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노블레스 - 전투력 인플레이션을 넘어서

생못미 | 2016-10-25 03:35

[웹툰 리뷰]노블레스 - 손제호 이광수

손제호 & 이광수, <노블레스>

- 전투력 인플레이션을 넘어서


 [웹툰 리뷰]노블레스 - 손제호 이광수

그림체에 <노블레스>의 역사가 그대로 묻어나온다.

 

<노블레스>2007년부터 정식 연재를 시작해 9년 째 이어오고 있는 네이버의 간판 웹툰 중 하나다. 다소 반복적인 패턴과 늘어지는 스토리 전개 때문에 예전 만은 못하지만 미려한 그림체에서 탄생한 캐릭터들이 고정적인 팬층을 유지하고, 여전히 오락만화로서 꾸준한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1. “꿇어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겠지만 <노블레스>의 가장 큰 특징인 시작부터 최강자 주인공이라는 설정을 다뤄보고자 한다. 어느 만화 장르를 막론하고, 특히 배틀물에서 주인공의 성장과정이 메인스토리가 되는 경우 전투력 인플레이션의 덫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투력 인플레이션의 원조급인 <드래곤볼Z>를 시작으로 원나블(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은 물론, 비슷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 네이버 간판 웹툰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 역시 그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노블레스>는 조금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주인공인 라이’(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는 시작부터 절대적인 전투력으로 적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주변 캐릭터라면 몰라도 적어도 라이의 전투력에 있어 성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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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밈(Meme)이 되어버릴 정도로 임팩트 있었던 눈높이 선생님의 참교육

 

 

2. 절대적인 힘의 운용방식 - 질문, 힘을 지닌 캐릭터의 캐릭터성

 

힘의 끝에 다다른 순간 이제 자연스럽게 질문은 힘의 의미로 옮겨가게 된다. 여기서 <바람의 검심><원펀맨>을 불러와보자. <바람의 검심>의 켄신은 세계관 최강자 설정으로 등장하지만, 발도재 시절의 살인을 속죄하는 의미에서 사람을 베지 않는 역날검을 사용한다. 불살(不殺)의 검객 켄신은 역날검 한 자루로 약육강식의 시대를 거슬러 나간다.

 

[웹툰 리뷰]노블레스 - 손제호 이광수

<원펀맨>의 괴인들은 얼마나 험악하게 생겼든 간에 한큐에 저승행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평등하다.

 

한편, <원펀맨>의 사이타마는 특별한 수련을 거친 결과 너무 강해져서 어떤 적이든 한방에 끝장내버리는 히어로라는 설정으로 당연히 세계관 최강자다. “압도적인 힘이라는 건 참 시시한 거야라는 사이타마의 대사가 그의 공허함을 대변한다. 사이타마는 악당과의 숨막히는 혈전을 꿈꿔왔지만 1기의 마지막 우주급 악당 보로스마저 간신히 사이타마와 결투를 성립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에 미칠 뿐이었다. 사이타마는 결국 보로스와의 싸움에서도 만족하지 못한 반면 보로스는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싸웠기에 만족스럽게 죽어가는 연출을 보여주며 절대적인 힘너머에 무엇이 있는가 대해 질문했다.

 

이런 설정은 설정 자체로도 꽤 신선한 편이다. 처음엔 동네 코흘리개로 시작한 주인공이 어느새 세계의 존망을 걸고 악당과 결투를 벌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수많은 작품에서 얼마나 많은 위선과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끼얹어지는지 생각해보라. 단순히 흑막에 가려진 짱짱 쎈 악당보다 비리비리한 주인공이 결국 강해져야 하고 또 때려 부숴야 하기 때문에!

 

[웹툰 리뷰]노블레스 - 손제호 이광수

동네 꼬마들 소꿉놀이에서 나중엔 목숨이 왔다갔다하게 되는 전형적인 전개

 

<유희왕>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에 유희는 그냥 동네 친구들과 카드게임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축내는 동네 착한 찐따 중 하나에 불과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작 카드놀이로 사람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위험한 결투를 펼치다가 결국에는 신까지 나오면서 여차저차해서 세계를 구해낸다. <탑블레이드>는 어떤가. <탑블레이드> 역시 동네 초딩들끼리 옹기종기모여 자웅을 겨루던 개량된 팽이치기에 불과했으나 갑자기 뻥튀기가 시작되더니 팽이싸움 잘하려고 생체실험하는 국가급 비밀조직까지 나오며 이 만화도 결국 세계의 운명을 건 결투를 위해 신을 불러낸다.

 

아무튼 이러한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힘의 의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작품의 의미는 고작 먼치킨 캐릭터의 양민학살과 그를 통한 대리만족에서 그치게 된다. 상당히 위험한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노블레스>는 라이를 통해 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웹툰 리뷰]노블레스 - 손제호 이광수

마냥 허당처럼 굴다가도 자신이 지켜야할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얄짤없다.

 

<노블레스>의 귀족들은 힘을 가진 자로서 긴 시간 인간들을 대가없이 보호해주고 그것을 귀족의 의무이자 긍지로 여겨왔다. 그러나 인간이 과학을 통해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손에 넣으면서 귀족 내에 관계에 변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등장한다. 힘을 얻기 위해 비윤리적인 실험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을 더 이상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귀족은 귀족 사회를 배신하고 인간 속으로 섞여 들어가 그들에게 힘을 부여하며 고향인 루케도니아를 향해 날을 세우기도 한다.

 

인간을 지켜온 귀족을 지켜온(...) 노블레스인 라이는 작중에서 힘을 사용하면 할수록 그것에 비례하여 생명력이 줄어드는 것은 나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힘의 사용이 생명의 단축을 명백하게 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는 자신보다 약한 주변인을 위해 기꺼이 힘을 사용한다. 라이의 보호를 받는 아군 캐릭터들은 그 은혜에 보답하듯 몇 번의 전투를 통해 성장해나가면서 힘의 의미에 대한 설명도 설득력을 유지하는 듯 했다.

 

3. 제발 일해라! 스토리 작가!

 

[웹툰 리뷰]노블레스 - 손제호 이광수

강하지 않은 캐릭터라고 해도 캐릭터 설정에 따라 배틀물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의 검심>이나 <원펀맨>과 달리 라이의 절대적인 강함은 나름대로의 고뇌하는 최강자를 그려내고자 했으나 설득력을 잃고 스토리를 붕괴시키고 있다. 라이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주변 캐릭터가 받쳐주지 못한 탓이 크다. 등장인물 간의 조밀한 갈등구조와 캐릭터를 뒷받침 해주는 고유의 캐릭터성이 필요하다. <원펀맨>의 절대자 사이타마는 우주최강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동기부여가 되어있지 않다. 그러나 C급 히어로인 무면허 라이더는 화려하지도 않고 허약하지만 나름의 정의로 일관하며 잔잔한 감동을 줬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시즌을 거듭하면서 이 작품에 내재되어있던 단점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단순한 스토리 전개 패턴이다. ‘적의 등장 - 동료들이 고전함 - 라이(와 프랑켄슈타인) 출발 - 동료들이 매우 고전함 - 라이 도착 - 참교육 - 일상으로 돌아옴패턴으로 에피소드를 매번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결국 라이가 해결할 것이라는 연출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라이를 제외한 캐릭터들이 병풍 및 설명충이 되어버렸다.

 


[웹툰 리뷰]노블레스 - 손제호 이광수

단지 스토리 작가가 캐릭터를 뿌려놓기만 하고 거두지를 않았다는 이유로 캐릭터들이 고통받고 있다.

 

사실 빈약한 스토리와 캐릭터 배분의 실패는 <노블레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무협, 판타지 소설을 기반으로 한 많은 웹툰 작품들이 같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은 이러한 단점을 해소하려고 하기 보다는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 디자인으로 메우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은 독자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등장 이후 스토리 전개에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장식장에 보관되기만 한다면 문제가 된다. 이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꾸준히 등장하는 엑스트라의 일러스트를 그린 것 밖에 안 된다. 스토리 작가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게 충격적일 정도다.

 

이 문제와 관련해 특기할만한 사항이 있다면 시즌 3에서의 타오, 타키오, M-21, 레지스의 협동 전술일 것이다. 전투력을 개선시켜주지 않을 거라면 묶음으로 등장해 이런 식으로라도 전술적이고 아기자기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늘어지는 전개 속에 420여 화가 연재된 지금 시점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고 개선해야할 부분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잊혀진 요소들(M-24의 행방, 타오와 타키오의 존재이유, 유니온의 정체, 감염체의 존재, 다크 스피어에 얽힌 이야기 등)에 대해서는 포기하는 편이 빠를 것 같다.

 

 

4. 마치며

 

[웹툰 리뷰]노블레스 - 손제호 이광수

똑바로 서라 손제호! / ... 독자님

 

나는 가족끼리 저녁 식사를 하며 사극이나 드라마라도 보게 되면 핀잔을 듣는다. 옥의 티나 스토리 전개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면 제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보면 안되니?”라는 식이다. 사실 그렇다. 라이는 간지나게 생긴데다가 힘도 짱짱 쎄서 쿠아아아아아하면 적들이 나가 떨어진다. 그러나 9년째 스토리 전개를 라이의 달리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급 닌자 선발전까지만 해도 섬세한 닌자 배틀로 극찬을 받았던 <나루토>의 결말이 어땠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블레스>는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의 간판 작품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퀄리티를 기대해본다.


노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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