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21.06.09
“황후가 다리를 절어 걸어올 때마다 내가 얼마나 소름이 끼쳤는지 모를 거야.”
……그 상처들이 나를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지도.
황제는 고작 그런 이유로 비수처럼 내리는 눈 속에서 황후를 내버렸다.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의 피가 묻은 검을 든 채로.
**
흩날리는 매서운 눈발.
하얗게 명멸되어가는 세상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로젤린은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살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욕망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
차갑게 얼어붙는 몸을 눕혀 까만 하늘을 물들인 새하얀 눈을 구경했다.
고통스럽던 추위는 금방 무뎌졌다. 이렇게 얼어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싶던 그때.
“죽으라고 추방당한 주제에 이 눈밭이라도 모두 지배할 것처럼 누워 있다니.”
그 사내.
“그 목숨……. 당신이 버린다면 내가 기꺼이 주워서 도망가주지.”
적국의 대장군, 타몬 크라시스가,
“이제, 당신은 내 것이야, 황후.”
버려진 그녀를 훔쳐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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