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6.09.19
성문제를 노골적인 표현보다 은근한 생태를 드러내는데 주력하여 만든 화분, 분녀, 저자의 고향 산촌을 배경으로 한 짙은 향수를 풍겨주는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의 대표적인 작품을 2권으로 구성하였다. 저자의 모든 작품에서 강하게 눈에 띄는 것은 지방색이 짙은 어휘라든가 그로부터 발산되는 향토적 정서를 흐뭇하게 맛볼 수 있을 것이다.“무슨 냄새 같을까. 언니.”“백합 냄새 같지.”“무엇 말인데.”격에 맞지 않는 대답을 우습게 여기면서 형의 얼굴을 쏘아붙인다.“네 얼굴 말야.”“괴덕만 부리네. 누가 얼굴 말인가, 라일락 말이지.”가까이 온 형이 얼굴을 꽃송이를 휘어 가볍게 갈기며,“장미 냄새 같잖우.”“글세.”“꿀 냄새두 같구.”“냄새두 잘은 맡어.”“사향 냄새두 나구.”“수다스럽다.……”형은 꽃봉오리 하나를 뜯어서 코 끝에 대면서.“바로 말하면 라일락 냄새는 몸 냄새라나. 잘 익은 살 냄새라나. 가진비밀을 다 가진 몸 냄새.……알겠니.”“언니가 수다스럽지 누가 수다스러우.”찔레순을 꺾으면 푸른 진이 빠지지 돋아난다. 그 진을 손가락 끝에 묻혀서 풀장난을 하는 미란의 팔을 세란은 문득 휘어잡았다.“아깝다. 이 고운 몸을 날도적한테 뺏길 생각을 하면.”“망령이 났나봐.”“무르녹은 봉오리가 하룻밤 비에 활짝 피어 버린다는 게 슬픈 일이란다.”“아저씨가 며칠 안 오더니 실성해진 모양이지.”“결국 단주가 날도적이 될 테지.……선머슴 호박이 떨어졌어.”(소설 <화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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