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7.11.13
가슴이 떨리지 않는 프러포즈. 10년이라는 긴 연애를 뒤로하고 거절하는 여자. 한동안 누구도 만날 생각 없다는 그녀에게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남자.<br/>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남자는 애 아니면 개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 똥차 가고 벤츠 온다. etc. 누구나 알고 있는 연애 불변의 법칙. 남의 일이면 다 거기서 거기인 얘기지만, 막상 자기 얘기가 되면 늘 새로운 '연애'. 그 어렵고도 단순한 이야기.<br/><br/><본문 중><br/>재현은 집어 든 초밥을 내려놓고서 물끄러미 주아를 바라보았다. 옭아매듯 바라보는 그 시선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br/>“그러니까 요컨대, 사람의 감정이 변하는 게 싫다. 이거죠?”<br/>“그렇죠. 좋은 쪽으로만 변하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잖아요. 상대가 변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어요.”<br/>“잘 알아들었어요.”<br/>그가 식사를 마쳤는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냈다. 뭘 알아들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주아는 이 원치 않는 화제의 대화가 끝났다는 것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br/>“데려다줄까요?”<br/>“나도 차 있어요.”<br/>“그래요, 그럼. 잘 가요.”<br/>재현은 쿨하게 손을 흔들고 먼저 돌아섰다. 주아는 황망한 시선으로 재현의 등을 보았다. 저 남자의 속을 알 수가 없어 더 그랬다. 그러나 그의 속을 한가하게 헤아릴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당장 집에 가서 들들 볶일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체기가 올라왔다. <br/>“아…….”<br/>건물을 빠져나가 주차한 곳으로 걸어가는 동안 발가락 사이로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본 주아는 아직 재현이 사다 준 슬리퍼를 신었다는 걸 깨달았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는, 완전히 시궁창으로 떨어질 것 같았던 기분이 그 남자 덕에 조금은 상쇄되었다는 것이었다. <br/>차에 오른 그녀는 가방을 뒤적여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이틀 동안 충전을 시키지 않았더니 휴대폰은 전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집에 가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만, 덕분에 한나절 평온함을 얻었으니 괜찮은 등가교환이었다. <br/>주아는 그다지 급할 것도 없는 터라 느릿느릿 차를 움직여 집 앞에 도착했다.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br/>“왜 이렇게 늦어요. 한참 기다렸네. 딴 데 들렀다 오는 겁니까?”<br/>최재현이었다. 대체 우리 집은 또 어떻게 알고. 주아는 기가 막힌 얼굴로 그 남자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br/>“……왜 여기 있어요?”<br/>“잊은 게 있어서.”<br/>“뭘 잊어요? 무슨 말이에요?”<br/>코앞까지 다가온 그는 싱긋 웃으며 주아의 뺨을 가볍게 쥐었다. 당황스러운 그녀가 얼굴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br/>“누가 그러던데, 원래 위로와 키스는 세트라고.”<br/>무슨 말인지 가늠하기도 전에 재현의 입술이 주아의 입술을 뒤덮었다.
가슴이 떨리지 않는 프러포즈. 10년이라는 긴 연애를 뒤로하고 거절하는 여자. 한동안 누구도 만날 생각 없다는 그녀에게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남자.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남자는 애 아니면 개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 똥차 가고 벤츠 온다. etc. 누구나 알고 있는 연애 불변의 법칙. 남의 일이면 다 거기서 거기인 얘기지만, 막상 자기 얘기가 되면 늘 새로운 '연애'. 그 어렵고도 단순한 이야기.<본문 중>재현은 집어 든 초밥을 내려놓고서 물끄러미 주아를 바라보았다. 옭아매듯 바라보는 그 시선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러니까 요컨대, 사람의 감정이 변하는 게 싫다. 이거죠?”“그렇죠. 좋은 쪽으로만 변하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잖아요. 상대가 변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어요.”“잘 알아들었어요.”그가 식사를 마쳤는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냈다. 뭘 알아들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주아는 이 원치 않는 화제의 대화가 끝났다는 것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데려다줄까요?”“나도 차 있어요.”“그래요, 그럼. 잘 가요.”재현은 쿨하게 손을 흔들고 먼저 돌아섰다. 주아는 황망한 시선으로 재현의 등을 보았다. 저 남자의 속을 알 수가 없어 더 그랬다. 그러나 그의 속을 한가하게 헤아릴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당장 집에 가서 들들 볶일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체기가 올라왔다. “아…….”건물을 빠져나가 주차한 곳으로 걸어가는 동안 발가락 사이로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본 주아는 아직 재현이 사다 준 슬리퍼를 신었다는 걸 깨달았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는, 완전히 시궁창으로 떨어질 것 같았던 기분이 그 남자 덕에 조금은 상쇄되었다는 것이었다. 차에 오른 그녀는 가방을 뒤적여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이틀 동안 충전을 시키지 않았더니 휴대폰은 전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집에 가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만, 덕분에 한나절 평온함을 얻었으니 괜찮은 등가교환이었다. 주아는 그다지 급할 것도 없는 터라 느릿느릿 차를 움직여 집 앞에 도착했다.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왜 이렇게 늦어요. 한참 기다렸네. 딴 데 들렀다 오는 겁니까?”최재현이었다. 대체 우리 집은 또 어떻게 알고. 주아는 기가 막힌 얼굴로 그 남자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왜 여기 있어요?”“잊은 게 있어서.”“뭘 잊어요? 무슨 말이에요?”코앞까지 다가온 그는 싱긋 웃으며 주아의 뺨을 가볍게 쥐었다. 당황스러운 그녀가 얼굴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누가 그러던데, 원래 위로와 키스는 세트라고.”무슨 말인지 가늠하기도 전에 재현의 입술이 주아의 입술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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