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겨울왕국2> - 아렌델 성은 좀 무너져도 되지 않았을까?

최서윤 | 2019-11-29 03:47

뚜렷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1

<겨울왕국 2>를 봤다. 1편만 못했다. 혹시 기억이 미화됐나 싶어 집에 와 1편을 재관람 했는데, 다시 봐도 선녀 같다.

 

<겨울왕국>은 자기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억누르는 삶을 살던 엘사가 폭주한 뒤 불러온 위기를 진정한 사랑으로 해결하는 이야기다. 그것은 동생 안나의 희생적인 사랑과 엘사 본인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 과정은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만나고, 그들의 어우러짐을 구경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바깥 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진 안나의 명랑함과 인간 보다 순록이 편한 크리스토프의 투박함, 자기 소멸의 조건을 선망하는 올라프의 낙천성 등이다. 이야기의 끝에 주인공은 성장했고, 오해를 푼 자매는 더욱 애틋해졌으며, 왕국은 평화로워졌다. 더 할 나위 없이 흡족한 마무리다.

 

그럼에도 굳이 후속되는 장편 애니메이션 만든 것은 상업적인 고려 때문으로 보인다. <겨울왕국>의 전세계적 열풍은 대규모 팬덤을 형성했고, 이는 속편의 흥행을 보장했다. 영화 개봉 수익뿐만 아니라 부가 상품 수익도 상당했을 것이다. 덕분에 <겨울왕국 2>를 보는 동안 크리스털로 만든 물의 정령 조각, 불이 반짝이고 혀가 튀어나오는 브루니 피규어, 정령 엘사 의상 세트 등의 상품 카탈로그를 이미 본 기분이었다. 돈을 쓰고 싶어도 마땅히 쓸 데가 없어 팬들끼리 직접 굿즈를 만들어 공유하는 국내 콘텐츠 시장의 현실을 생각할 때, 국내 웹툰 · 웹소설 업계도 디즈니의 사업 수완은 좀 배울 필요가 있겠다.

 


불의 정령 '브루니'

▲불의 정령 '브루니'



<겨울왕국2>의 아쉬운 연출

<겨울왕국 2>는 물론 사랑스러운 영화다. 귀여운 캐릭터, 근사한 시각효과, 풍부한 감정을 전하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있다. 머리 풀은 엘사도 호흡정지 일으킬만큼 아름다웠다. 그가 부른 ‘Show Yourself’와 슬픔 속에서도 먼 곳을 보며 다부진 걸음을 내딛은 안나가 부른 ‘Do The Next Right Thing’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크리스토프의 ‘Lost in the Woods’도 나는 좋았는데, 노래 자체에 계속 흥얼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고, 80년대 락발라드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 여러 차례 웃음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어둔 배경에서 펼쳐진 순록 코러스와 솔방울 마이크에 많이 웃었다. 다만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기능이 없었기에, 관객으로 하여금 그저 잘 만들어진 유튜브 클립을 구경하는 기분을 줬다는 점이 아쉽다.




 

전반적으로 <겨울왕국 2>에서 노래가 등장할 때마다 연출에 한두 가지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초중반이 특히 아쉬웠다우리가 이미 만나 잘 알고 있는 캐릭터는 아무리 새로운 고민을 노래한다 하더라도 처음 보는 캐릭터만큼 흥미롭기 어렵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인한 환기도 없는데노래하는 동안 인물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배경은 끊임없이 바뀌었던 전편과 달리, <겨울왕국2>의 초반부는 가뜩이나 잔잔한 노래를 역동적인 움직임 없이 부를 때가 빈번했다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기능으로 존재하는 노래라는 티가 너무 나서 지루했다



자, 새로운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밑밥 깐다. 잘 들어봐.

▲자,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밑밥 깐다. 잘 들어봐.


어쨌든, 위기는 엘사에게 갑자기 들려온 노랫소리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엘사의 조부 루나드 왕이 아렌델을 다스리던 시절, 왕국의 북쪽에는 노덜드라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조부는 우정의 표시로 댐을 짓고, 친선 행사를 위해 노덜드라 땅을 방문한다. 당시 왕자였던 엘사의 부친 아그나르도 여기 동행한다. 그런데 그가 정령의 장난에 한 눈 판 사이 아렌델과 노덜드라 부족이 격한 전투를 시작하고, 루나드는 목숨을 잃는다. 그곳에 머무르던 정령들은 전투에 분노하여 노덜드라 땅과 외부를 차단하는 짙은 안개의 벽을 세운다. 거기서 빠져나온 이는 아그나르 밖에 없다고 전해진다. 싸움에 휘말려 정신을 잃은 그를 도와준 노덜드라 소녀 덕이었다. 모친이 전해준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런데 예전 그 일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노랫소리가 이제와 갑자기 엘사를 괴롭힌다. 이에 엘사가 소리 높여 대응하자 4대 정령은 마을을 습격하고, 아렌델 백성들은 마을 위 공터로 급히 피신한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찾아온 트롤의 수장은 이것이 과거의 일과 연관됐다고 말한다. 정령들을 만나기 위한 모험을 떠날 때가 왔다.

 

(스포일러) 모험의 결과 밝혀진 진실은, 댐이 평화의 상징이 아니었다는 것. 댐은 자연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평화 협정은 노덜드라 족장을 살해하기 위한 구실이었다. 심지어 루나드 왕은 무기를 들지 않은 노덜드라 족장을 뒤에서 습격해 죽게 했다. 왕권 강화를 위해서다. 엘사는 이 모든 사달의 원흉인 자의 후손이지만,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부친 아그나르를 구해준 노덜드라 소녀가 엘사의 모친 이두나였던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엘사는 얼어붙어 숨이 멎어 가고, 마지막 힘으로 안나에게 진실을 전하는 마법을 쓴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안나는 영웅적인 선택을 한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댐을 파괴하기로 한 것이다. 바위거인을 이용하는 위험천만한 방법. 이것은 아렌델의 수몰을 불러오는 길이기도 하다. 노덜드라 숲에 갇힌 아렌델을 군인들은 이 때문에 돕기를 망설이지만 결국 안나를 돕고, 크리스토프와 스벤도 함께 한다. 터져나온 강물이 무섭게 아렌델을 덥치지만, 댐이 파괴된 뒤 생명력을 되찾은 엘사가 물의 정령과 함께 달려와 물을 막아낸다. 그리고 아렌델과 노덜드라는 어영부영 얼렁뚱당 하하호호 화해한다는 해피엔딩.



PEACE



섭섭한 결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렇게나 말끔하게 봉합된다고? 왕의 독선에 휘말린 피해자들의 30여년은? 30년 전 '썸녀'와 맺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것으로 그 세월의 보상이 가능한가? 또한 왕권을 지키려던 조부로 인해 이 사달이 난 것인데, 왕정 체제의 상징이자 물가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입지한 아렌델 성은 좀 무너져도 되지 않았을까? 마을을 덮칠 때, 엘사가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물길을 틀어 성을 무너뜨리는 결말이었다면, 모든 진실을 공표한 뒤 국민들이 안나를 최고권력으로 선출하는 결말이었다면 나는 더욱 감동했을 것이다노덜드라족에게 제대로 진상을 밝히고 사죄하며 구체적인 보상 내용을 밝히는 절차가 그려지지 않은 점에는 섭섭함마저 느낀다.

 

영화관에 가서 최신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일상이 특권일 수 있음을 상기한다. 최신 할리우드 영화가 수입되지 않는 국가와, 멀티플렉스가 없는 지역과, 안전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소위 선진국들이 헤집어놓은 여파로 아직까지 정치·경제·군사적인 혼란을 겪는 나라의 사람들.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의 결말을 이들이 본다면, 자신들의 현실에서 진행 중인 문제가 천진난만하게 봉합된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희망을 품을까, 분노를 표출할까

 

선진국이 박해한 민족들. 기후위기를 불러온 자연착취. <겨울왕국2>는 이에 대해 반성하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이야기 구성에 참여한 창작자들은 분명 선의를 가지고 주제와 상징을 택했을 것이다. 다만 선의가 좀 더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면, 좀 더 반성적 태도를 느낄 수 있었더라면, 좀 더 선명한 메시지를 전했다면(자연착취를 비판하면서 물의 정령을 고삐 채워 제압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이 영화의 사랑스러움에 거리낌 없이 빠져들었을 텐데. 이 영화가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아쉬운 부분이다


Webtoonguide Popular

뉴스 전체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2019연수미디어페스티벌' 연다
최선아 기자 | 2019-12-05
하트궁디로 '심쿵', <프린스코기> 24일 개봉
최선아 기자 | 2019-12-05
웹툰 원작 흥행공식 '시동'서도 통할까
임하빈 기자 | 2019-12-04
인기 웹툰 ‘유미와 세포들’, 바비와 결혼한 사람은 누구? 누리꾼 공분
임하빈 기자 | 2019-12-04
네이버웹툰, 태국서 퀴즈쇼 ‘Game of Toons’ 성료
임하빈 기자 | 2019-12-04
'빙부상' 관심 왜?…웹툰 '윌유메리미' 휴재 때문
임하빈 기자 | 2019-12-04
웹툰 ‘모범택시’, 드라마로 만난다…SBS 편성 논의
임하빈 기자 | 2019-12-04
'치즈인더트랩', 조회수 11억뷰 인기 웹툰 원작…완벽 싱크로율
임하빈 기자 | 2019-12-02
기안84, 1년간 준비한 웹툰 ‘회춘’ 연재 시작 “헨리 고생했어”
임하빈 기자 | 2019-12-02
용인시 수지도서관, 인기 웹툰 이색만화코너 ‘수지툰’ 운영
임하빈 기자 | 2019-12-02
CU , 웹툰 협업 ‘라떼는 말이야’ 시즌 한정 출시
임하빈 기자 | 2019-12-02
즐겁게 배우는 어린이 웹툰 'EBSTOON' 오픈
최선아 기자 | 2019-12-02
웹툰사이트 '애니툰', 신규 콘텐츠와 혜택강화
최선아 기자 | 2019-12-02
SBS아카데미게임학원 '주호민과 함께' 작가 초청 세미나 개최
최선아 기자 | 2019-12-02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웹툰 아카이브 구축 정책 토론회'
최선아 기자 | 2019-12-02
영화 '잠은행' 예고 공개 “웹툰이랑 완전 분위기 딴판이네”
임하빈 기자 | 2019-11-29
‘은밀하게 위대하게’ 훈 작가 웹툰, 만화왕국 일본 저격
임하빈 기자 | 2019-11-29
'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 29일 출연
임하빈 기자 | 2019-11-29
<겨울왕국2> - 아렌델 성은 좀 무너져도 되지 않았을까?
최서윤 | 2019-11-29
크리스마스도 '신비'와 함께...GS25 '신비아파트' 한정 케이크 출시
최선아 기자 | 201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