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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가 추천하는 이주의 '웹툰 속 어떤 순간’] 부암동복수자소셜클럽-'소녀'가 제대로 성장했더라면

EditorAnne | 2016-12-12 11:14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주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정확히 12월 9일 금요일 오후 4시쯤,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요?
저는 회사에서 무려 A4용지 5장 반에 달하는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어요. 전날 밤 친구와 둘이서 와인 두 병을 비운 덕에 머리는 깨질 듯 하고 몸이 으슬으슬 추운 게 죽겠더군요. ‘숙취에는 초코우유’라는 명언을 되새기며 편의점에서 초코0몽을 사서 돌아온 사무실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가결 됐대요!’라는 팀장님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뉴스를 잘 챙겨보지 않습니다. 시위도 나가본 적 없고요. 제 삶 이외에 다른 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두통이 한결 낫더라고요.


이 글에 그녀의 존재를 거론하는 것이 사실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리뷰를 이어가려면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금의 상황을 만든 건 하루 이틀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겠죠. 한 '소녀'의 성장기 때, 몸과 함께 커왔을 어떤 확신, 세계관 등이 이어지고 이어져 만든 것이 지금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 '소녀'의 가족사를 다 알고 있습니다. 네, 기구했죠. 인간적으로 불쌍한 마음이 살짝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오늘 다룰 웹툰은 ‘성장’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웹툰입니다.
바로 포털사이트 DAUM에 화요일마다 연재되는 작가 '사자토끼'의 <부암동복수자소셜클럽>입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연상시키는 네이밍이 인상적인 이 웹툰은 한마디로 설명하면 ‘엄마들의 반란’입니다.




[웹툰 리뷰]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 - 사자토끼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며 홀로 억척스럽게 두 자녀를 바르게 키워낸 엄마 홍도, 권력욕에 찌든 남편과 반항의 기미가 점점 짙어지는 딸 사이에서 버거워하는 마음약하지만 한없이 선한 엄마 미숙, 그리고 어마어마한 부잣집 딸로 태어나 부모님의 뜻대로 정략결혼을 한 정혜가 나옵니다. 정혜는 사실 불임이라 아이를 낳을 수 없는데, 남편의 내연녀가 낳은 고등학생 아들과 한 집에서 살게 됩니다.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이 셋은 ‘복수’라는 키워드로 모임을 만들고, 여기에 정혜의 의붓아들 수겸이 가세하여 함께 작전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주된 스토리입니다.


이번 주 화요일 웹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 회에 복수에 성공하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 싶었는데, 그만 정혜의 남편이 수겸이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됩니다. 그는 수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뒤늦게 달려온 정혜는 그런 남편을 막아섭니다. 그리고 난생처음 남편의 따귀를 때리며 욕을 퍼붓죠. 상황이 일단락된 뒤 수겸이 정혜에게 말합니다. “사모님과 저는 '가족보다 나은 남'이 되자”고요.


이번화가 의미 있는 건 한 인간이 성장한 모습의 결정판을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정혜입니다. 부잣집 딸로 태어난 그녀는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아옵니다. 자신의 의지를 발휘할 기회 없이 살아온 그녀는 심지어 남편이 자신의 재산을 몰래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 '소녀'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웹툰 리뷰]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 - 사자토끼


하지만 정혜는 '소녀'와 다릅니다. 이 웹툰의 가장 큰 재미는 자신을 감싼 고치를 뜯고 나오는 누에처럼 시나브로 성장해 가는 정혜의 모습입니다. 라면의 맛을 알게 되고, 소주에 취하기도 하며,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혼내주는 그녀는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이번 화에서는 의붓아들에게 부정한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제지하기에 이르죠.

“당신한테서 날 빼면 뭐가 남는데”라며 비웃는 남편에게 정혜는 말합니다.
“내가 남겠지”


리뷰를 쓰며 다시 웹툰을 읽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작금의 모든 파국의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앞에서 거론한 그 '소녀'의 삶에는 그녀의 아버지를 빼면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아버지만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오로지 아버지의 신화를 되살리기 위해 어떤 위치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소녀'의 모든 행동은 의도와 반대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소녀'가 만약 자신의 인생을 살려고 조금이라도 노력했다면, 이 모든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만약'이라는 말은 언제나 공허하며, 현실의 그 무엇도 바꾸지 못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힘쓰는 것뿐이겠죠.


가상의 인물이지만 우리는 정혜의 행복한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성장하며 강해지고, 타인과 어울리며 도움을 주고받는 삶. 사실 이는 우리 모두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결여된 삶이라는 건 대체 어떤 형태였을까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불쾌해지는군요. '소녀'가 이후로도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불쾌하고요. 하기야 제 삶도 아닌데 굳이 참견할 필요는 없겠죠.




필진 소개

직업은 기자.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날의 웹툰 챙겨보기. 주말 일정은 늘 신사동의 한 만화카페에 칩거하기.
인터뷰 때 늘 하는 질문, ‘혹시 웹툰 보세요?’ 놀라운 사실은 각양각색의 수많은 인터뷰이 중 웹툰을 보지 않는 이는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하여 오늘도 진지하게 외치는 바, 웹툰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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