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6.09.09
“오랜만이야, 정은채. 3년 만인가.”
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 같았다. 눈앞에 닥친 현실이 말도 안 되는 환상인 것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환상이 더 나았을 것이다.
“여전히 예쁘네, 정은채. 눈도, 코도, 여전히 위험할 정도로 예뻐. 내가 그동안 상상했던 네 모습 그대로야.”
“…이해준.”
“잘 생각해. 마지막 기회잖아. 너로선 부족했던 것들, 그것을 내가 채워 줄 수 있어. 비로소 완벽해지는 거지. 그것으로 돈도, 사람도, 판세도 모두 움직이게 될 거야.”
이번에 또 회사가 어렵다고 자신이 배신한 그에게서 도움을 받으라니. 말이 안 되는 거다. 제정신이면 할 수 없는 일이고. 너나, 나나…! 은채의 목소리가 점차 격해져 갔다.
“내게 이런 식으로 고통 주고 싶니? 버리고 간 남자에게 비굴하게 도움받아 가며 끝없이 죄책감에 휩싸이라고? 그래서? 몸이라도 주면 되니? 지금 네 앞에서 옷이라도 벗어 줄…”
“입 다물어, 정은채.”
그녀의 말을 말없이 들어 주던 해준이 싸늘하게 일갈했다. 은채와 달리 흔들림 하나 없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깨졌다.
“내가 이 계약의 우위에 있는 만큼, 내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야 할 거야.”
***
“범해져도 좋아. 너라면, 그게 뭐든 좋아.”
좋다. 미치도록 좋아. 이 감각을 그녀 역시 오래도록 갈구했다. 아집을 버리고 나니, 지독할 만큼 솔직한 감정이 욕망을 타고 분출됐다. 더 강렬히, 더 뜨겁게. 이대로 타 버려도 좋을 만큼, 나는 네 품 안에 있고 싶다.
“위험한 발언이야. 그럼 정말 뭐든 하고 싶어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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