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21.09.29
결혼 두 달 전. 지원은 약혼자의 외도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날 밤, 어쩌다 만난 태조와 즉흥적으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다신 안 볼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 두 사람은 만나게 되고.
태조는 그날 밤 호텔에 두고 간 돈 30만 원이 혹시 화대냐고 물어온다.
지원은 그 돈은 화대가 아닌 순수한 세탁비라고 말한다.
그런 지원에게 태조는 세탁소 쿠폰을 내밀며 말한다.
“근데 셔츠 한 장에 세탁비가 삼만 원이던데.”
“말씀하신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 라.”
태조는 모르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길고 매끈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쓱쓱 매만졌다.
“나머지 이 돈.”
세탁비로 쓰고 남은 돈은 27만 원.
“이 돈이 화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시죠.”
“네?”
“이 돈이 화대가 아닌 세탁비라는 걸, 증명해 보란 말입니다.”
지원이 미간을 찌푸리자, 태조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긴 다리를 성큼성큼 움직인 그는 곧 지원 앞에 섰다.
지원의 시선이 말끔하게 다림질된 셔츠 위에 닿았고, 태조는 그런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말아쥐었다. 태조의 손에 이끌려 시선이 올라가자, 달큼한 음성이 그녀의 귓가에 흘러들었다.
“내 셔츠, 더 더럽혀 보란 얘깁니다.”
“……!”
“그럼 당신 말, 믿어 줄 테니까.”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됐다.
카페에서 커피를 살 때마다 쿠폰을 찍듯,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세탁소 쿠폰에 도장을 찍었다.
하나둘 쿠폰의 빈칸이 사라지고, 어느새 마지막 하나의 빈칸만 남았다.
어쩌다 만난 남자였다.
어쩌다 대화를 나눴고, 어쩌다 술을 마셨고, 또 어쩌다 호텔까지 갔다.
어쩌다 만난 남자와 이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제 하나의 빈칸만이 남았는데, 지원은 그와 만나기 싫었다.
마지막 빈칸에 도장을 찍고 나면 더는 그와 만날 일이 없을 테니까.
지원은 쿠폰의 하나 남은 빈칸을 보며 깨닫는다.
어쩌다 만난 그 남자를
어쩌다 사랑까지 하게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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