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역대급 동양 판타지 (강력 추천!) <미래의 골동품 가게>

박성원 | 2022-02-20 14:00
필자는 리뷰어로서 정말로 많은 웹툰의 리뷰를 적어 왔습니다만, 리뷰글의 제목을 짓는 건 항상 어려운 일입니다.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의 콘텐츠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서, 그중에서 옥석을 가리려는 목적의 리뷰조차도 아이러나히게 잠재적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겠죠. 빈약한 상상력의 결핍을 보충하고자 '역대급'이니 '강력 추천' 같은 허접한 표현의 힘을 빌렸습니다만, 양해를. 리뷰어로서 필자의 역량 미달과는 별개로 '미래의 골동품 가게'라는, 다소 고리타분한 제목이 아쉬운 이 네이버 웹툰은 정말로 굉장한 힘을 지닌 작품입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지요.

먼저 1화를 펼쳐보면 근대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제목만큼이나 고전적인 스타일의 프롤로그가 독자들을 반겨줍니다. 오해는 금물, 이 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어디까지나 21세기의 한국입니다. 뇌피셜로 짐작하건대 아마 프롤로그를 보고 작품의 성질을 잘못 인지하고 극초반에 하차한 독자들이 적지 않을 듯한데요. 고작 인트로만 보고 놓아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운 작품입니다.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아주 큰 줄기만 거칠게 요약하면, 이쪽 장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퇴마록'과도 유사합니다. 아직 다 성장하지 않은 어떤 거대한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어린 유망주들이 있고, 이들과 한국 내지는 세계의 운명을 걸치고 필연적으로 다투게 되는 거대한 음모와 악이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동양 판타지뿐만 아니라 하이 판타지 전체를 아우르는 당연한 내용인 것 같기도 하군요.

그렇다면 '미래의 골동품 가게'라는 웹툰이 대체 뭐가 그렇게 훌륭한가. 라는 점을 하나씩 짚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가장 먼저 뻔하지만 작화와 연출입니다. 사실 장르와 배경에 대한 오해와 더불어서 1~2화만 보고 말았던 독자는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겠는데요. 초반에는 다소 거친 질감과 더불어서 옛스러운(?) 인상을 받을 수 있지만, 뒤로 갈수록 작화 실력도 일취월장한다고 할까, 아니면 독자가 이야기의 분위기와 흐름에 익숙해지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이유야 어쨌든 간에 많은 웹툰을 봐왔던 리뷰어로서 아주 우수한 작화와 연출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웹툰 작화의 퀄리티라는 것은 묘사와 더불어서 기본기가 밑바탕이 되어야겠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려면 연출과 함께 이야기의 분위기 내지는 장르와 조화를 이뤄야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인데요. '미래의 골동품 가게'가 딱 이런 조건을 충족합니다. 기본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뛰어난 편이고, 인물 묘사부터 수려한 자연환경, 그리고 기기묘묘한 인외의 존재들까지. 괴력난신이 쏟아지는 동양 판타지로서 이보다 더 훌륭한 작화 그리고 연출은 매우 드물 것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음으로는, 이 작품을 진득하게 읽었던 독자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점인데요. 바로 배경 설정과 고증,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럴싸함'입니다.

어찌보면 동양 판타지의 가장 큰 장벽이 바로 이 배경 설정과 고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서양 판타지.. 반지의 제왕 등으로 대표되는, 검과 마법, 드래곤 따위가 등장하는 판타지는,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장르의 팬이라면 아주 예전부터 자주 노출되어 왔기 때문에, 최소한의 경험만 있으면 '그럴싸함'을 연출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정통 판타지를 그려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지만요.

반면 동양 판타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작가층의 젊은 세대는 대부분 한자보다 영어가 더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고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잘 알더라도 한국 신화는 국어 교과서에서나 몇 번 접한 게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웹툰의 범주를 넘어서 필자가 평소 관심을 두고 읽어봤던 모든 동양(혹은 한국) 베이스의 하이 판타지 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입니다. 신화뿐만 아니라 토속 종교와 다양한 구전 등... 그야말로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소재는 다 활용했다는 느낌입니다. 작가가 알고 있는 지식의 깊이를 일부만 살펴봐도 굉장하다는 인상입니다. 또 깊이가 있는 세계관을 역사 교육 따위를 통해서 풀어놓는 대신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솜씨도 좋고요(가끔씩, 아주 가끔씩 배경 설명이 폭발하는 파트가 있긴 하지만요)

마지막으로는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스토리의 유장함이 아주 좋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굉장히 긴 호흡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요. 최소 2세대, 더 넓게는 3대에 걸친 가문과 세계를 좀먹는 거대한 악의 다툼이 메인 스토리인 동양 판타지이니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회상으로 늘어진다거나, 아니면 독자들이 스토리를 이해하거나 인물에 정을 붙이기도 전에 급전개한다는 인상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회차가 누적될수록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세계관에 빨려 들어가며 몰입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건 정말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야기의 유장함은 기본이면서 또 그만큼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거든요.

깊이가 있는 세계관과 유장한 스토리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작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 동양 판타지에 목마른 장르의 팬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과감히 일독을 권할 수 있는 수작입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