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8.05.02
“하경 씨한테는 내가 퍽 우습게 보였나 봐.”<br/>“네?”<br/><br/>하경은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소파에 기대앉은 남자를 쳐다보았다. 담담한 표정이었고 언성을 높인 것도 아닌데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br/><br/>“느닷없이 내 집에 무단 침입을 해서 나를 덮쳐 놓고 이제 와 실수라?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br/>“덮, 덮쳐요? 제, 제가 이사님을요?”<br/><br/>억울해서 눈물이 다 찔끔 날 판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건, 이 남자가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다는 거였다. <br/><br/><br/><br/><본문 중에서><br/><br/><br/>영화에도 예고편이라는 게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려면 최소한 전조 증상이라는 게 있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의 행동은 지나치게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그는 그녀만큼이나 떨고 있었다.<br/><br/>“이, 이사님?”<br/>“음.”<br/>“추우세요?”<br/>“얼어 죽겠어.”<br/><br/>얼어 죽어?<br/>물론 바깥 날씨는 폭설에 혹한이라고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댈 만큼 전에 없이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의 집 안은 들어오는 순간,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정말 많이 안 좋은가 보다.<br/><br/>“저, 저 좀 놔주시면 금방 앰뷸런스라도 부르겠습니다. 좀 놔주시면요.”<br/>“너만 얌전히 있으면 될 것 같아. 그놈의 이사님 좀 그만 찾고.”<br/><br/>그녀를 안고 있는 몸의 체온이 조금 서늘하게 느껴졌다. 꼭 얼음물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br/>왜 그런지 그 순간에 하경은 그를 꼭 안아 주고 싶었다. 그녀는 꼼지락거리던 것을 멈추고 잠시 그대로 그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br/>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용기를 내서 살짝 위를 올려다보자 반듯한 턱과 입술이 보였다. 기분 탓인지 아까보다는 혈색이 좀 돌아온 듯 보였다.<br/>그 순간, 그의 입술이 살짝 웃는 것처럼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가 파고들 듯 하경의 목덜미 쪽으로 얼굴을 넣었다. 어른 남자 특유의 까칠한 턱이 목덜미의 여린 살갗에 닿아 미끄러지듯 움직이자, 등 뒤로 짜르르 전기가 오른 듯했다. 그녀는 흠칫 놀라 버둥거렸다.<br/><br/>“이사님. 왜, 왜 이러세요.”<br/><br/>그의 입술이 마치 키스라도 하듯이 그녀의 목덜미에 밀착되었고, 하경은 떨리는 숨을 깊이 삼켰다.<br/><br/>“알고 싶어?”<br/><br/>다시 심장이 쿵쾅거리고 과호흡이 올 것처럼 숨이 가빠졌다.<br/>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낮게 울리며 다정하기 짝이 없지만, 그게 다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의 기묘한 눈빛이 마치 금방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것처럼 빛났기 때문이었다.<br/><br/>“네?”<br/>“내가 하경 씨한테 왜 이러는지, 알고 싶으냐고.”<br/><br/>아주 맛있는 것을 쳐다보며 입맛을 다시듯, 그의 목울대가 꿀꺽 넘어갔다.<br/><br/>“네, 아니…… 아마도요?”<br/><br/>그런데도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언제나 그의 마음이 궁금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설렘에 가까웠다.<br/>그녀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가 미소를 지었다. 붉은 입술 사이로 희디흰 이가 어둠 속에서도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br/>그녀를 꽉 끌어안은 몸은 돌처럼 매끈했다.<br/>그를 볼 때마다 느꼈던 아주 커다란 퍼즐의 기묘한 조각이 슬금슬금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하경의 시선이 천천히 그의 등 뒤로 넘어갔다.<br/>벽을 타고 일렁이던 성록의 그림자가 천장을 향해 점점 더 커졌다. 잠깐은 건물 밖에 차가 지나가며 헤드라이트라도 비추는 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골목은 고요했다. 그림자는 꿈틀거리는 커다란 무엇의 형태를 띠고 이내 천장을 뒤덮었다.<br/><br/>“헉!”<br/><br/>눈앞의 비현실적인 광경에 온몸의 털들이 일제히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크게 치뜬 눈을 깜빡거리지도 못한 채, 공포에 질려 갔다.<br/><br/>“하…… 이게 무슨.”<br/><br/>그가 고개를 들었고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쳤다.<br/><br/>“겁먹었네.”<br/><br/>그가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br/><br/>“이…… 이사님.”<br/>“참견하는 거, 좋아하지?”<br/><br/>그가 입술을 귓가에 바짝 붙이고 조용하게 말했다.<br/><br/>“그럼 참견해 봐.”
“하경 씨한테는 내가 퍽 우습게 보였나 봐.”“네?”하경은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소파에 기대앉은 남자를 쳐다보았다. 담담한 표정이었고 언성을 높인 것도 아닌데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느닷없이 내 집에 무단 침입을 해서 나를 덮쳐 놓고 이제 와 실수라?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덮, 덮쳐요? 제, 제가 이사님을요?”억울해서 눈물이 다 찔끔 날 판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건, 이 남자가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다는 거였다. <본문 중에서>영화에도 예고편이라는 게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려면 최소한 전조 증상이라는 게 있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의 행동은 지나치게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그는 그녀만큼이나 떨고 있었다.“이, 이사님?”“음.”“추우세요?”“얼어 죽겠어.”얼어 죽어?물론 바깥 날씨는 폭설에 혹한이라고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댈 만큼 전에 없이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의 집 안은 들어오는 순간,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정말 많이 안 좋은가 보다.“저, 저 좀 놔주시면 금방 앰뷸런스라도 부르겠습니다. 좀 놔주시면요.”“너만 얌전히 있으면 될 것 같아. 그놈의 이사님 좀 그만 찾고.”그녀를 안고 있는 몸의 체온이 조금 서늘하게 느껴졌다. 꼭 얼음물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왜 그런지 그 순간에 하경은 그를 꼭 안아 주고 싶었다. 그녀는 꼼지락거리던 것을 멈추고 잠시 그대로 그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용기를 내서 살짝 위를 올려다보자 반듯한 턱과 입술이 보였다. 기분 탓인지 아까보다는 혈색이 좀 돌아온 듯 보였다.그 순간, 그의 입술이 살짝 웃는 것처럼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가 파고들 듯 하경의 목덜미 쪽으로 얼굴을 넣었다. 어른 남자 특유의 까칠한 턱이 목덜미의 여린 살갗에 닿아 미끄러지듯 움직이자, 등 뒤로 짜르르 전기가 오른 듯했다. 그녀는 흠칫 놀라 버둥거렸다.“이사님. 왜, 왜 이러세요.”그의 입술이 마치 키스라도 하듯이 그녀의 목덜미에 밀착되었고, 하경은 떨리는 숨을 깊이 삼켰다.“알고 싶어?”다시 심장이 쿵쾅거리고 과호흡이 올 것처럼 숨이 가빠졌다.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낮게 울리며 다정하기 짝이 없지만, 그게 다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의 기묘한 눈빛이 마치 금방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것처럼 빛났기 때문이었다.“네?”“내가 하경 씨한테 왜 이러는지, 알고 싶으냐고.”아주 맛있는 것을 쳐다보며 입맛을 다시듯, 그의 목울대가 꿀꺽 넘어갔다.“네, 아니…… 아마도요?”그런데도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언제나 그의 마음이 궁금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설렘에 가까웠다.그녀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가 미소를 지었다. 붉은 입술 사이로 희디흰 이가 어둠 속에서도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그녀를 꽉 끌어안은 몸은 돌처럼 매끈했다.그를 볼 때마다 느꼈던 아주 커다란 퍼즐의 기묘한 조각이 슬금슬금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하경의 시선이 천천히 그의 등 뒤로 넘어갔다.벽을 타고 일렁이던 성록의 그림자가 천장을 향해 점점 더 커졌다. 잠깐은 건물 밖에 차가 지나가며 헤드라이트라도 비추는 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골목은 고요했다. 그림자는 꿈틀거리는 커다란 무엇의 형태를 띠고 이내 천장을 뒤덮었다.“헉!”눈앞의 비현실적인 광경에 온몸의 털들이 일제히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크게 치뜬 눈을 깜빡거리지도 못한 채, 공포에 질려 갔다.“하…… 이게 무슨.”그가 고개를 들었고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쳤다.“겁먹었네.”그가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이…… 이사님.”“참견하는 거, 좋아하지?”그가 입술을 귓가에 바짝 붙이고 조용하게 말했다.“그럼 참견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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