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수 장편소설 재이. 분권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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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수 장편소설 재이. 분권5권
교보문고
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7.05.11
작가의 말 스물하나. 교정의 벚나무와 목련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있었다. 정오의 팽팽한 공기 속에 심심해서 미치겠다고 중얼거렸다. 심심하다는 말은 뭔가 빠져 있다는 심중의 말이기도 했다. 결핍. 그것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그때 재이를 만났다. 오늘 숲 속의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침의 느릿한 공기를 휘젓는 뻐꾸기 소리를 들었다. 뻐꾹 뻐꾹 뻐꾹……. 천만 년 전부터 그렇게 노래하고 있었을 것 같은 뻐꾸기 소 리였다. 충만. 그저, 오랫동안,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충분히 충만했다. 키 큰 나무들의 가지와 이파리들 잔풀과 잔꽃과 잔나무들 또, 땅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드는 나무뿌리들까지 뻐꾸기 소리에 충분히 충만해지는 아침이었다. 스물하나. 그때 나는 재이가 늘 궁금했다. 늘 재이를 만나고 싶었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닐수록 더욱 결핍해지던, 속수무책의 재이. 그런 재이가 안쓰러웠고 그런 재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 역시 그때는, 재이였다. 지금, 다시 정오다. 벚나무와 목련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재이를 오래오래 응시하고 싶다. 정오를 지나 저녁이 되고 밤을 지나 아침이 되는 것처럼 도시를 지나 숲 속 나무 의자에 앉아 뻐꾸기 소리를 듣는 재이를 만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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