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7.08.01
1. 작품 소개<br/><br/>“내가 잡은 사냥감은 눈 밖으로 절대, 안 내놓거든요.”<br/><br/><br/>제게 집착하는 의붓오빠를 피해다니던 가연은, 그보다 더 미친 자를 마주하게 된다. 잘생긴 미친놈, 키릴 벨로프. 러시아 대통령이자 마피아 보스인 벨로프의 차남인 키릴은, 첫 만남에서 그녀에게 러시아 망명서류를 내민다. 그런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이미 사냥은 시작된 후다!<br/><br/><br/>“내 곁에 꼭 붙어 있어요.”<br/>그리고 무시무시한 말을 덧붙였다.<br/>“내가 지옥에 가도 끌고 갈 수 있게.”<br/>“왜 저까지 같이 지옥에 가는 거죠?”<br/>“가까이에 있는 게 당신뿐이니까요.”<br/><br/><br/>2. 미리 보기<br/><br/>시베리아의 설원을 닮은 하얀 백마가 푸르르 투레질을 했다. 푸욱푸욱, 내쉬는 하얀 콧김이 공기 중에 흐트러졌다.<br/>백마 두 마리를 나란히 끌고 온 별장지기가 그보다 좀 더 몸집이 작은 백마를 그녀 쪽으로 가져왔다.<br/>“부인께서 타시던 말이 낳은 새낍니다.”<br/>무뚝뚝하게 나이 든 그가 설명을 덧붙였다. 조금 멀리 나갈 거라며 사냥개는 두고 두 사람만 움직이기로 했다.<br/>가죽끈을 단 총을 어깨에 차고 안톤이 준비해준, 배고플 때 말에 탄 채 씹을 수 있는 육포와 랩에 싼 샌드위치를 안장 옆 주머니에 넣었다.<br/>카를레나의 옷은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 품이 커서 몇 번을 접어 입었다. 하지만 보온성만은 뛰어나고 다른 선택지도 없어 가연은 그냥 그 옷을 입기로 했다.<br/>“이건 여기까지 올리고. 나뭇가지에 스칠 수도 있거든.”<br/>“저도 숲에서 사냥해봐서 그 정돈 알아요.”<br/>“상처 날까 봐. 말 타면서 서면 거기가 끊어질 것 같거든요. 말이 달릴 때마다 자지를 씹어 먹는 기분이야.”<br/>가연의 귀 끝까지 붉어졌다.<br/>“상상했어요?”<br/>상상이 됐다. 게다가 그 상상 속에서 말을 타는 키릴이 알몸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이 남자의 알몸을 봐도 너무 많이 봤다. 하루라도 보지 않은 날이 사실 없었다.<br/>이러다 정말 그가 다음에 섹스하자고 말한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아서 무서웠다.<br/>“내 생각보다 더 음란하게 한 것 같은데.”<br/>담백한 얼굴의 그가 드러난 가연의 귀 끝을 손으로 문질렀다.<br/>“어느 쪽으로 가면 되죠?”<br/>애써 화제를 돌리면서 가연이 벌써 어둑해지는 숲을 바라봤다. 그는 사냥하기 좋은 날이라고 했지만 자신이 볼 땐 전혀 아니었다.<br/>꾸물거리는 하늘은 금방이라도 뭘 쏟아낼 것처럼 구름이 빠르게 움직였고, 바람은 바깥으로 드러나 있는 살점을 엘 듯이 불어왔다.<br/>러시아는 원래 이런 곳이니 적응하는 게 맞겠지만, 사실 이런 날은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br/>키릴이 숲으로 빠지는 여러 갈래의 길 중 아주 어두운 곳을 가리켰다.<br/>“여기서 서쪽으로 20킬로미터 지점은 야생 호랑이 서식지거든요. 저쪽은 순록 서식지.”<br/>그가 가리킨 곳은 가깝게 여겨질 만큼 붙어 있었다. 곰도 모자라 이제는 호랑이를 마주하게 생겼다. 가연이 어깨에 걸린 총의 손잡이를 꽉 쥐자 키릴이 낮게 웃었다.<br/>“순록의 머리를 선물할게요.”<br/>“네?”<br/>가연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묻자 그가 말했다.<br/>“옛날에 이쪽을 떠돌던 유목민들은 순록의 머리를 잘라 상대에게 선물했거든요.”<br/>“무슨 상대요?”<br/>“구애상대. 잠자리를 하고 싶은 상대.”<br/>약간 비뚤어진 가연의 모자를 바로 해주면서 그가 단숨에 그녀를 들어 안장에 앉혔다.<br/>“그리고 씨를 뿌리고 싶은 상대.”<br/>“……지금 가까이에 있는 여자가 저밖에 없어서 많이 혼란스러우신 건 알겠는데…….”<br/>“그러면 안 돼요?”<br/>“네, 그게 말이죠.”<br/>키릴이 말의 목덜미를 잡고 가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동자가 유리창에 비친 회색 하늘 같다. 이렇게 깨끗하게도 빛날 수 있는 눈이란 걸 처음 깨달았다.<br/>“사실 저도 주변에……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br/>로이드가 유일하게 손을 대지 않은 건 엘린뿐이었다. 아마 그를 어릴 때부터 키워주던 사람이라 차마 죽일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br/>자신 때문에 누군가 죽을까 봐 혼자서 커피를 사러 가지도 못했고, 말을 섞을 수도 없었다. 모든 건 엘린을 통해서 이야기했다.<br/>그는 가연이 오랜만에 말을 섞는 낯선 타인이었다.<br/>“나는 당신도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br/>어차피 벗어날 수 없다면 그도 끌어들여서 사실 둘 다 자멸해도 좋다고 생각했다.<br/>그 생각이 바뀐 건, 그가 잡화점에서 들고 나온 작은 상자를 보고 난 뒤부터였다.<br/>“그러니까 내 곁에 꼭 붙어 있어요.”<br/>자신은 죽지 않는단 말을 키릴이 돌려서 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말을 덧붙였다.<br/>“내가 지옥에 가도 끌고 갈 수 있게.”<br/>“왜 저까지 같이 지옥에 가는 거죠?”<br/>“가까이에 있는 게 당신뿐이니까요.”<br/>청혼을 하는 것처럼 달콤하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이 해맑았다.
1. 작품 소개“내가 잡은 사냥감은 눈 밖으로 절대, 안 내놓거든요.”제게 집착하는 의붓오빠를 피해다니던 가연은, 그보다 더 미친 자를 마주하게 된다. 잘생긴 미친놈, 키릴 벨로프. 러시아 대통령이자 마피아 보스인 벨로프의 차남인 키릴은, 첫 만남에서 그녀에게 러시아 망명서류를 내민다. 그런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이미 사냥은 시작된 후다!“내 곁에 꼭 붙어 있어요.”그리고 무시무시한 말을 덧붙였다.“내가 지옥에 가도 끌고 갈 수 있게.”“왜 저까지 같이 지옥에 가는 거죠?”“가까이에 있는 게 당신뿐이니까요.”2. 미리 보기시베리아의 설원을 닮은 하얀 백마가 푸르르 투레질을 했다. 푸욱푸욱, 내쉬는 하얀 콧김이 공기 중에 흐트러졌다.백마 두 마리를 나란히 끌고 온 별장지기가 그보다 좀 더 몸집이 작은 백마를 그녀 쪽으로 가져왔다.“부인께서 타시던 말이 낳은 새낍니다.”무뚝뚝하게 나이 든 그가 설명을 덧붙였다. 조금 멀리 나갈 거라며 사냥개는 두고 두 사람만 움직이기로 했다.가죽끈을 단 총을 어깨에 차고 안톤이 준비해준, 배고플 때 말에 탄 채 씹을 수 있는 육포와 랩에 싼 샌드위치를 안장 옆 주머니에 넣었다.카를레나의 옷은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 품이 커서 몇 번을 접어 입었다. 하지만 보온성만은 뛰어나고 다른 선택지도 없어 가연은 그냥 그 옷을 입기로 했다.“이건 여기까지 올리고. 나뭇가지에 스칠 수도 있거든.”“저도 숲에서 사냥해봐서 그 정돈 알아요.”“상처 날까 봐. 말 타면서 서면 거기가 끊어질 것 같거든요. 말이 달릴 때마다 자지를 씹어 먹는 기분이야.”가연의 귀 끝까지 붉어졌다.“상상했어요?”상상이 됐다. 게다가 그 상상 속에서 말을 타는 키릴이 알몸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이 남자의 알몸을 봐도 너무 많이 봤다. 하루라도 보지 않은 날이 사실 없었다.이러다 정말 그가 다음에 섹스하자고 말한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아서 무서웠다.“내 생각보다 더 음란하게 한 것 같은데.”담백한 얼굴의 그가 드러난 가연의 귀 끝을 손으로 문질렀다.“어느 쪽으로 가면 되죠?”애써 화제를 돌리면서 가연이 벌써 어둑해지는 숲을 바라봤다. 그는 사냥하기 좋은 날이라고 했지만 자신이 볼 땐 전혀 아니었다.꾸물거리는 하늘은 금방이라도 뭘 쏟아낼 것처럼 구름이 빠르게 움직였고, 바람은 바깥으로 드러나 있는 살점을 엘 듯이 불어왔다.러시아는 원래 이런 곳이니 적응하는 게 맞겠지만, 사실 이런 날은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키릴이 숲으로 빠지는 여러 갈래의 길 중 아주 어두운 곳을 가리켰다.“여기서 서쪽으로 20킬로미터 지점은 야생 호랑이 서식지거든요. 저쪽은 순록 서식지.”그가 가리킨 곳은 가깝게 여겨질 만큼 붙어 있었다. 곰도 모자라 이제는 호랑이를 마주하게 생겼다. 가연이 어깨에 걸린 총의 손잡이를 꽉 쥐자 키릴이 낮게 웃었다.“순록의 머리를 선물할게요.”“네?”가연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묻자 그가 말했다.“옛날에 이쪽을 떠돌던 유목민들은 순록의 머리를 잘라 상대에게 선물했거든요.”“무슨 상대요?”“구애상대. 잠자리를 하고 싶은 상대.”약간 비뚤어진 가연의 모자를 바로 해주면서 그가 단숨에 그녀를 들어 안장에 앉혔다.“그리고 씨를 뿌리고 싶은 상대.”“……지금 가까이에 있는 여자가 저밖에 없어서 많이 혼란스러우신 건 알겠는데…….”“그러면 안 돼요?”“네, 그게 말이죠.”키릴이 말의 목덜미를 잡고 가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동자가 유리창에 비친 회색 하늘 같다. 이렇게 깨끗하게도 빛날 수 있는 눈이란 걸 처음 깨달았다.“사실 저도 주변에……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로이드가 유일하게 손을 대지 않은 건 엘린뿐이었다. 아마 그를 어릴 때부터 키워주던 사람이라 차마 죽일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자신 때문에 누군가 죽을까 봐 혼자서 커피를 사러 가지도 못했고, 말을 섞을 수도 없었다. 모든 건 엘린을 통해서 이야기했다.그는 가연이 오랜만에 말을 섞는 낯선 타인이었다.“나는 당신도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어차피 벗어날 수 없다면 그도 끌어들여서 사실 둘 다 자멸해도 좋다고 생각했다.그 생각이 바뀐 건, 그가 잡화점에서 들고 나온 작은 상자를 보고 난 뒤부터였다.“그러니까 내 곁에 꼭 붙어 있어요.”자신은 죽지 않는단 말을 키릴이 돌려서 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말을 덧붙였다.“내가 지옥에 가도 끌고 갈 수 있게.”“왜 저까지 같이 지옥에 가는 거죠?”“가까이에 있는 게 당신뿐이니까요.”청혼을 하는 것처럼 달콤하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이 해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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