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1970.01.01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br> 그러나 영문학 3대 비극, 세계 10대 소설에 꼽히는 작품 <br> <br> 『폭풍의 언덕』은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이다. 황량한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벌어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 에드거와 이사벨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잔인한 복수를 그린 이 작품은 작가가 ‘엘리스 벨’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을 당시에는 그 음산한 힘과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야만성 때문에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그녀의 언니 샬럿마저도 1850년에 출판된 소설의 서문에서 "어줍잖은 작업장에서 간단한 연장으로 하찮은 재료를 다듬어 만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에밀리가 이 세상에 남긴 것은 이 한 편의 소설과 완성되지 않은 단편적인 문장을 포함한 193편의 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녀가 불후의 문학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이 작품 『폭풍의 언덕』에서 보이는 빛나는 감수성과 시적이고 강렬한 필치, 그리고 새로운 문학사적 의의 때문이다. 백 년이 지난 오늘 이 소설은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 멜빌의 『백경』과도 곧잘 비교될 만큼 깊은 비극성과 시성(詩性)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br> <br> ■ 요크셔의 황야를 무대로 펼쳐지는 거칠고 악마적인 격정과 증오<br> 현실을 초월한 폭풍 같은 사랑 <br> 시골 언덕 위의 저택 '워더링 하이츠'에 들어와 살게 된 고아 히스클리프와 그 집 딸 캐서린 언쇼의 운명적이고 불운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이 언쇼 가와 린튼 가에 몰고 온 비극은 1939년 W. 와일러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두 집안을 파멸시킬 만큼 강한 애증과, 격정에 못 이겨 죽은 캐서린의 무덤을 파헤치는 히스클리프의 섬뜩한 광기는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는 죽은 캐서린의 유령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현실을 초월해 초자연계와 영원의 세계까지 이르는 사랑이 그려진다. 비이성적이고 가공할 이 사랑은 그러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정념이다. <br> 육체와 영혼을 불태운 증오와 사랑은 요크셔의 자연과 닮아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모습’을 지칭하는 ‘워더링(wuthering)'이라는 형용사가 암시하듯 이 황야에는 거친 폭풍이 그칠 날이 없으며, 때문에 그 거센 북풍에 나무나 풀들이―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연상시키는 풀 히스도 역시―모두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을 정도다. 이 혹독하고 강한 바람 속에서 그곳은 순수하고 청정할 수밖에 없으며, 인위적인 것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곧 두 사람의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br> <br> ■ 자연계와 초자연계가 융합하는 영혼의 세계<br> 인간성의 심연을 파고드는 강렬한 필치 <br> 궁벽한 시골구석에 묻혀 무명의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여성에 의해 기적적으로 탄생한 『폭풍의 언덕』은 교훈적이고 도덕적이었던 당시 빅토리아 왕조의 이상적인 풍토에서 나온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개인의 실존에, 정열과 의지에,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진실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당대에는 “이 소설의 등장 인물은 모두 흉칙하고 음산하다.”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현대의 우리는 히스클리프에게서 교양이라는 울에 속박되지 않은, 애증(愛憎)이 진하고 적나라한 인간상을 볼 수 있다.<br> 본능적이며 야만적이기까지 한 히스클리프와 오만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그에게 끌리는 캐서린. 에밀리 브론테는 이렇게 이상화되지 않은 현실의 인간을 창조해, 선(善)이냐 악(惡)이냐 판가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악이 한데 어울려 몸부림치는 인간 실존의 심연을 강렬한 필치로 그려냈다. 이는 소설 문학상 하나의 놀라움이었으며 또한 하나의 헌신적인 암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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