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20.10.26
하염없이 그 예쁜 붉디붉은 것을 씹다가 만나는 단단한 것등단 20년 차인 작가의 마음에 씨앗 하나 떨어진다. 언제 떨어질지 몰라 가사와 육아 틈틈이 비가 흘러내릴 도랑을 만들고 돌을 고르고 거름도 주면서 다져온 마음의 땅에 씨앗 하나 떨어진다. 삶의 무게로 단단하게 다져졌지만 지층 켜켜이 사연의 수맥을 잇고 이어 촉촉함과 비옥함을 잃지 않은 그 땅에 떨어진 씨앗은 처녀의 순한 살 냄새를 풍기는 앵두 씨다. 거대한 서사의 넝쿨 속에 탐스럽게 놓여있는 수박도, 기품 있는 플롯의 가지 끝에 매달린 탱탱한 사과도 아닌, 아… 그냥 바라보고 바라보아도 하염없이 어여쁜 그 붉디붉은 앵두. 1996년 문화일보로 등단한 안영실의 소설집 『화요앵담』은 20년 동안 다져온 비옥한 땅에서 자란 한 그루 앵두나무에서 쉰일곱 알의 곱디고운 앵두를 따 담아낸 빛깔 고운 사발이다. 안영실은 자신의 한뼘소설(초단편소설)을 앵두에 빗대어 설명한다. 저절로 터져버릴 듯 탱탱한 빨강의 껍질을 살짝 깨물어 한 알 한 알 씹으며 그 새콤달콤한 앵두의 붉은 즙을 맛보시라고. 앵두를 먹는 우리는 안다. 새콤달콤한 맛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앵두를 먹다 보면 꼭 단단한 씨앗을 씹게 된다는 걸. 화요일 오후의 나른함을 퍼뜩 깨우는 아리도록 단단한 그것은 안영실의 ‘앵두’에도 속속들이 박혀있다. 그 단단한 것들은 『화요앵담』을 읽는 우리 마음의 밭에 데구루루 굴러 떨어져 뿌리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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