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1970.01.01
<달 너머로 달리는 말> <br> <br>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br> <br>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는 문장은 표현의 정확성이 담보될 때 가능하다. 작가 김훈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문장과 표현의 힘이다.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에서는 그 힘이 더욱 빛을 발한다. 문장은 잘 벼린 칼처럼 예리하고 표현은 냉정한 듯 마음을 사로잡는다. 굳이 장르를 밝힌다면, 이 소설은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적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장르 규정은 중요하지 않다. 역사소설 3부작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의 ‘일러두기’를 통해 밝혀왔던 것처럼, 그의 소설은 ‘오직 소설’이고 ‘다만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일 뿐이다.<br> <br>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시원(始原)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한다. 굳이 시대를 밝히자면 인간이 말[馬] 등에 처음 올라탄 무렵이지만, 그 시기를 인간의 역사에서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록이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역사 이전의 시대이며, 인간의 삶이 자연에서 분화하지 못하고 뒤엉켜 있는 상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접해본 적 없는 전폭적이고 독창적이며 흥미로운 설정이다.<br> <br> 기록으로 전하지 않는 아득한 시간과 막막한 공간을 작가는 신화적 상상력으로 채워간다. 이야기는 세계를 인식하는 바탕과 삶을 구성하는 방식이 다른, 결코 하나로 묶일 수 없는 두 나라 초(草)와 단(旦)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야만과 문명이 충돌하며, 그 속에서 무연한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울부짖으며, 태어나고 또 죽어간다.<br> <br> 소설의 중심에 두 마리의 말[馬]이 등장한다. 초승달을 향해 밤새도록 달리던 신월마(新月馬) 혈통의 토하(吐霞)와 달릴 때 핏줄이 터져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마(飛血馬) 혈통의 야백(夜白)이다. 두 마리 말은 초와 단의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누비며 인간의 참혹하고 허망한 전쟁을 목도하고 전후의 폐허에서 조우한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말은 문명과 야만의 동반자였다. 나는 인간에게서 탈출하는 말의 자유를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br> <br> 소설은 긴박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독자를 종횡무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등장인물의 사사로운 감정에 개입하지 않는, 자칫 무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간결한 문장은 역설적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끌어낸다. 책장을 덮고도 시원의 초원을 달리던 말들이 들려주는 땅의 노래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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