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니은작가님, 안녕하세요! 인터뷰 시작 전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바니와 오빠들>을 연재하고 있는 니은이라고 합니다.
<바니와 오빠들>은 제가 외동아들 하나 있는 아들맘이지만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용으로 꾸린 순정 장르의 웹툰입니다. 인터뷰와 더불어 잘 부탁드립니다!
[About 니은]
Q. 프로 주부 양성을 위한 고등학교 <본격 주부고등학교>에 이어 <바니와 오빠들>까지,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학원물에 탁월한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학원물을 사랑하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학교라는 무리생활이 모두에게 공통적인 경험이기 때문에가 두 번째 이유고요, 첫 번째 이유는… 제가 이 나이대의 아이들을 너무 사랑합니다.
모든 경험이 값진 나이입니다. 성장을 위한 실패마저 빛이 나구요.
지금 그리는 나이대(20대 초중반)까지는 실수해도 어설퍼도 너무 귀여워요. 하지만 그 이상의 나이에서는…
학원물 캐릭터까지가 제가 사랑스러움을 담아 그릴 수 있는 나이대 같습니다.
Q.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시면서 예명이 바뀌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학원+주부 혼합 개그물인 <본격 주부고등학교>에서는 아줌마인 저의 정체성을 드러내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목적으로 예명을 ‘나줌마’로 올리게 되었구요. 캠퍼스물인 <바니와 오빠들>에서는 아줌마라는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나줌마’라는 이름을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데뷔작인 <본격 주부고등학교> 전부터 ‘니은’이라는 이름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줌마’라는 예명이 <본격 주부고등학교>를 위한 이벤트성 예명이라는 느낌입니다.
Q. <바니와 오빠들>에 등장하는 너무나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감탄하는 한편, 작가님의 대학 생활이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작가님은 대학 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학 시절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저 왠지 이 질문을 무척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대학 생활을 참 허접하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대학 생활 묘사 부분에서 공감받거나, 제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알 것 같다는 반응을 얻을 때가 있어 너무 다행이었어요.(제가 다닌 학교가 아니었지만ㅎㅎ)
저는 출석을 참 안 하는 학생이었고, 학사경고도 받았고요. 학교행사는 당연히 잘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수능 치는 3학년이 단 3명이었던 여상에서 4년제 대학에 간 터라 적응을 못 했어요. 모든 학기 학자금 대출을 받고 징검다리 휴학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환경도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학 시절 에피소드는… 비밀입니다. 원고에 그려버렸기 때문입니다…

Q. 작품을 보고 대학을 휴학하고 연재하시거나, 최소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신 분일 줄 알았는데 결혼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쉬는 날에는 보통 어떻게 지내시나요? 혹시 대학생 사찰하시나요…?(농담입니다)
A. 졸업도 아니고 4학년 앞두고 제적이 됩니다만…하하… 대학이라는 교육기관과 저는 굉장한 시간적 거리가 있답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에요… 원고 하는 동안은 다른 엄마들만큼 아이를 챙겨줄 수가 없어서요, 쉬는 시간이 생기면 꼭 아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거창한 이벤트 아니라도,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좋아해 주고 저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 시간입니다.
Q. 작가님의 작업 프로세스도 궁금합니다. 작가님만의 작업 순서가 있을까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꼭 해야만 하는 의식(?) 같은 게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작업 순서는 다른 작가님들과 비슷한 것 같아요.
글 콘티 > 그림 콘티 > 배경 배치 > 스케치 > 펜선 > 채색 > 최종 식자 > 후보정 과정입니다.
꼭 해야만 하는 의식은 따로 없고, 오랜 시간 집중하기 위해서 최대한 편한 옷, 최대한 편한 머리, 배부르지 않은 배, 카페인 음료 등이 필요합니다:)
[About <바니와 오빠들>]
Q. <바니와 오빠들>은 진짜 보면서 머리를 박박 쥐어뜯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던 기억이 낭낭한 작품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최고의 로코물 작가이신 니은 작가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로맨스 씬들, 더 나아가 바니의 오빠들이 바니와 독자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씬들은 주로 어떻게 구상하시나요?
A. 즐겁게 봐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연애를 시작할 때 주고받는 시그널과 끼 부림이 주는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었던 초반부였어요.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워낙에 ‘썸’ 자체가 즐거운 행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로맨스 씬들을 저는 ‘킬링 포인트’라고 부르는데요. ‘킬링 포인트’의 구상은 일단 제가 남자 캐릭터의 역할에 이입을 합니다ㅎㅎ 어떻게 하면 바니를 심쿵하게 할 수 있을까를 수시로 고민했고요. 그렇게 저의 빅데이터와 창의력의 합으로 좋은 ‘킬링 포인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잘 살리기 위한 연출을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래도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남자 캐릭터들의 ‘매력 있다’는 설정을 독자님들께서 잘 받아들여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플러팅만 냅다 던지면 그게 바로 ‘픽업 아티스트’가 되는 거구요…
한동안 진행 분량에서 ‘킬링 포인트’를 살려줄 자리가 없었던 것이 섭섭하네요. 재미있는데…
Q. 대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정말 많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많은 등장인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캐릭터가 정말 입체적인데요, 저는 분명 작가님이 굉장한 ‘인싸’라 아주 다양한 친구들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했답니다.ㅎㅎ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면서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아싸’입니다:) 언제나 주류에 들어본 적이 없어요.
아싸임에도 불구하고 20대 초중반에 사람을 무척 많이 만났었는데요. 학교는 열심히 안 다녔지만, 오히려 학교 밖에서 정말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때의 경험들을 두고두고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장르 특수성입니다.
남자 캐릭터를 작업할 때는 현실의 인물이 떠오르는 설정이되, 순정 장르 캐릭터로서 최저선은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들어갑니다.
바니의 상대 남자 캐릭터들에게 꼭 지켜 주려고 하는 부분입니다. 현실의 이런 타입의 남성들에게서는 도저히 불가한 설정도 만화적 허용으로 밀어붙여요. (그리고 그렇게 만화적 허용이 커진 캐릭터일수록 잔가지가 많아지더라구요.)
저의 소중한 원탑 여주 바니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스스로 생각하는 여성’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점이었습니다.
Q. 위 질문과 이어질 수 있는 질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바니와 오빠들>을 보면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제각각 생각이 깊고 주제가 풍부해, 자연스레 캐릭터마다 대사와 독백 양이 어마어마해진 것 같은데요. 그런데 또 ‘말맛’이 참 찰집니다. 대단한 것은 <바니와 오빠들>에는 글 작가님이 따로 계시지 않고, 글/그림 모두 니은 작가님 혼자 책임지신다는 사실입니다. 매주 이렇게 방대한 양의 스크립트를 쓰시면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스토리를 구상하시면서 가장 막막할 때는 언제인가요?
A. 극찬을 받았네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내용을 쓰고 그린다는 것은 원동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잘 표현되면 또 그만한 뿌듯함이 없는 것 같아요.
스토리 구상하면서 막막할 때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내용에서 ‘아 이 구간 지루하겠다’라고 예상될 때입니다. 최대한 살려보려고 애를 쓰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이 지루함을 타파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마감 내내 괴롭습니다.
대사에서도, 맞습니다. 글 양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바로 긴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요. 그래서 같은 내용이라도 좀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도록 대사와 연출에 신경 쓰는 편입니다. ‘예능 자막’이라는 느낌으로 추임새도 곧잘 붙여주고요.
대사는 멋을 부린 느낌은 피하려고 하고, 일상에서 쓰는 대화를 옮겨온 듯이 쓰고 싶어 합니다. 특히 독백 말투 멋 부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중요한 장면에서 식상한 대사밖에 떠오르지 않을 때는 자괴감이 드는 편입니다.
Q. <바니와 오빠들>의 특징이라면 등장인물들이 모두 ‘반희진’, ‘황재열’, ‘정지원’처럼 본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별명처럼 불린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저는 제리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제리가 당연히 남자 캐릭터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 부분을 의도하시고 별명을 사용하셨던 걸까요? 특별히 의도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장난치는 것을 좋아해서요. 제리를 히든 캐릭터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가 ‘힝 속았지’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이름도 제멋대로 부르고 있는 만화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방금 제멋대로라고는 했지만… 나름의 규칙을 갖고 이름을 짓고 있습니다. 여자 캐릭터는 동물에서 따온 별명을 이름으로 붙여주었었습니다. 그러다가 뒤에 나오는 캐릭터일수록 본명과 비슷한 별명을 이름으로 삼고 있어요.
남자 캐릭터들은 본명의 한 글자만 쓰고 있습니다. 나오는 캐릭터도 많은데 세글자를 다 기억해 주실까? 라는 이유에서였고…
일정 나이 이상이 된 캐릭터들에게는 저도 나름의 예의를 차려서 본명 세글자를 다 써주고 있습니다.
이름을 이렇게 정한데 의도가 있다면 역시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라 이름 기억에 대한 부담을 줄여 드리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 이름이 ‘바니’라고? 이상하지만 기억에는 남아…’를 노린 것인데 잘 됐을까요?
Q. 아쉽게도 <본격 주부고등학교>는 서비스가 종료되어 참고하지 못했지만, 여러 이미지를 찾아본 결과 남자 주인공이 흑발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지금까지 연재된 <바니의 오빠들>을 보면 최종 남주는 원이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원이 역시 흑발입니다. 혹시 작가님은 흑발파이신가요?!
A. 흑발파, 갈발파로 나뉘는 놀이문화(남주 찾기 자체를 여성들의 놀이문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에 공감을 못 했던 저로서
머리 색깔에… 별… 생각이 없습니다.
네…
Q. 시즌1 후기를 보면 원이와 현이만 디자인 모티브가 지워져 있습니다. 혹시 이 자리를 빌려 공개해 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A. 원이는 왕자, 현이는 사냥꾼입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바니 - 토끼, 열 - 여우, 원 - 왕자, 현 - 사냥꾼, 경 - 두부, 랑 - (양의 탈을 쓴) 늑대
입니다.
(여우)열이를 잡는 것은 (사냥꾼)현이, (사냥꾼)현이 보다 위에 있는 것은 (왕자)원이.
그에 따라서… 바니의 상대가 열이->현이->원이로 이어진다는… 저만의 재미 요소가 있었습니다:)
디자인 모티브가 지워진 캐릭터들만 모티브가 사람이라 아무래도 독자님들의 추측이 어려우셨던 것 같아요.
Q. ‘어남열’이었던 독자로서, 전 아직도 열이와의 연애가 너무 그립습니다(?). 바니와 열이가 너무 빨리 헤어지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큰데요, 혹시 열이가 바니를 찾아간 그날 밤, 둘이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을까요?
A. 어남열이셨군요… 죄송한 마음이…ㅠㅠ
바니와 열이는 더 빨리 헤어지게 할 구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담당 피디님의 조언으로 연애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됐고, 그 이상으로 저도 분량 조절을 실패한 구간입니다. 제가 작가고, 제가 계획한 바가 다 있는데, 너무 안 헤어지려고 하더라구요…
아마 그날 둘이 헤어지지 않았다면, 바니가 열이에게 깨는 포인트들을 열이는 이후로도 고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요, 사람은… 바니의 사랑은 식어갈 것이고 결국 헤어지고 나서도… 지금 본편 내용상으로 바니는 열이를 ‘자신을 가장 사랑해 준 남자. 그러나 내가 마무리까지 못 할 짓만 해서 미안해 죽겠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안 헤어지고 계속 사귀었으면 바니는 열이와 결국엔 헤어져서 ‘지긋지긋한 전남친’으로 기억할 거예요.
바니와 열이의 헤어짐에서는 성향이 잘 맞아서 사귄 게 아닌, 연애적 끌림만으로 만난 커플의 헤어짐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Q. 초반에는 그냥 엄청난 폭스인 줄만 알았던 원이는 생각보다 여리고, 순수하고, 아픔이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원이는 어쩌다가 그렇게 완벽한 폭스 스킬을 터득할 수 있었던 건가요?
A. (내가)하면 반드시 먹힐 거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킬을 악착같이 계산하거나 연구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마음에 자신이 부족하면 머뭇거리게 되고, 뚝딱이는 매력이 없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갖고 남캐들을 그려요ㅎㅎ
말씀 주신 원이 캐릭터의 여림, 순수, 아픔 요소는 바니가 원이와 이어지는 과정에서 두드러지도록 그렸는데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바니 또래에 꼬이게 되는 이성의 종류 중 하나를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나한테 잘 맞춰주고, 같이 있으면 웃겨주는 성의 있는 남자. 나이는 많은 데 허술한 포인트가 있어서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남자. 어른스러운 그에게 여리고 순수한 심성이?! 아픈 과거 때문에 힘들다니 나밖에 챙겨줄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알고 보니 그는 돌싱남. (하지만 난 이미 코 꿰여버린…)’
물론 잔가지 같은 표현이었고요, 원이 캐릭터의 주축은 작품 안에서 최고 알파남인 것이 맞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사귀기엔 너무 큰 흠이 있는 원이를 바니가 품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 남자를 여자의 마음에 품게 하는 것은 결국 ‘모성애 자극’이라고 생각해서 ‘플러팅’보다 ‘보호본능 자극’ 쪽으로 무게를 두었습니다.
Q. 매일같이 바니를 태워주는 원이는 차비로 특별한 것을 요구합니다. 바로 외모 칭찬인데요. 이 부분에서 저는 원이가 과거에 외모로 인한 큰 트라우마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ㅎㅎ 원이가 바니에게 특별한 ‘차비’를 요구한 이유는 뭔가요?
A. 그냥 플러팅인데요ㅎㅎ
어떤 수작인지 조금 더 설명하자면, 자기가 남을 설레게 하는 외모를 가진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내 얼굴 더 보라는 뜻. -더 자세히 보라는 뜻. -이 시간 동안 아이컨텍 하자는 뜻. 입니다.
당시 원이는 바니에게 호감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흘리는 행동을 자꾸 하게 되는 거랍니다.
Q. <바니와 오빠들>은 조연 맛집이기도 합니다. 잠깐 등장하는 바니의 카페 알바 동료 ‘밍찌’까지도 상당히 캐릭터 디자인에 신경 쓰신 것 같아 독자로서는 너무나 감사할 따름인데요. 수많은 조연들 중, ‘이 캐릭터만큼은 외전으로 스토리를 더 만들어 보고 싶다’ 하시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A. 캐릭터 디자인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생 스토리로 그리고 싶을 만한 캐릭터라면… 현이입니다.
일단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 쓰임이 아쉬워요!ㅎㅎㅎ
현이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던 것은 ‘여자를 몰랐던 순진한 남자가 변하는 과정’인데요.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는 전체 연령가의 웹툰에서는 부적절한 부분이 있고, 이야기가 길어지면 <바니와 오빠들> 톤에도 맞지 않게 되기 때문에 굉장한 생략이 이뤄졌어요. 이성을 대하는 데 익숙하고, 꼬시는 데 능숙한 남성들을 묘사하는 것에 무엇보다 자신 있어서, 또 가장 재미를 느껴서 (바니와) ‘오빠들’을 선보이게 된 저이기에 정말 즐겁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독자님들께서 많이 찾아주실 내용은 아닌 것 같네요:)
Q. <바니와 오빠들>을 연재하시면 스토리 면에서, 그리고 작화 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씬(혹은 회차)을 하나씩 뽑아 주신다면?
A. 스토리 면에서 마음에 드는 회차로는 132화를 꼽고 싶습니다. 이 설정을 시작부터 비밀에 부치고 견뎌야 했던 긴 시간… 드디어 풀어낼 수 있게 된 시간. 그러나 과거의 사랑을 길게 그릴 수 없기에 최대한 단축해 보여드려야 했고요. 원이의 가장 큰 흠이 되는 과거지만 본성이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도 같이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그리고 나서 정말 개운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단순히 외모가 예쁘다는 칭찬 말고, 진짜 상대에게 바라는 ‘예쁘다’의 뜻이 뭘까를 고민하여 풀었던 63화도 마음에 듭니다. 아참 또 여성들이 바라는 첫 경험은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여 작업했던 83화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고… 제가 욕심이 많네요…
작화가 마음에 들었던 회차는 아예 두 회차를 뽑겠습니다. 작화에 강점이 있는 작품, 작가는 아니기도 하고 저도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그리고 나서 개운했던 회차를 뽑았습니다:)
하나는 99화 열이 우는 파트. 하나는 147화 몇 안 되는 바니와 원이의 스킨십 파트입니다.
99화는 과거 연애에서는 열이 자신이 애인을 질려하는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지금 바니 앞에 자기 모습이 얼마나 매력이 없는지, 눈물을 못 참으면 얼마나 더 질려버리는지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이성이 감정을 통제 못 하고 흘러버리는 남자의 눈물… 남성의 마음에 이입하여 이런 감정은 또 처음 그려보는 경험이기에 즐겁게 그렸던 기억으로 뽑았습니다.
147화는 바니와 원이 연애에서는 스킨십 분량이 참 귀합니다:) 이 둘은 사귀기 전부터 진한 스킨십 분량은 없도록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담아 작화에도 저의 정성을 꾹꾹 눌러 담은 파트라서 뽑았습니다.
<63화 컷> <132화 컷> <99화 컷> <147화 컷>
[Outro]
Q. <바니와 오빠들>을 연재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그리고 반대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A. 뿌듯했던 순간이라면 독자님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맞닿은 내용에 공감했다는 말씀을 받았을 때입니다. 작품에 임하는 저의 포부나 목표에 비해서 실질적인 능력이 부족함을 스스로도 통감하는데요. 그런 부족함에도 공감해 주시고, 위로받았다고 전해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셨기에 저도 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또 콜라보 OST가 나왔을 때도 같이 꼽고 싶습니다. 너무나 대단한 아티스트분들께서 참여해 주셨기에 정말 영광인 순간이었습니다. 아티스트분들의 이름을 방송이나 음원 플랫폼에서 뵐 때마다 늘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찔했던 순간은 역시 마감의 위기 때마다입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아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기면 주간 마감 사이클이 망가집니다. 아파서 결석하는 것은 일도 아닐 정도로 여러 긴급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이라 다시는 겪고 싶지 않네요…
Q. <바니와 오빠들>이 점점 완결에 가까워진다는 소문이 있는데요…!(눈물) 아주 살짝만! 선물 같은 스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이 질문의 대답은 피해도 될까요?
<바니와 오빠들> 연재 중간부터 꾸준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있는데… 그대로 진행해도 될지 생각이 깊어진 터라 스스로도 확정을 못 짓겠습니다. 그래서 독자님들께도 섣불리 말씀을 드리면 안 될 것 같아요ㅠㅠ
Q. 마지막으로 <바니와 오빠들>의 독자님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바니와 오빠들>이 연재됨에 있어서 감사드릴 분들 정말 많지만, 가장 감사드려야 할 분이라면 바로 독자님들입니다. 그리고자 하는 바에 대해 고집을 갖고 임하는 저지만, 독자님들께 영향을 받아 크게 바뀐 부분들 또한 원고 속에 녹아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생각했던 결말, 드리고 싶은 말씀 잘 전달하여 책임을 다하며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