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따스한 웹툰, '연의 편지'

박은구 | 2018-10-22 13:00

연의 편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신비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가득한 웹툰, 연의 편지. 이 웹툰을 본 독자들 중에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도 적지 않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마음이 따스해지고,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겨, 감정이 차오르는 그런 기분. 

그림체 때문일까, 아니면 스토리 때문일까.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1화 분위기는 꽤 어두운 편이다. 이 작품에 주인공인 '소리'의 반에는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사실을 알지만 다들 모른 척 하고 있다. 왜? 그것을 지적하는 순간 다음 타킷은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알아도 모른 척 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 라고 합리화를 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만이 존재하고 있다. 그 부분을 보는 내내 이것이 대한민국의 어두운 이면, 곧 현실이라는 것에서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이 수업을 듣지만 그곳에선 보이지 않는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이 나눠져있다. 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뿐이니까.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인 '소리'는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방관만 하지 않는다. 그녀 자신의 기준에서 옳은 판단을 실행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타겟은 '소리'가 되었다. 현실은 보다 더 비극적인 법이다. 말 한 마디에 왕따는 '소리' 자신이 되었고, 그 전 왕따였던 친구는 전학을 가게 된다. 여름방학이 찾아왔고, 소리는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오게 되었지만 전 학교에서 있었던 트라우마로 인해 적응이 쉽지 않다. 주변 학생들이 하는 얘기가 전부 자신을 욕하는 것 같고, 설상가상으로 안좋았던 기억이 오버랩되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만큼 전 학교에서의 기억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런 소리는 우연히 자신의 책상 안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안녕, 우리 학교에 온 걸 환영해. 이 편지는 네게 이곳을 소개하기 위해 쓰였어. 첫 번째로 우리 반이 있는 본관지도, 두 번째는 우리 반 애들 얼굴이랑 이름 카드야." "수학 선생님은 가끔 자습시간에 코를 골아." "캠프 때 반장이 선생님 잠꼬대로 만든 믹스 테잎이 있어." "문학 선생님이랑 보건 선생님은 쌍둥이야. 둘 다 이 학교를 졸업하셨대. 애들은 보건 선생님이 더 무섭다고 하던데 난 반대인 것 같아." 

"P.S. 내 편지를 더 읽고 싶다면 두 번째 편지를 찾아줘."

라고 적혀있다. 한 마디로 학교의 처음 온 학생이 빠른 적응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보를 정리해놓은 노트 같은 것이다. 일종의 족집게랄까. 이 편지를 발견함으로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리는 이 편지 덕분에 더욱 수월하게 학교에 적응을 하게 되고, 또한 이 편지를 보낸 이가 누군지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그러면서 편지를 보낸 이의 이름이 '정호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그에 대해서 더욱 알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편지를 찾으러 다니던 도중 호연의 친구 '이동순'을 알게 되고, 더욱이 편치 찾기에 몰두하게 된다. 연못에도 들어가고,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찾다가 우연히 다른 학생이 숨겨놓은 서류 봉투와 편지를 착각하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 서류는 시험지가 유출된 것이었고, 그 서류를 숨겨 놓은 학생은 편지와 교환하자고 말한다. 서류를 숨겨놓은 학생은 평소에도 '동순'과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었고, '호연'의 편지를 애타게 찾던 '동순'은 편지를 꼭 좀 달라고 부탁한다. 


                                      


편지의 행방으로 인해 울적한 상태로 돌아온 '소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태도와 행동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한다. 

'상황을 타개할 힘도 없으면서 목소리를 낸 게 문제인걸까.' '모두 사실 나를 원망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집에 도착한 소리는 책상위에 있는 편지 한 통을 보게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뜯어본 그 편지를 보낸 이는 바로 '김지민.'이었다. 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던 소녀. 그런 소녀에게서 온 편지의 내용은 '네가 나에게 그렇게 해주었기에 나도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었어. 고마워.'였다.


이후 모든 편지를 찾게 된 '소리'와 '동순'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은……. 더이상 밝히지 않겠다. 허나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아니 장담할 수 있는 건 이 작품을 본다면 결코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0화를 보는 내내 엄청난 몰입감과 함께 숨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작품에 빠져들었고, 마지막 10화에 모든 스크롤을 내린 그 순간 발끝부터 머리 끝까지 전신에 전율이 흘렀다는 것. 눈물이 핑 돌았다. 쓰나미처럼 밀려온 여운에 잠겨 몸이 붕 뜬 느낌을 받았다. 찬사를 보내고 싶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런 작품을 만들어준 것에. 특유의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분위기와 따뜻한 스토리 텔링, 적절한 전개 속도, 그중에서도 작가가 지니고 있는 감성들을 부드럽게 잘 녹여내지 않았나 싶다. 

이런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준 작가님에게 감사하며 또 '연의 편지'에 버금가는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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