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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가 추천하는 이주의 '웹툰 속 어떤 순간’] 찌질의 역사 - 민기에게 보내는 이메일

EditorAnne | 2017-01-16 01:57

민기에게


야, 그동안 잘 지냈냐. 뉴욕에 도착하고 적응하느라 바빴어.  메일 많이 줬는데 내가 답이 늦었지?

얼마 전에 뉴스에 너 보고 반가워서 생각난 김에 메일 보낸다.


[웹툰 리뷰]찌질의 역사 - 김풍 심윤수

화면으로 보니 신수가 더 훤해졌드라. 첫사랑 못 잊고 '설하'라는 이름에 집착하면서 'X진상' 떨던 모습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참 감개무량해.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너 진짜 찌질했어, 새꺄. 남자한테 첫사랑은 죽을 때까지 가는 거라지만, 그렇다고 덮어놓고 '설하'란 이름이면 무조건 대쉬하고, 집착하고, 매달리고...

[웹툰 리뷰]찌질의 역사 - 김풍 심윤수

[웹툰 리뷰]찌질의 역사 - 김풍 심윤수


어우 그랬던 놈이 이젠 뉴욕에서 얼굴볼 수 있을 정도로 잘 나가는 기자가 됐단 말이지? 니 인생이 그렇게 풀릴 지 누가 알았냐. 하긴 여자에 대한 마음 접고 차분하게 글 쓸 때부터 싹이 보이긴 했다. 경험이 너의 글을 익게 한 거지. 그러고 보면 그 찌질한 과거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너야 종종 이불킥하고 괴로워하겠지만서도. 혹시 수많은 설하씨들한테서는 전화 안오냐? ㅋ


[웹툰 리뷰]찌질의 역사 - 김풍 심윤수

참, 가을씨랑 결혼 날짜도 잡았다면서?  결혼식은 못가는 대신 축의금은 넉넉하게 부칠테니까 계좌번호 찍어줘. 근데 어쩐 일이냐. 솔직히 너랑 가을씨가 진짜로 결혼할 줄 몰랐다. 가을 씨는  헌신적이긴 한데 네가 늘 답답해 하는 게 눈에 보였거든. 오래 사귀기는 했다만 평생 참고 살 수 있겠어? 또 가을씨가 착하긴 한데, 뭐랄까 좀 판단력이 없는 것 같기도 해. 다단계로 어떻게 빚을 2천만원이나 지냔 말야. 하긴 너를 그렇게 사랑해줄 여자가 또 있겠냐마는... 좀 걱정이 되네. 신중하게 결정한 거지?


[웹툰 리뷰]찌질의 역사 - 김풍 심윤수

맞다, 그리고  여자친구한테 전해들은 이야긴데  진짜로 후배가 좋아하는 여자랑 중간에서 놀아난 거야?  그 때 말했던 헤어스타일리스트 맞지? 보미씨라고 했던가? 매력적이라고 칠렐레 팔렐레할 때부터 위험하다고 생각은 했다만은.. 조심 좀 하지, 새꺄. 후배랑 방송국 화장실에서 치고받고 싸우다가 똥도 좀 흘렸다며? 어디까지고 레알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이냐. 설마 다 진짜냐?  내 여자친구는 너랑 부서가 다른데도 알 정도면 방송국 전체에 소문 쫙 난 거 아니냐?  새꺄. 차라리 그럴거면 헤어지고 제댈 만나던가. 몰래 한 번 놀 거면 조심해서 안 들키게  놀든지, 인간아.

[웹툰 리뷰]찌질의 역사 - 김풍 심윤수

그런데 그 후배도 악질은 악질이네. 너 겁나 두들겨 맞았다며. 뭐야, 지가 매력 없어서 여자한테 차인 걸 너한테 화풀이를 하고 쫌생이같이. 근데 그 후배는 가을씨랑도 아는 사이 아니야? 혹시나 연락해서 이 사태를 알리면  난리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좀 잘 달래봐. 정상이 아닌 놈은 달래는 게 상책이야. 눈이 훼까닥 돌아서 뭔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


[웹툰 리뷰]찌질의 역사 - 김풍 심윤수

[웹툰 리뷰]찌질의 역사 - 김풍 심윤수


암튼 민기야. X같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된다. 설마 구설수에 올랐다고 앵커 후보에 올랐던 거 박탈되는 건 아니겠지? 듣기로는 평판도 되게 중요시한다던데. 만일 이번에 후보에서 잘려도 참아라. 어쨌든 네가 제대로 처신 못하고 다녀서 생긴 문제니까 다음 기회를 노려봐야지 어쩌겠냐.

[웹툰 리뷰]찌질의 역사 - 김풍 심윤수

그래도 그 '방화동 자살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 입수했다니, 기자로서 홈런 한 방 제대로 터뜨리면 스캔들은 곧 무마될거야.  혹시나 걱정되어서 말하는 건데, 네가 전에 줄 섰다는 국장님 조심해야 할 것 같더라. 네가 너무 들떠 있길래 별 말 안하고 넘겼는데, 원래 갑자기 입안의 혀처럼 잘해주는 사람이 나중에 결정적으로 배신을 때리더라고. 너를 석연치않게 생각했다는 양반이 갑자기 태도가 변한 게 웃기잖아. 조심하라고.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웹툰 리뷰]찌질의 역사 - 김풍 심윤수


사람 인생 들여다보면 다 찌질한 구석 있는 거 아니겠냐. 스스로를 찌질하다고 생각하다 자책도 말고, 남들 말하는 소리들도 신경끄고, 일에만 몰두해야 하는 시점이 온 거라고 생각해라. 잘 나가는 것 보여도 초특급 금수저가 아닌 이상에야 결국 우리는 모두 장기판의 말 아니겠냐. 먼저 공격수로 나가면 잘 나가는 듯 보여도 먼저 대가리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거지. 그 <해리포터>의 마법의 체스판처럼 말이야. 당분간 몸 좀 사리고 있으라는 이야기야.


하긴 예전의 찌질한 서민기가 아닌데, 내가 또 주제 넘게 이래저래 훈계만 늘어놓은 것 같다. 잘 나가는 기자님이시니 엉킨 문제도 잘 해결하리라 믿을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을 씨가 이번 일 알지 못하도록 후배 잘 달래놓고. 답장 줄 때 계좌번호도 적어서 보내라. 힘 내고, 또 연락할게.


뉴욕에서 너의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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