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곱게 자란 자식 - 해학 속에 담겨 있는 조선의 비극적인 이야기

namu | 2015-08-20 03:37

 

 

 

2013년 어느 여름 강렬한 붉은색 바탕에 일본 순사의 허리춤으로 보이는 섬네일, 자극적인 제목의 웹툰이 불현듯 등장했다.

 

‘곱게 자란 자식'

 
 

곱게자란 자식.png

 

 

우선 이 작품에 대한 소개를 하기 전에 작가에 대한 짤막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작품이 나오기 이전 이무기 작가는 흔히 말하는 병맛 웹툰을 몇 편 연재한 바 있다. (병맛 웹툰의 대표적인 작가들로는 백봉, 귀귀, 이말년, 조석, 루드비코 등이 있다)

 

사실 이 흔히 말하는 ‘병맛' 웹툰의 작가들은 주로 소수 마니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후에 수면 위로 올라오는 양상을 띄게 되는데, 메이저 급 웹툰 회사에 연재를 시작한 그들의 작품은 초기 작품과 비교하자면 비교적 많이 온순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여타 병맛 웹툰의 진화 과정에 견준다면, 이무기의 병맛 웹툰들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고독한 사나이의 느낌이 짙은데다, 장르는 코믹이지만 그가 가진 것들은 뭔가 무겁다. 그가 가진 코믹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느낌은 이 작품을 만나면서 포텐이 폭발했다고 할 수 있다.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 나가는 것 또한 역사 문제를 다룰 때는 더욱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위인전이 될 수도 있는 데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빡빡한 시대는 위인전을 읽으며 애국심을 느낄 만큼 그리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안부, 친일파 관련 스토리에서도 작가는 역사 고증에 많은 심혈을 기울인듯하다. 작가는 이에 살을 붙여 이게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음을 깨닫게 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가슴 졸이면서 지켜보게 만드는 그의 흡입력은 정말 엄청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초반 스토리는 개똥이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개똥이와 어머니의 대사 개똥이의 독백 신들은 ‘운수 좋은 날'까지 연상케 한다. 여기에 이무기 작가의 강점인 강렬한 색감과 선은 우리가 책에서 흑백으로만 보고 상상했던 일제 강점기 시대와는 사뭇 다르다.

강제징용되어간 개똥이의 오빠들과 최근 위안부 문제까지. 작가는 때로는 설명하듯이, 또 독백하듯이 그렇게 얘기를 풀어나간다.

 

 

작가의 연출력에 다시 한번 놀랐던 순간은 초반 일본 순사가 등장할 때 이 장면을 먹구름으로 표현을 했다는 것인데 연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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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가의 독특한 연출력은 회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는데 웹툰 중후반으로 갈수록 더하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꿈을 꿨는데 강제징용되어 끌려가 죽은 아들이 배고프다며 꿈에 나왔다던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개똥이 꿈에 나오는 장면들은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 세대들이 말씀하신 “꿈을 꿨는데..” 하시며 앞날을 점쳐보는 토속적인 방식이다.

 

토속적인 데다 뻔하지 않다. 작가가 연출하는 방식은 대부분 벌어질 일에 대한 ‘암시' 가 아니라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확인 사살 같은 과정이다. 이 같은 연출은 독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두 번 박고 보는 이로 하여금 차근히 분노를 일게 만든다. 그 감정의 변화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작가가 스크롤 내리는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한국 역사 특히 일제 강점기부터 광복까지의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조선의 역사는 웹툰으로 다루기에는 너무 무겁고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역사에 관한 웹툰은 오랫동안 있어왔다. 단지 전체적인 형태는 신화나 역사 판타지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는데, 이무기 작가는 날것 있는 대로의 그것을 통째로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이무기 작가는 한국 웹툰 역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선구자, 정말 중요한 인물이라 얘기하고 싶다.

 
 
 
 

곱게 자란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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