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4.02.24
무명씨. 그에게도 명씨가 없을 리는 없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의 이름을 내놓기가 어려운 것뿐이다. 이미 이름을 말하지 아니하니, 그의 고향을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 만 그가 조선 사람이었던 것만 알면 그만이다. 그-무영씨인 그를 편의상 A라고 부르자. A가 열 일곱 살 되던 해에 그의 고향을 뛰어난 것은 까닭이 있다-. 아버지가 애매한 죄에 몰려서 감사 모에게 갖은 악형을 당하고, 수천석 타작하던 재산의 대부분을 빼앗긴 것을 알게 되매, 분을 참지 못한 것이었다. 그때에는 나라 정사가 어지러워서 당시 정권을 잡았던 M씨 일족이 감사요, 목사요 하고 전국에 좋은 벼슬을 다 차지해 가지고 양민을 잡아들여서는 재물을 빼앗기를 업을 삼을 때다. 서울에 큼직만한 집의 기앗장이 이렇게 빼앗아 올린 양민의 피 아닌 것이 얼마나 되나, A는 일본으로 뛰어가서 얼마 동안 준비를 해가지고 동경의 육군 사관 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때 육군사관학교에는 A밖에 B,C,D,E,F의 무명씨들이 십여인이나 유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개 나이가 비등하고 또 일본에 온 동기도 대동소이 하였다. 지금은 비록 천하를 말하고 국가를 논하지마는, 애초에 집을 떠난 동기는 대개는 권문세가에 원통한 일을 당한 집 자재로서, 한 번 톡톡히 원 수를 갚고 설치를 하자는 것이었다. B는 양반에게 선산을 빼앗겼고, C는 그 아버지가 양반에게 수모를 당하였고, D는 그 아버지가 양반에게 재산을 빼앗겼고 등등. 그러나 그들이 육군 사관학교에 다니는 동안에 일본군인의 의기와 애국심을 보고는 처음 오던 조그만한 동기를 버리고 천하, 국가를 경륜하고 큰 뜻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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