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8.09.18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탁월한 번역가, 신화 연구가, 고(故) 이윤기 작가. 작가정신에서는 이윤기 작가 타계 8주기를 추모하여, 그가 생전에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온 소설, 에세이, 인문(신화)의 세 분야의 대표작 3종(『진홍글씨』, 『이윤기가 건너는 강』,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을 개정하여 출간하였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각 작품에 실린 의미를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감각으로 재해석하되, 이윤기 작가의 전방위적 사유와 인문 정신이 오롯이 담긴 표지와 판형으로 재단장했다.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의 세계를 남성 작가로서는 이례적으로 파헤치고 고발한, 선구적인 페미니즘 보고서 『진홍글씨』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조화’라는 미명으로 존재하는 균형이 기실 허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낸 작품이다. 첫머리에 “‘A’는 ‘간음Adultery’의 두문자 ‘A’가 아니다. ‘A’자는 ‘아마존Amazon’의 두문자 ‘A’다”라는 자기반성적인 논리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유방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선입견을 제시하는 초반부를 필두로, 삶에 숨어 있는 문화적·신화적 상징들을 분석해나감으로써 이 세계가 여성에 대해 얼마나 억압적인지를 철저하게 까발린다. 나아가 급작스러운 파국을 제시함으로써, 여성에게 유달리 더 섬세하고 사려 깊은 남성조차 기존의 양성 간 불편등한 섹슈얼리티 착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남성의 물리적 폭력만 없으면 여성억압이라는 현실이 가려지리라는 허위의식을 꿰뚫고, 문화적·관습적으로 뿌리깊이 자리잡아온 상징들 속에 숨은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는 것이다. 다수의 페미니즘 소설들이 등장한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이윤기 작가가 놀라우리만치 정확한 선견지명을 보여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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