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21.06.23
하루아침에 직장과 여친을 모두 잃은 서재하.
현실 도피로 한때 즐겨 하던 게임에 접속하지만,
유저들에게 고인 물보다 더한 썩은 물이란 조롱만 듣는다.
결국, 컴퓨터를 강제 종료시킨 재하는
분노에 떨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사고까지 겪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RPG 게임 ‘불의 꽃’의 엑스트라 캐릭터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주인공의 첫사랑이자 훗날 각성을 위해 희생되는 제물로!
‘씨, 뭐야……! 내가 정말 라멜이 됐다고?’
게임 속 인물에 빙의되었다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도 잠시.
재하, 아니 라멜은 살기 위해 도망칠 계획을 짜는데…….
***
“농부와 도망갈 생각이었나? 몇백 년 만에 나타난 제물인 네가?”
낮고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이렇게 가까워진 건지, 디아스가 몸을 수그린 채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어이구, 도망이라뇨. 어찌 그리 가당하지 않은 말씀을…….”
나는 생존 본능이 시키는 대로 일단 발뺌하는 말부터 내뱉고 봤다. 그러자 디아스의 미간이 움찔했다.
“제보가 들어왔는데.”
“……제보요?”
“네 정신이 온전치 않다더군. 제물이 되는 게 두려워서 자기가 다른 인격이 되었다고 믿는 것 같다던가. 사고를 칠지도 모르겠다던데.”
“그럼, 그럼 저는 어떻게…….”
“이상을 확인했으니 성으로 데려가는 게 안전하겠지.”
나는 돌바닥을 향해 내리깔았던 눈을 커다랗게 치켜뜨며 경악한 얼굴로 디아스를 올려다봤다.
“지금 저를 성으로 데려가겠다는 말씀이신가요? 바로?”
“제물이 도망가는 위험을 감수할 바에야 미리 성에서 지켜보는 편이 좋겠지.”
디아스는 그렇지 않냐고 의견을 묻듯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건 당신 생각이고!
“그럴 수는 없어요. 전 제물이 되고 싶지 않아요.”
여태껏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싸질렀다.
어차피 나한테 첫눈에 반했을 텐데, 뭐.
“사실은 제가…… 미래를 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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