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21.07.26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만년필이 고장 나자 유명한 수리사를 찾아 남해의 소도시 해진으로 온 승경.
9년 전에 스친 인연을 만나 하루를 보내는데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며 그의 평온한 일상을 흔든다.
엇갈렸던 인연에게 찾아 온 두 번째 기회.
고마워요, 나에게 도착해 줘서.
***
“손 줘 봐요.”
보얀 손바닥이 그의 앞에 내밀어졌다. 승경은 손바닥 한가운데 모래알을 얹었다.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현소가 그를 쳐다봤다.
“실은 국수 가게 앞에서 헤어지고 난 다음에 서울로 올라가려고 했어요.”
“그런데요?”
“어떤 생각에 붙들렸어요.”
승경의 가슴에 뭉근한 열기가 번져 갔다.
“세상엔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 무수한 사람들 중에 뉴욕에서의 사고를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이에요.
아프다고, 위로해 달라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 마음의 상처를 내보일 때 동정이 아니라 이해를 해 줄 사람. 그런 사람이 내겐 세상에 단 한 명이에요. 이현소 씨.”
“그래서요?”
“그 사실이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찮아도 유일한 관계겠죠. 그 모래알처럼.”
“내가 하찮아요?”
현소의 콧등이 얄밉게 찡그려졌다.
“사람 말을 듣고 요점을 놓치는 재주가 탁월하네요.”
그의 핀잔에 현소가 웃었다. 하르르 바람을 물들이는 웃음이 눈물겨웠다.
“내가 현소 씨에게 그 모래알 같은 사람이어도 좋겠어요. 하찮아도 유일한.”
현소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승경은 물기 머금은 시선을 붙들었다.
“이 정도면 고백으로 인정되나요?”
일러스트: 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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