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20.09.25
“윤기하 알아요?”<br/>“……!”<br/>“윤현정 원장님 조카 말고, 배우 윤기하.”<br/><br/>안 들린다, 안 들린다.<br/>알기만 할까, 하지만 당신 대학 때부터 팬이었다고 말하기엔 너무 늦었다. 이제 와서 그런들 믿어나 줄까.<br/>음흉하다고 욕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br/><br/>“처음부터 내가 누군지 알았지.”<br/>“아니라니까요? 난 그냥 윤기하 씨 통화를 다른 사람들이 들을까 봐 조심하라고 그런 거예요. 너무 무방비로 말씀을 막 하시니까.”<br/>“들은 건 확실하단 소리네.”<br/>“……!”<br/><br/>배우인 걸 못 알아본 척하고 통화 엿들은 게 죽을죄도 아닌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br/>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며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그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br/><br/>“3개월 동안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믿어 주지.”<br/>“협박하시는 거예요?”<br/>“아니, 부탁이야.”<br/><br/>부탁 같은 협박을 하면서 ‘배우 윤기하’의 미소를 짓는 남자를, 협박인 줄 뻔히 알면서 부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여자, 차영인이 말간 눈으로 올려다봤다.<br/><br/>“각오해야 할 거예요. 난 제법 못된 선생이거든요. 그리고…… 많이 비싸기도 해요.”<br/>“……콜.<br/><br/><br/>#좋아하는 배우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기적<br/><br/>#나한테 왜 이래요?<br/><br/>#껍데기에 속으면 안 돼<br/><br/>#가랑비에 옷 젖어 봤어?<br/><br/>#그런 인간인 줄도 모르고 장장 10년이나<br/><br/>#좋아하니까 팬클럽도 가입한 거 아니야?<br/><br/>#눈 뜨고 코 베이는 심정<br/><br/><br/><br/>[미리보기]<br/><br/><br/>“연애할까요?”<br/>“그래, 늦었으니까…… 어?”<br/><br/>들어갈까요, 하는 줄 알았다. 뒤늦게 그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차린 기하가 말간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영인을 마주 봤다.<br/><br/>“무슨, 말이야?”<br/>“연애 몰라요?”<br/>“혹시 그거, 비난이야?”<br/>“아뇨, 진심으로 제안하는 거예요. 이번엔 제가.”<br/>“…….”<br/><br/>기하는 그녀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영인은 먹구름 걷히듯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을 뿐이었다.<br/>그녀는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배우로는 이미 오래전에, 그리고 이젠 남자로, 인간 윤기하로, 그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br/><br/>“조건에 딱 부합하지 않아요? 순서는 거꾸로 됐지만 벌써 우리 엄마를 도와주셨고, 레슨을 다시 하게 됐으니 윤기하 씨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잖아요. 평범하지만 예쁘고 색기 있는, 그러면서 가까이 둘 수 있는 여자.”<br/>“차영인, 그건…….”<br/>“그 조건, 전 좋아요, 생각해 보니까 그 말씀이 맞더라고요. 살기도 바쁜 제가 언제 남자를, 그것도 이렇게 멋진 배우를 만나 연애를 해보겠어요. 늙어서 억울하지 않으려면 저도 어느 정도는 즐기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br/><br/>틀림없이 비난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인의 표정은 비난보단 진지함에 더 가까웠다.<br/><br/>“단, 병원비는 갚을 거니까 차용증 쓰게 해주세요. 그리고 이번 엄마 일 외에는 어떤 개인적인 도움도 받지 않겠어요.”<br/><br/>담당 간호사한테 부탁도 해뒀다. 퇴원할 때 정 여사의 병원비가 정산되는 대로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br/><br/>“진심이야?”<br/>“100% 진심이에요. 윤기하 씨가 제안한 조건에서 돈만 빼자는 거죠. 그러면 겉으로만 연애하는 척, 마음 없이 서로가 필요할 때만, 그러다 누구 하나가 싫증 나면 쿨하게 헤어지는 연애, 동의할게요.”<br/><br/>그러다 보면, 어쩌면…… 그도 마음이란 게 생기지 않을까. 시작하는 순서는 달라도 끝은 같을 수 있다.<br/>다만, 그가 자신을 이용하듯 자신도 그를 이용하고 있다는 걸, 그가 끝까지 모르기를 바랄 뿐이었다.<br/><br/>
“윤기하 알아요?”“……!”“윤현정 원장님 조카 말고, 배우 윤기하.”안 들린다, 안 들린다.알기만 할까, 하지만 당신 대학 때부터 팬이었다고 말하기엔 너무 늦었다. 이제 와서 그런들 믿어나 줄까.음흉하다고 욕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처음부터 내가 누군지 알았지.”“아니라니까요? 난 그냥 윤기하 씨 통화를 다른 사람들이 들을까 봐 조심하라고 그런 거예요. 너무 무방비로 말씀을 막 하시니까.”“들은 건 확실하단 소리네.”“……!”배우인 걸 못 알아본 척하고 통화 엿들은 게 죽을죄도 아닌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며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그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3개월 동안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믿어 주지.”“협박하시는 거예요?”“아니, 부탁이야.”부탁 같은 협박을 하면서 ‘배우 윤기하’의 미소를 짓는 남자를, 협박인 줄 뻔히 알면서 부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여자, 차영인이 말간 눈으로 올려다봤다.“각오해야 할 거예요. 난 제법 못된 선생이거든요. 그리고…… 많이 비싸기도 해요.”“……콜.#좋아하는 배우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기적#나한테 왜 이래요?#껍데기에 속으면 안 돼#가랑비에 옷 젖어 봤어?#그런 인간인 줄도 모르고 장장 10년이나#좋아하니까 팬클럽도 가입한 거 아니야?#눈 뜨고 코 베이는 심정[미리보기]“연애할까요?”“그래, 늦었으니까…… 어?”들어갈까요, 하는 줄 알았다. 뒤늦게 그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차린 기하가 말간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영인을 마주 봤다.“무슨, 말이야?”“연애 몰라요?”“혹시 그거, 비난이야?”“아뇨, 진심으로 제안하는 거예요. 이번엔 제가.”“…….”기하는 그녀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영인은 먹구름 걷히듯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을 뿐이었다.그녀는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배우로는 이미 오래전에, 그리고 이젠 남자로, 인간 윤기하로, 그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조건에 딱 부합하지 않아요? 순서는 거꾸로 됐지만 벌써 우리 엄마를 도와주셨고, 레슨을 다시 하게 됐으니 윤기하 씨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잖아요. 평범하지만 예쁘고 색기 있는, 그러면서 가까이 둘 수 있는 여자.”“차영인, 그건…….”“그 조건, 전 좋아요, 생각해 보니까 그 말씀이 맞더라고요. 살기도 바쁜 제가 언제 남자를, 그것도 이렇게 멋진 배우를 만나 연애를 해보겠어요. 늙어서 억울하지 않으려면 저도 어느 정도는 즐기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틀림없이 비난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인의 표정은 비난보단 진지함에 더 가까웠다.“단, 병원비는 갚을 거니까 차용증 쓰게 해주세요. 그리고 이번 엄마 일 외에는 어떤 개인적인 도움도 받지 않겠어요.”담당 간호사한테 부탁도 해뒀다. 퇴원할 때 정 여사의 병원비가 정산되는 대로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진심이야?”“100% 진심이에요. 윤기하 씨가 제안한 조건에서 돈만 빼자는 거죠. 그러면 겉으로만 연애하는 척, 마음 없이 서로가 필요할 때만, 그러다 누구 하나가 싫증 나면 쿨하게 헤어지는 연애, 동의할게요.”그러다 보면, 어쩌면…… 그도 마음이란 게 생기지 않을까. 시작하는 순서는 달라도 끝은 같을 수 있다.다만, 그가 자신을 이용하듯 자신도 그를 이용하고 있다는 걸, 그가 끝까지 모르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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