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9.11.08
그 집은 겨울과 함께 찾아왔다.<br/>10미터쯤 떨어진 거리에, 이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적당한 그 거리에.<br/><br/>“대체 왜 온 거지, 이 동네에?”<br/><br/>집주인이 될 남자가 누군지 모르지 않았다.<br/>친근하게 다가가 알은척을 하기엔 속이 부대낄 정도로 낯설고, 시종일관 냉랭하게 외면하자니 그것 또한 어색하다.<br/>무엇보다, 늘 도망치고 싶은 기억의 한 부분에 그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다.<br/><br/>“나 모르겠어?”<br/><br/>양심에 찔릴 정도로 환하게 웃던 그가 초연의 아래위를 훑으며 입을 뗐다.<br/>왜 모르겠어요, 그렇게 화려한 얼굴을. 모른 척하고 싶을 뿐이지.<br/><br/>“아까도 창문으로 다 보고 있던데, 나 알아본 거 아니었어?”<br/><br/>변함없이 올곧고 다정한 눈빛과 마주하니 그때처럼 묘한 반발감이 일었다.<br/><br/>“어쩌라구요?”<br/><br/>가장 싫어하는 계절에, 그가 다시 나타났다.<br/>잊는 것에 성공한 줄 알았던 무거운 추억과 기억이 날카로운 창살처럼 그녀의 폐부를 찔렀다.<br/><br/>* * *<br/><br/>“난 연애 안 해요.”<br/>손전등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눈보라가 바닥이 아니라 가슴으로 떨어지는 듯했다.<br/>“그래서 윤정한 씨의 고백을 받아 줄 수 없어요. 대신에 다른 건 할 수 있어요. 연애 말고 다른 거요.”<br/>“뭔데, 그게.”<br/>“나하고 섹스할래요?”<br/>갑자기 온몸이 떨릴 만큼 강한 추위가 느껴졌다. 밤바람이 좀 전보다 더 거칠고 사납게 일렁거렸다.<br/>그의 수많은 겨울, 그 어느 한 순간이 아프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 집은 겨울과 함께 찾아왔다.10미터쯤 떨어진 거리에, 이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적당한 그 거리에.“대체 왜 온 거지, 이 동네에?”집주인이 될 남자가 누군지 모르지 않았다.친근하게 다가가 알은척을 하기엔 속이 부대낄 정도로 낯설고, 시종일관 냉랭하게 외면하자니 그것 또한 어색하다.무엇보다, 늘 도망치고 싶은 기억의 한 부분에 그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다.“나 모르겠어?”양심에 찔릴 정도로 환하게 웃던 그가 초연의 아래위를 훑으며 입을 뗐다.왜 모르겠어요, 그렇게 화려한 얼굴을. 모른 척하고 싶을 뿐이지.“아까도 창문으로 다 보고 있던데, 나 알아본 거 아니었어?”변함없이 올곧고 다정한 눈빛과 마주하니 그때처럼 묘한 반발감이 일었다.“어쩌라구요?”가장 싫어하는 계절에, 그가 다시 나타났다.잊는 것에 성공한 줄 알았던 무거운 추억과 기억이 날카로운 창살처럼 그녀의 폐부를 찔렀다.* * *“난 연애 안 해요.”손전등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눈보라가 바닥이 아니라 가슴으로 떨어지는 듯했다.“그래서 윤정한 씨의 고백을 받아 줄 수 없어요. 대신에 다른 건 할 수 있어요. 연애 말고 다른 거요.”“뭔데, 그게.”“나하고 섹스할래요?”갑자기 온몸이 떨릴 만큼 강한 추위가 느껴졌다. 밤바람이 좀 전보다 더 거칠고 사납게 일렁거렸다.그의 수많은 겨울, 그 어느 한 순간이 아프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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