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쾌한 학원물의 정석, 『상남 2인조』

관리자 | 2017-08-28 13:31

유쾌한 학원물의 정석, 『상남 2인조』

『상남 2인조』, 후지사와 토루, 학산문화사, 애장판 총 15권 완결


귀폭 콤비 영길과 용이의 고교생활을 그린 『상남 2인조』는 후지사와 토루의 출세작이다. 국내에서는 『반항하지마!』(혹은 『GTO』)가 먼저 정식 발매되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상남 2인조』가 곧이어 번역·출간되었다. 『GTO』를 읽고 나중에 『상남 2인조』를 접한 독자라면 이 만화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최근작 『GTO』에 비하면 어쩔 수 없이 『상남 2인조』의 작화는 상당히 밋밋해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등학생들 간의 폭력 묘사가 주를 이루는 만화이기에 대상 독자층도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물론 초반 스토리는 러브 코미디에 가깝다. 하지만 그 러브 코미디의 뼈대를 이루는 ‘동정’ 남학생의 연애 실패담은 수많은 학원물에서 사용되는 클리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대체 『상남 2인조』의 어떤 면이 이 만화를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았을까?


 


유쾌한 학원물의 정석, 『상남 2인조』

귀폭 콤비가 바로 이들이다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는 학원물


『상남 2인조』는 ‘폭력’이라는 수단 자체를 미화하지 않는다. 이는 대체로 여러 학원물의 주제의식이 지향하는 바이면서도, 폭력 묘사가 주를 이루는 만화에서 가장 관철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만화 초반, 영길과 용이는 불량학생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고교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극동고교에서 신당고교로 전학한다. 그들이 모범학생이 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불량학생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 물론 이 귀폭 콤비의 모범생 코스프레는 오래 가지 못한다. 영길과 용이는 이런저런 폭력 사태에 끊임없이 휘말리게 되고, 수많은 소년 만화들이 그렇듯이, 그들과 주먹을 나눈 적들은 하나 둘 주인공의 친구로 남게 된다.


묘사적으로는 폭력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와중에도 『상남 2인조』는 ‘우정’이나 ‘신념’과 같은 가치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신당고교로의 전학 이후, ‘귀폭 콤비’의 명성을 무너뜨리려는 자들에 맞서 영길과 용이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주먹을 휘두른다. 그런데 이러한 방어적 폭력의 양상은 만화 중반에 이르러 조금씩 능동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자신들을 믿고 따르는 동료와 애인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귀폭 콤비의 정신적 지주인 ‘마사키’ 선배의 유지를 잇기 위해서, 주인공들 스스로 적극적인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유쾌한 학원물의 정석, 『상남 2인조』

『상남 2인조』는 ‘우정’이나 ‘신념’과 같은 가치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학원물이 이 부분에서 함정에 빠진다. 우정이니 신념이니 하는 명분을 앞세워 과도하고 무차별적인 폭력마저 정당화해버리는 것. 이쯤 되면 만화는 결국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폭력의 수위만을 높여 나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상남 2인조』는 만화 중반부터 집요하게 되묻는다. 마사키 선배를 회상하면서, 혹은 용이의 연인 나기사의 질문을 통해서, 또는 폭력 사태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한 친구를 애도하면서, 작가 후지사와 토루는 계속해서 폭력이라는 수단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진다. 폭력 끝엔 결국 “슬픔만이 남을 뿐”이라는 한 경관의 대사는 『상남 2인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공포를 직시하고 극복하는 방법


『상남 2인조』는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의 ‘공포’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1권(이하 애장판 기준)에서 영길은 비열한 수법으로 싸우는 ‘마치다’라는 건달에게 패한 뒤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마치다와 다시 붙는 게 두려워 부러지지도 않은 팔에 깁스를 하고 다닐 정도였던 것. 2권에서는 귀폭의 친구인 ‘마코토’의 배신을 통해, 폭력과 공포로 인해 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가차 없는 폭력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상남 2인조』가 제시하는 가치는, 신뢰에 기반을 둔 인간관계, 특히 친구 사이의 ‘우정’이다.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은 자기 내면에 있다. 그럼에도 그런 내면의 용기는 타인과 쌓아 온 우정과 사랑을 계기로 발휘될 수 있다. 『상남 2인조』는 여러 일화에서 이 점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하여 11권부터 등장하는 ‘조이’라는 인물은 특히 인상적이다. 그는 사고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었고, 어떤 사정 때문에 자신에게 비참하고 처절한 ‘죽음의 실감’을 느끼게 해줄 사람을 찾는 중이다. 그런 조이가 ‘죽음의 사자’로 지목한 대상이 바로 귀폭이다. 그는 귀폭 콤비의 분노를 사기 위해 그들 주변 사람들에게 집요한 폭력을 가하기 시작한다.


 


유쾌한 학원물의 정석, 『상남 2인조』

영길은 조이에게 “죽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를” 가르쳐주기 위하여 오토바이 레이스를 제안한다

 


12권에서 영길은 조이에게 “죽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를” 가르쳐주기 위하여 오토바이 레이스를 제안한다. 레이스 도중 절벽 아래로 추락하면서 조이는,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 현재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거의 두 권에 걸친 조이의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는 다음과 같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신체적 고통을 통해서만 실감되는 게 아니라는 점. 죽음이 두려운 까닭은 죽을 때 몸이 느끼는 고통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죽음으로 인해 한 실존이 인간관계로부터 영원히 추방되기 때문이라는 점. 죽음에 대한 공포 혹은 죽음에의 욕망이 사랑과 우정을 통해 긍정적으로 지양될 수 있다는 점 등.


때로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친구와 연인을 지키기 위해 영길과 용이는 ‘나름 정당한’ 폭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귀폭 콤비의 폭력은 계속해서 더 큰 폭력을 불러오게 된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폭력과 그 폭력이 초래하는 공포는 인물들의 외면과 내면을 동시에 무너뜨린다. 이 지난한 폭력의 고리를 끊으려면 당장 폭력을 멈추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게 정당한 폭력이든 아니든 말이다. 어떤 독자는 완결편인 15권이 보여주는 결말이 탐탁지 않거나 조금 뜬금없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소년 만화라는 틀 안에서 『상남 2인조』가 초반의 주제의식을 끝내 관철하였다는 점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출처: 에이코믹스 https://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3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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