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20.04.14
그리스어 원전 번역으로 만나는 자유로운 인간의 원형, 조르바!『그리스인 조르바』가 세상의 빛을 본 지 70여 년, 1975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40여 년 만에 최초로 중역이 아닌 그리스어 원전 번역으로 만나본다. 그리스학에 정통한 전문가로, 그리스 아테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그리스학과 명예교수이자 한국-그리스 협회 회장인 번역자 유재원이 오랫동안 카잔자키스의 전 작품을 연구하고, 실제로 카잔자키스와 조르바의 행적을 짚어 작품 속 공간까지 살펴오며 평생 동안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의 숨결과 문화까지 담아 번역했다. ‘나’는 나와 같은 부류의 책벌레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노동자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 크레타의 갈탄광으로 가는 길에 조르바를 만난다. 그는 겁에 질린 불쌍한 인간들이 마음 놓고 편히 살고자 세워놓은 윤리, 종교, 조국과 같은 장애물을 단번에 깨뜨려 무너뜨릴 웃음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나는 그가 불가리아 반군에 대해서, 갈탄에 대해서, 여자들에 대해서, 하느님에 대해서, 조국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격정에 사로잡혀 더 이상 말만으로 성이 차지 않으면, 그는 벌떡 일어나 바닷가의 굵은 자갈밭 위에서 춤을 추곤 했다. 그는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같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우리 삶을 받아들이고 즐기며, 동시에 묵묵히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사자처럼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심지어 어린아이처럼 매 순간 경탄하고 즐기는 사람이었다. 조국, 관습,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따라 주저 없이 행동하며, 하느님과 악마에게도 당당히 맞서는 조르바. 나는 많은 순간, 최고의 미친 짓을, 삶의 본질을 “행하라”라고 소리치는 내 영혼을 꼭 붙잡고 그렇게 하지 못한 내 삶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조르바 앞에 있는 동안 나는 내 영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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