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7.05.16
1. 작품 소개<br/><br/>※ 이 글은 실존하는 인물, 단체, 종교와 상관없는 픽션입니다.<br/><br/><br/>“온몸으로 붙어먹는 기분인데.”<br/><br/><br/>죽음의 위기를 맞닥뜨린 채윤을 구해준 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남자였다. 자신을 악마이자 아벨이라고 한 자줏빛 눈동자의 남자는, 할아버지의 유품인 그녀의 반지에 집착하며 불쑥불쑥 나타나 그녀의 삶 구석구석까지 침범해드는데…….<br/><br/><br/>“내가 다정해요?”<br/>지독하게 낮은 목소리가 처음에 무슨 말을 하는지 채윤은 알아듣지 못했다.<br/>“다정해?”<br/>“으응…….”<br/>그 짧은 한마디엔 무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br/>여자를 살려두자. 그의 흥미가 떨어질 때까지가 아니라 윤채윤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림은 그걸로 충분했다.<br/>그때까진 다정한 척 살아도 되지 않을까.<br/><br/><br/>2. 미리 보기<br/><br/>“블랙. 어디 있니? 블랙.”<br/>어느새 이름까지 붙여주며 친근하게 부르는 눈동자가 닫힌 방문 어딘가를 바라봤다.<br/>“부르면 꼬리를 흔들며 나오는 개는 아닌데.”<br/>그 모습이 불쾌해 아벨이 한소리 했다. 그의 기분을 생각 안 하고 채윤은 여전히 다른 곳을 봤다.<br/>그의 손이 앉아 있는 그녀의 머리칼 위를 배회한다.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 간질인다. 묘한 느낌에 채윤이 위를 똑바로 올려다보자 손가락 사이로 눈이 마주쳤다. 아벨이 반사적으로 입가에 미소를 그려냈다.<br/>“그래도 눈으로 봐야 안심될 것 같아서요.”<br/>사르르, 눈꼬리가 접힌다. 짓무른 눈가가 아픈지 미간을 조금 찡그린다. 피하지 않고 마주한 시선은 당장에 목을 부러뜨리고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선하다.<br/>“원하는 게 있어요?”<br/>“이미 들어주셨잖아요.”<br/>아벨이 말하는 의미를 알지 못하는 채윤이 그가 잊었을까 봐 되새겨줬다.<br/>“다른 거.”<br/>“없어요.”<br/>“세계 정복 같은 거.”<br/>“……네?”<br/>아벨의 말을 이해한 채윤이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뱉은 말이 재미있어 견딜 수가 없단 그런 미소였다.<br/>그에 비해 아벨의 얼굴은 심각하기만 했다. 한참을 웃어도 그의 표정이 풀어지지 않자 바지자락 끝을 잡고 작게 흔든다.<br/>“농담이 아니에요?”<br/>“진담인데. 말했잖아요. 지옥의 군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br/>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눈이 동그래진다.<br/>“악마들이 우르르 나오는 거예요?”<br/>“그럼요.”<br/>“사양할래요.”<br/>바지를 잡던 손을 놓고 손사래를 친 그녀가 고개까지 흔들었다.<br/>“모든 세상을 지배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br/>분명 그가 깨어 있었던 세상은 전쟁과 죽음으로 가득했다. 인간에겐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이 깊게 깔려 있다.<br/>몽마의 기억을 흡수해 알아낸 지금 시대도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인간은 전쟁을 하고 있었고 더 많은 것을 지배하기 위해 혈안이었다.<br/>“어렸을 때도 세계 정복은 꿈 안 꿨는데요. 전 꽤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고 월급도 혼자 살 정도론 충분해요. 비싼 취미생활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세상을 지배하다뇨. 개 한 마리도 건사 못 해서 못 키우는데요.”<br/>또박또박 왜 세계 정복이 꿈이 아닌지, 현실에 만족하는지 설명한다. 더 이상 아벨의 말에 웃지 않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꾸해준다.<br/>“그럼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 돼볼래요?”<br/>그것도 고개를 흔든다.<br/>“왜 그래요? 그렇게 어마어마한 소원이면 내 영혼이라도 걸어야 될 것 같은데.”<br/>“아, 들켰네.”<br/>심상한 얼굴로 아벨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리 봐도 그가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다. 채윤이 마찬가지로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br/>“지옥으로 끌고 들어가고 싶어졌거든.”<br/>천천히 그가 채윤의 눈높이에 맞춰 현관 앞에 몸을 굽히고 앉았다. 손이 부드럽게 힘이 풀린 그녀의 무릎을 주물러준다.<br/>빳빳하게 긴장됐던 몸이 조금씩 이완이 되자 온몸의 통증이 되살아났다. 뼈와 뼈가 부딪치고 살점이 녹기라도 하듯 달라붙었다. 체온이 뒤섞이고 서로의 타액을 빨았던 밤이었다.<br/>무릎을 주무르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온다. 반바지를 입고 있는 바지 선을 아슬아슬하게 만진다.<br/>“난 이미 지옥행인 줄 알았는데.”<br/>“왜 그대는 탐욕스럽지 않은지.”<br/>“탐욕스러워요.”<br/>그의 손끝이 천천히 움직이는 걸 응시하면서 채윤이 말했다.<br/>“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한 줄 알아요? 살인자가 나랑 여고생을 번갈아 보는데 차라리 죽는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죽어서 이 고통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보다…….”<br/>사람들이 죽은 건 자신의 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자신이 가졌던 마음은 가장 추악한 열망이다.<br/>“내가 아니라 얘였으면. 이번에 제발 내 차례가 아니기를.”<br/>여고생이 남자의 손에 끌려가면서 자신의 팔뚝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마주 붙잡았지만 팔이 깊게 파일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살인자가 슥, 뒤를 돌아봤을 때 채윤은 여자애의 손을 잡고 있는 팔에 힘을 풀었다.<br/>같이 죽고 싶지 않아.<br/>“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요.”<br/>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채윤이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듯 아벨에게 말했다. 자신의 허벅지에 놓여 있는 그의 손등을 자신의 손으로 덮으며 가장 어두운 눈으로 속삭인다.<br/>“나흘의 기도는 하늘에 계신 신께.”<br/>온기와 온기의 사이에서 여전히 선득하게 차가운 아벨의 손은 자신이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인지하게 했다.<br/>“닷새째 되던 날엔, 악마에게 기도했죠. 나를 살려주면 내 영혼이라도 팔겠어요.”<br/>아벨이 큭큭대며 낮게 웃었다. 그 소리가 마치 처음 자신을 만났을 때 들었던 그 웃음소리 같다. 아주 어두운 암흑 속에서 마치 사냥감을 눈앞에 둔 짐승이 기꺼워 우는 소리.<br/>“이 정도면 지옥에 떨어지기 충분하죠?”<br/>아벨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덧대며 말했다. 입술이 살짝 스쳤다.<br/>“이토록 지옥에 잘 어울릴 줄이야.”<br/>그가 혀를 내밀어 채윤의 입술 끝을 핥았다. 자줏빛 눈동자가 포악한 광기로 날뛴다. 그녀의 발목에 족쇄를 채워 이대로 끌고 지옥 끝, 그가 잠들었던 자리에 데려다 놓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br/>그 뜨거운 곳에서 발가벗겨놓고 다리를 벌리게 해 수십, 수백 년을 탐하고 수백 년은 맨몸을 부둥켜안고 잠이 들었다가 누구 하나가 일어나면 잠든 하나를 깨워 다시 살을 붙이고 수도 없는 세월을 반복하고 싶다.<br/>“다리 사이에 날 처박고 싶은데.”<br/>자신이 원하는 걸 적나라하게 말한다.<br/>가장 음란한 시선이 목덜미에서 시작해 음탕하게 전신을 훑었다. 순식간에 바뀐 짙은 남자의 페로몬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타액을 발라놓은 입술에 촉, 입을 맞추며 그가 말했다.<br/>“안 돼요?”
1. 작품 소개※ 이 글은 실존하는 인물, 단체, 종교와 상관없는 픽션입니다.“온몸으로 붙어먹는 기분인데.”죽음의 위기를 맞닥뜨린 채윤을 구해준 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남자였다. 자신을 악마이자 아벨이라고 한 자줏빛 눈동자의 남자는, 할아버지의 유품인 그녀의 반지에 집착하며 불쑥불쑥 나타나 그녀의 삶 구석구석까지 침범해드는데…….“내가 다정해요?”지독하게 낮은 목소리가 처음에 무슨 말을 하는지 채윤은 알아듣지 못했다.“다정해?”“으응…….”그 짧은 한마디엔 무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여자를 살려두자. 그의 흥미가 떨어질 때까지가 아니라 윤채윤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림은 그걸로 충분했다.그때까진 다정한 척 살아도 되지 않을까.2. 미리 보기“블랙. 어디 있니? 블랙.”어느새 이름까지 붙여주며 친근하게 부르는 눈동자가 닫힌 방문 어딘가를 바라봤다.“부르면 꼬리를 흔들며 나오는 개는 아닌데.”그 모습이 불쾌해 아벨이 한소리 했다. 그의 기분을 생각 안 하고 채윤은 여전히 다른 곳을 봤다.그의 손이 앉아 있는 그녀의 머리칼 위를 배회한다.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 간질인다. 묘한 느낌에 채윤이 위를 똑바로 올려다보자 손가락 사이로 눈이 마주쳤다. 아벨이 반사적으로 입가에 미소를 그려냈다.“그래도 눈으로 봐야 안심될 것 같아서요.”사르르, 눈꼬리가 접힌다. 짓무른 눈가가 아픈지 미간을 조금 찡그린다. 피하지 않고 마주한 시선은 당장에 목을 부러뜨리고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선하다.“원하는 게 있어요?”“이미 들어주셨잖아요.”아벨이 말하는 의미를 알지 못하는 채윤이 그가 잊었을까 봐 되새겨줬다.“다른 거.”“없어요.”“세계 정복 같은 거.”“……네?”아벨의 말을 이해한 채윤이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뱉은 말이 재미있어 견딜 수가 없단 그런 미소였다.그에 비해 아벨의 얼굴은 심각하기만 했다. 한참을 웃어도 그의 표정이 풀어지지 않자 바지자락 끝을 잡고 작게 흔든다.“농담이 아니에요?”“진담인데. 말했잖아요. 지옥의 군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눈이 동그래진다.“악마들이 우르르 나오는 거예요?”“그럼요.”“사양할래요.”바지를 잡던 손을 놓고 손사래를 친 그녀가 고개까지 흔들었다.“모든 세상을 지배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분명 그가 깨어 있었던 세상은 전쟁과 죽음으로 가득했다. 인간에겐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이 깊게 깔려 있다.몽마의 기억을 흡수해 알아낸 지금 시대도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인간은 전쟁을 하고 있었고 더 많은 것을 지배하기 위해 혈안이었다.“어렸을 때도 세계 정복은 꿈 안 꿨는데요. 전 꽤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고 월급도 혼자 살 정도론 충분해요. 비싼 취미생활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세상을 지배하다뇨. 개 한 마리도 건사 못 해서 못 키우는데요.”또박또박 왜 세계 정복이 꿈이 아닌지, 현실에 만족하는지 설명한다. 더 이상 아벨의 말에 웃지 않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꾸해준다.“그럼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 돼볼래요?”그것도 고개를 흔든다.“왜 그래요? 그렇게 어마어마한 소원이면 내 영혼이라도 걸어야 될 것 같은데.”“아, 들켰네.”심상한 얼굴로 아벨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리 봐도 그가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다. 채윤이 마찬가지로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지옥으로 끌고 들어가고 싶어졌거든.”천천히 그가 채윤의 눈높이에 맞춰 현관 앞에 몸을 굽히고 앉았다. 손이 부드럽게 힘이 풀린 그녀의 무릎을 주물러준다.빳빳하게 긴장됐던 몸이 조금씩 이완이 되자 온몸의 통증이 되살아났다. 뼈와 뼈가 부딪치고 살점이 녹기라도 하듯 달라붙었다. 체온이 뒤섞이고 서로의 타액을 빨았던 밤이었다.무릎을 주무르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온다. 반바지를 입고 있는 바지 선을 아슬아슬하게 만진다.“난 이미 지옥행인 줄 알았는데.”“왜 그대는 탐욕스럽지 않은지.”“탐욕스러워요.”그의 손끝이 천천히 움직이는 걸 응시하면서 채윤이 말했다.“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한 줄 알아요? 살인자가 나랑 여고생을 번갈아 보는데 차라리 죽는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죽어서 이 고통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보다…….”사람들이 죽은 건 자신의 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자신이 가졌던 마음은 가장 추악한 열망이다.“내가 아니라 얘였으면. 이번에 제발 내 차례가 아니기를.”여고생이 남자의 손에 끌려가면서 자신의 팔뚝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마주 붙잡았지만 팔이 깊게 파일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살인자가 슥, 뒤를 돌아봤을 때 채윤은 여자애의 손을 잡고 있는 팔에 힘을 풀었다.같이 죽고 싶지 않아.“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요.”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채윤이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듯 아벨에게 말했다. 자신의 허벅지에 놓여 있는 그의 손등을 자신의 손으로 덮으며 가장 어두운 눈으로 속삭인다.“나흘의 기도는 하늘에 계신 신께.”온기와 온기의 사이에서 여전히 선득하게 차가운 아벨의 손은 자신이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인지하게 했다.“닷새째 되던 날엔, 악마에게 기도했죠. 나를 살려주면 내 영혼이라도 팔겠어요.”아벨이 큭큭대며 낮게 웃었다. 그 소리가 마치 처음 자신을 만났을 때 들었던 그 웃음소리 같다. 아주 어두운 암흑 속에서 마치 사냥감을 눈앞에 둔 짐승이 기꺼워 우는 소리.“이 정도면 지옥에 떨어지기 충분하죠?”아벨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덧대며 말했다. 입술이 살짝 스쳤다.“이토록 지옥에 잘 어울릴 줄이야.”그가 혀를 내밀어 채윤의 입술 끝을 핥았다. 자줏빛 눈동자가 포악한 광기로 날뛴다. 그녀의 발목에 족쇄를 채워 이대로 끌고 지옥 끝, 그가 잠들었던 자리에 데려다 놓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그 뜨거운 곳에서 발가벗겨놓고 다리를 벌리게 해 수십, 수백 년을 탐하고 수백 년은 맨몸을 부둥켜안고 잠이 들었다가 누구 하나가 일어나면 잠든 하나를 깨워 다시 살을 붙이고 수도 없는 세월을 반복하고 싶다.“다리 사이에 날 처박고 싶은데.”자신이 원하는 걸 적나라하게 말한다.가장 음란한 시선이 목덜미에서 시작해 음탕하게 전신을 훑었다. 순식간에 바뀐 짙은 남자의 페로몬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타액을 발라놓은 입술에 촉, 입을 맞추며 그가 말했다.“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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