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을의 분노>, 막장 인간군상이 넘쳐나는 아파트와 분노조절장애 주인공

박성원 | 2021-12-11 14:00
주인공 '강재'는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아파트 경비원... 이라고 웹툰 측 공식 자료에서는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그다지 평범하지 않습니다.

일단 그가 다니는 직장의 환경부터가 평범한 인물은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주상복합 아파트로 매우 경제적으로 유복한 이들이 거주하는 단지로 추정되는데
기자 한 명이 녹음기와 캠코더 하나 씩만 들고 잠입해서 취재하면 일주일 안에 9시 뉴스에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듯한 단지 관리 쪽의 피고용인들에 대한 입주민들의 극심한 갑질이 난무하는 정글과도 같은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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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1화는 강재가 일하는 아파트의 입주민들 중 일부가 얼마나 개막장의 인간 쓰레기들인지 고구마를 독자들에게 퍼먹이면서 강조하는 데 거의 전적으로 할애합니다.
유명 BJ라는 자신감인지 뭔지...
하여튼 되도 않는 억지와 갑질로 강재를 열불을 터지게 하는데 저 정도면 무슨 집안에 빚이 있다거나 하여튼 뭔가 주인공이 극도로 부당한 대우를 참는 구실을 하나 추가하는 게 좋지 싶은데 아쉽게도 그런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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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답답한 고구마 전개는 길지 않습니다.
강재는 갑질 여자의 짐을 옮겨주다가 그녀의 스마트폰을 줍는데 이 스마트폰에는 유명 BJ이지만 스폰을 하는 비밀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근데 이렇게 위험천만한 내용을 주고받는 스마트폰에 기본적인 잠금조차 없다니?

그 뒤로 벌어지는 일들은 한국식 남성향 웹툰에 익숙한 독자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수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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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신선하지는 않지만 아주 뻔하지는 않은데 너무 뻔한 클리셰로 범벅인 내용에 포인트를 하나 주었습니다.

의외로 주인공 강재입니다.

여자들은 세상의 모든 악의와 적의를 온몸에 두르고 있는 여캐들은 클리셰 덩어리인데 반면 강재는 단순히 을의 분노를 넘어서 알고보니 정신적으로 어딘가 고장이 나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 설정을 통해서 현생을 건 캐삭빵 비슷한 급발진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되기도 하고, 이런 비슷한 류의 19금 남성향 웹툰들과 조금은 차별화도 성공했습니다.
물론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다는 정도일 뿐 그 이상을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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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는 그런대로 무난합니다.
다소 도장찍기 성향이 있지만 이건 너무 흔한 단점이라 별도로 언급하기도 애매하고, 작화 전반의 퀄리티는 그래도 준수한 편입니다.
아, 남주 못지 않게 여주들이 특별히 더 악질적인 캐릭터라는 점은 또 다른 개성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런 웹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