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만화가 망해간다고? 2019년 일본 만화업계 정리

이현석 PD | 2020-02-25 17:27

2020년이 2달이 지난 다음, 속속 일본 만화 업계의 2019년 결산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일본 만화 업계는 기나긴 장기 불황 앞에서 빠르게 무너져가는 잡지 중심 구조의 이야기를 전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이제 그렇지 않게 되었다. 일본 만화는 2019년을 기점으로 큰 반동을 이루어내어 성장에 성공한 것이다. 



  1. 거대한 추락세의 반전

일본 만화의 정점은 1990년대다. 이때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잡지인 주간소년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는 일주일에 650만 부를 인쇄했다. 경쟁지들도 각각 300만 부, 200만 부에 가까운 부수를 인쇄했다. 3대 메이저 주간잡지만으로 1000만 부를 넘는 부수를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화 전체 시장은 1조 엔에 가까운 시장규모였다. 하지만 [슬램덩크]라는 전설적인 작품의 연재가 끝이 나고 기나긴 장기 불황이 시작되었다.

 

지난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일본 만화 업계는 만화잡지 불황에서 비롯한 기나긴 불황의 터널 안에 있었다. 시장은 4500억 엔 규모로 짜부라 들었다. 전성기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장이 사라진 것이다. 만화만이 아니었다. 일반 서적은 더욱 큰 감소 폭을 보였고 서점들의 폐업과 잡지폐간이 이어졌다. 


요즘은 인력 구인 시장에 40대를 넘긴 편집자들 지원서가 자주 눈에 띈다. 잡지 시장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쇠퇴가 2019년 멈췄다. 


시장 축소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이 축소가 멈추고 일본 만화 업계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공익 사단법인 전국 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의 2020년 1월 14일 발표 자료에 의하면 종이와 디지털을 한산한 일본의 출판시장 전체 규모는 1조 5432억 엔. 전년대비 0.2%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부분은 역시 2593억 엔으로, 전년 대비 29.5%의 성장을 기록한 디지털 만화 부문이었다. 

 

잡지만화 부문은 107.4% 성장, 만화 서적은 101.5%, 이중 소년만화 부문은 122.3%로 성장, 청년지 시장은 100.4%, 아동서는 104.8%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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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2019년의 일본 만화 업계 분위기 반등에는 무엇이 있을까?

크게 4가지의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본다. 




1. 거대 히트작들이 속속 등장


일단 이 작품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슈에이샤集英社 소년점프少年ジャンプ에 연재되고 있는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히트나 성공으로 표현되기 어려운 거대한 흥행몰이를 하는 중이다. 2019년 초에는 누계 300만 부 정도를 보인 발행부수가, 9월 발표에서는 누계 1000만 부를 넘겼다. 이 시점에서는 누구나가 이제 과연 2000만 부를 넘길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2019년 12월 발표에서는 누계 발행부수 2500만 부를 기록. 2020년에 들어서 19권 발매 시점에서는 무려 4000만 부를 돌파한다.

 

그런데 이 귀멸의 칼날 히트는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다른 이면이 있다.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인해서 소년/소녀 층이 종이매체로부터 날로 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일상적으로 들려오는 요즘, 이들 계층도 [귀멸의 칼날] 단행본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올 정도이다. 이유가 인상적인데, 아이들이 아직 크레디트 카드 등의 전자결제수단이 마땅하게 없어서 종이만화에 수요가 몰린다는 이야기다. 아직 구체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아니지만 흥미 있는 지적이다. 귀멸의 칼날이 실적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도 좀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일본에서 만화 콘텐츠 유통능력 자체가 어느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즉, 일본의 만화 업계는 뛰어난 작품이 등장하면 그에 대한 홍보와 판매에 있어서 단기간에 이 정도의 판매 실적을 낼 수 있는 포텐셜이 있다는 한 사례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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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멸의 칼날. 무려 4000만부라는 기록적인 부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온갖 신기록을 내놓고 있는 이 귀멸의 칼날 이외에도 크게 히트를 기록한 작품들이 나왔다. 고단샤의 작품 [5등분의 신부5頭分の花嫁]가 있다. 이 작품도 2019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의 현재까지 누적 발행부수는 13권에 1000만 부를 훌쩍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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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등분의 신부


또 다른 히트작이자 중요한 분석대상으로 디지털 매체 [소년 점프 플러스]에 연재 중인 [스파이 패밀리]가 있다. 이 작품도 단 3권 만에 누적 발행부수 200만 부를 훌쩍 넘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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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 패밀리




2. 거대한 히트작 뒤에는 역시 애니메이션이 존재


귀멸의 칼날과 5등분의 신부 모두 큰 대형 히트를 기록한 것에는 뚜렷한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애니메이션]화다. 귀멸의 칼날은 2019년 4월부터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었고, 높은 수준의 퀄리티로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지면서 곧 만화의 대형 히트로 이어졌다. 5등분의 신부도 말할 것이 없이 2019년 초반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이 히트하면서 곧 단행본의 대량판매로 이어진다. 물론 유력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다시금 대중에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큰 흥행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일본 만화에서 완전히 정착된 방법으로 이야기되어 왔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화가 너무 일반화되면서 애니화가 이루어졌다고 반드시 원작 만화 히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2019년 귀멸의 칼날과 5등분의 신부의 경우는 이 일본 만화의 히트 공식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고 볼 것이다.

 

 굉장히 주목해 볼 히트작은 스파이 패밀리다. 엔도 타츠야가 만든 이 작품은 앞서 소개한 두 작품과는 달리 애니메이션화 등의 기믹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디지털 매체인 점프 플러스의 간판 작품이 되어 있으며 단행본은 데스노트와 암살교실 다음에 줄을 설 정도로 빠른 판매 속도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 작품의 히트 요인은, 오랫동안 스마트 폰에 적합한 만화 형식에 고민하던 일본 만화 작화가 드디어 한 가지 큰 방향성을 잡아내었다는 데 있다. (이는 다른 기회에 다루어보자.) 




3. 해적판 만화 사이트 망가무라의 폐쇄


 작년 일본 디지털 만화의 큰 매출신장에는 역시 해적판 사이트 망가무라マンガ村가 폐쇄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다. 이 사이트는 2018년 10월, 사이트가 폐쇄될 때까지 해적판 작품들을 광범위하게 최급하고 심지어 유료서비스 마저 운영했다. 2018년 초에는 접속자수가 1억 6천만 명을 돌파하기까지 이른다. 추정 피해액은 이들이 수억엔씩 불법으로 올린 광고수익을 제외하고, 각 회사들의 유통금액 베이스 추정으로 3200억 엔에 달한다. 한화로 3조 3000억 원이다. (일반사단법인 콘텐츠 해외유통촉진기구 추산)


물론, 이 이외에도 자잘한 해적판/불법 사이트가 존재한다. 미국에서의 피해액은 추정 1조 3000억 엔 (13조원)에 달한다는 관측도 있다. 이 사이트가 일본정부의 전격적인 차단으로 폐쇄되고, 운영자는 체포되었다. 운영자는 필리핀으로 도피했지만 현지에서 체포되어 일본으로 송환 되었다. 일본 저작권 법을 보면 운영자가 큰 처벌을 받지 않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각 일본 출판사가 준비하고 있는 [민사소송]이다. 거대한 로비력을 가진 일본 출판사가 본격적인 민사소송에 나서서 운영자를 고소할 경우 엄청난 규모의 추징금과 피해보상금액이 예상된다.



만화 어플리케이션과 디지털 만화 서비스를 운영중인 각 회사는 이 망가무라 폐쇄 뒤 폭발적인 매출 성장이 일어나, 해적판의 피해를 역으로 증명했다. 또한 일본 해적판 사이트 폐쇄는 미국 등지 시장에서 한국 웹툰 서비스 이용자 숫자를 끌어올리는데 한 몫을 했다고도 전해진다. 




  1. 4. 한국식 웹툰의 지속적인 영역 확장과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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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괄목할 점은 한국웹툰이 일본에서 거두고 있는 거대한 성과다.


2019년에는 [나 혼자만 레벨업]과 [버림받은 황비], [외과의 엘리제] 등의 작품이 [픽코마ピッコマ] 지면을 통해서, [여신강림]과 [외모지상주의]가 일본 최대 만화 어플리케이션인 [라인망가LINEマンガ]를 통해서 소개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특히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이전, 매체[코미코]를 중심으로 구축된 일본 웹툰 시장이 극히 여성적인 만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한계점을 타파했다. 한국 웹툰 수출과 흥행이 여성만화로만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남성웹툰 시장을 일거에 개척하는 거대한 성과를 이루어 내었다. 이 작품이 만들어내는 월간 매출은 일본의 각 만화 출판사가 일제히 주목할 정도의 크기다.

 

2019년은 한국 웹툰의 일본진출에 있어서 그 규모와 흥행의 크기 이외의 점에서도 몇가지 특기할 만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장르의 다양화다.

 

2014년 [코미코]가 일본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웹툰은 일본에서 정착하지만 그것은 연애물과 같이 여성독자에게 크게 의존하는 작품들이었다. 역사물이나 사극분위기 작품이 어렵고, 무협만화와 같은 장르가 통하지 않는다는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2019년에는 [그녀, 심청]과 같은 사극을 배경으로한 작품이 코미코에서 히트했으며, 픽코마를 통해서 [화산전생]과 같은 무협물도 크게 곽광받으며 인기를 얻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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