠죠. 고민할 여지도 없는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언급되는 설이의 이름에 희수는 눈을 감기로 마음 먹습니다. 다시 문제 없이 콘텐츠 제작이 이어가나 싶었지만 늦게 합류한 심령 전문가 묘은이 계속해서 희수를 이유 없이 괴롭힙니다.
이야기 내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직접적으로 크게 부딪치지는 않지만 묘한 신경전이 오고 가는 것이 보입니다. 자연스레 독자들도 인물들 틈으로 들어가 모든 인물을 의심하게 됩니다. 작가는 인물들의 사연을 조금만 보여줍니다. ‘설이가 누군가의 죽음에 엮였다더라.’와 같이 큰 덩어리는 보여주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인물들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이죠.
<악마의 편집>. 어쩌면 인물들의 제각각 부서진 사연은 악마의 편집이 되어 그 사람들 몰아가기 위한 수단이 되고 만 것이라고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어떠한 사람의 실밥 하나라도 찾으려고 애를 쓰기도 하니까요. 설이의 광팬이라 오해를 받고, 스토커가 있어 오해를 받고. 누군가를 마음을 다해 좋아한다는 것이, 또는 스토커가 있다는 것이 약점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뭐 하나라도 잡아서 그 사람을 끌어내려고 하죠. 그렇다면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단순히 안타까운 피해자일 뿐일까요.
어찌 되었건 희수는 계속해서 설이를 위해 콘텐츠 제작을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는 묘은이 산행 중에 모자를 잡아끌어 언덕에서 구른다거나, 악마라는 단어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ㅜ신경은 쓰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 희수의 생각입니다. 헤로와 묘은은 계속해서 희수에게 설이를 들먹입니다. 헤로는 설이를 향한 희수의 숭고한 마음을 꺼내주며 자신을 고발하는 것이 설이를 공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하고 묘은은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면서 희수를 몰아가죠. 묘은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독자도 알 수는 없습니다. 더 나아가 정말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떠보려고 하는 것인지 역시 분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숙소 근처에 묻어있으니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독자들은 짐작할 뿐입니다. 독자들은 헤로가 범인인 것을 알고 있으니 희수가 절벽 끝으로 몰리는 상황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희수는 계속해서 자신이 아는 것을 숨기려고 하고, 무언가 찜찜함을 해결하려고 하죠.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일들이 오히려 희수 자신을 공격하는 꼴이 되어버리기까지 합니다.
희수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설이를 위한 콘텐츠 제작을 끝내고 자기 자신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알 수 없는 네 사람이 모여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이들은 안전하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요? 다음 웹툰, <악마의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