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20.05.13
결혼식 날, 소꿉친구에게 납치를 당했다.
아무리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풀어 줘."
"안 돼."
그의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섬뜩했다. 의미없는 반항에 손목을 묶은 줄의 힘만 더 강해질 뿐이었다.
"약속했잖아, 나랑."
그가 들춰낸 건 먼 과거의 기억이었다.
'왜 나랑 결혼은 안 되는 건데?'
'넌 나보다 신분이 낮으니까.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거야.'
'……그럼 어떻게 하지?'
'글쎄, 네가 공작이 된다면 또 모를까.'
……그런 입방정은 떠는 게 아니었다.
일단 가둬 놓고 시작하는 선감금 후연애 로맨스.
<결혼 약속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다>
***
“더 만져 줘.”
말랑한 손바닥에 얼굴을 부비며 그가 속삭였다. 그러면서 빠져나가려는 손을 더 강하게 내리눌렀다. 감촉이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몇 번이나 얼굴을 부벼 댔다.
그러느라 단정히 넘겨 준 머리카락이 다시 흩어져 내렸다. 리비는 자신의 손 아래 단단하고 결 좋은 피부와 까슬까슬한 속눈썹이 스치는 것을 느끼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강아지도 아니고.”
“리비가 원하면, 강아지도 될게.”
“이렇게 큰 개는 필요 없어. 난 작은 개가 좋아. 하얗고, 보드라운.”
크기를 가늠하듯 리비는 손으로 작은 공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그것을 본 보리스의 눈이 또다시 시무룩해졌다.
“……내가 너무 커서 이제는 싫어? 이렇게 커다란 나는 정말 싫은 거야?”
그는 재차 묻더니 진지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커져서 좋은 것도 있을 거야.”
“커져서 좋은 거?”
“응.”
리비는 눈을 깜박이며 그의 말을 되새겼다.
“네 맘에도 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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