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5.05.04
『서해식당』은 한 장소에 모인 인물들의 얘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 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네 편의 소설은 모두 2000년대 초반을 시대적인 배경으로 해서, 현대 사회의 복잡함과 그 속에 존재하는 개인적, 사회적 인간의 고독에 대한 성찰을 각각 사실적인 묘사와 독백 형식으로 그려낸 것으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가슴과 눈, 후각까지 확대하여 감상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소설 속으로쉰은 넘었을까. 햇볕에 그을린 듯, 피부가 까맣고, 얼굴의 주름이 깊은 여자가 물컵과 주전자를 내려놓았다. 그는 소주 한 병과 적당한 안주를 알아서 달라고 했다. 여자는 그의 말에 낙지와 아침에 캐온 조개가 싱싱하다고 알려주었다. 그는 그 중에서 낙지를 달라고 했다. -「서해식당」아내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기도라도 하는 듯 했다. 갑자기 측은한 감정 같은 것이 슬쩍 그의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그는 잠시 뒤, 아내 옆에 따라 누웠다. 그가 옆에 눕는데도 아내는 그냥 꼿꼿하게 누운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서해식당」미금역에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키 큰 학생들 십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서 버스에 탔다. 그들에게선 성인이 되기 전에 한창 피어오르는 불안정한 호르몬의 냄새가 난다. 버스에 타자마자 그들은 큰소리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너무나 단조로운 시선」소년은 서서 손잡이를 잡고 차창 밖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버스 운전사는 인내를 가지고 흙먼지 사이로 헐레벌떡 달려오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너무나 단조로운 시선」 정인태는 달콤한 냄새를 따라 가족들과 식당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알람시계 소리에 귀가 번쩍 놀라 잠을 깨었다. 밤새 차였던 이불을 끌어 당겨 머리 위로 뒤집어쓴다. 온몸을 한껏 웅크리며 구부렸다.-「밥」한 마리 햄스터가 찢어진 쇼핑 봉투에 담겨져 있었다. 아이들 말로는 누가 버리고 갔다고 했다. 아마 병이 들어서 햄스터의 짝이 죽어 버렸고 혼자 남은 걸 버리고 갔다는 것이었다. 햄스터를 유독 싫어했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민호가 키우고 싶어 졸라도 더럽고 징그러운 쥐 같아서 도저히 집에서 키울 수 없다고 사주지 않은 적이 있었다. -「밥」선영은 차 유리문을 반 쯤 내린다. 열린 차문으로 안개는 비가 되어 날아 들어온다. 그녀의 맨살에 차갑게 닿는다. 신선한 해방감이다. 입술에서 감지되는 작은 물방울 하나, 혀로 핥아낸다. 지퍼가 덜 채워진 옷가방에서 하얀 옷자락이 삐져나와있다. 그녀의 실크 잠옷자락이다. 선영의 머릿속으로 어제 뻣뻣하게 굳어버린, 토끼의 하얀 몸이 떠오른다.-「빈 의자를 찾다」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였을까. 선영은 터널 속을 빨리 빠져나와야 안심이 되었다. 차라리 산촌 마을의 어느 집 처마 밑에 바짝 말라 더 말릴 것도 없이 매달린 옥수수 무더기를 구경하며, 하얀 구름이 걸린 산꼭대기에 차가 위험스럽게 대롱대롱 매달려가는 기분이 더 나았다. -「빈 의자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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