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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에게 - 삶의 종착역에서 만난, 특별한 친구

박성원 | 2016-08-23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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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J)에게’라는 제목을 들으면 달리 생각나는 게 없는 분들도 있겠지만, 세대에 따라 취향의 스펙트럼에 따라 모 중견가수의 데뷔곡이 곧장 떠오르는 분들도 적지 않을 거예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직접 혀를 굴려 발음해 보면 참 좋은 느낌이 드는 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J가 누구인지, 작품에서 어떤 존재인지에 따라 많은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는 제목이기도 하지요.

 

곡명이 아니라 레진코믹스의 웹툰 ‘제이에게’에서 제이는 물론 등장인물의 이름입니다. 주인공 ‘주한’의 표정, 말투, 행동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뜬금없는 이유로 그의 삶에 불쑥 끼어든 당찬 아가씨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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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1부 완결이고, 작가가 표현한 것처럼 1부는 조금 긴 프롤로그라도 해도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요.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일 유감스러운 것은 1부 완결 시점이 14년 11월이고, 작가는 다른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부만으로도 충분히 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 감상은 칭찬 위주가 될 것 같습니다.

 

주한은 가방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는 스물아홉 살의 남자입니다. 그는 악성 뇌종양이 야구공만 한 크기가 되었을 때 발견하면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습니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소재는 현실에서 분명 적잖게 있는 일이지만, 창작물에서 등장하면 오히려 너무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기 쉬운 소재 중 하나인데요,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진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분명 문제가 있겠지만 ‘제이에게’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담백한 분위기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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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지만, 뒤이어 나올 불우한 과거 때문인지, 아니면 그 과거로 인해 형성된 무미건조한 성격 탓인지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길을 가다가 다리 위 난간을 걸어 다니는 짧은 머리의 아가씨, ‘제이’와 만나게 되는데요. 물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이 생명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자살을 막는 그런 전개는 아닙니다. 주한은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이 못 되거든요.

 

제이에게 여기서 떨어져봤자 수심이 얕아서 못 죽는다는 조언 비슷한 뭔가를 건네자, 제이는 웃으며 오지랖이라고 답하고, 주한은 납득하고 갈 길을 갑니다. 사실 제이는 죽을 생각이 아니라 단순히 술에 취해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주한을 따라다니며 자살을 막기 위해 더 뭔가 해봐야 되지 않겠냐고 묻더니, 갑작스럽게 자신을 구하라며 다리 아래로 몸을 날리거든요. 이야기의 - 프롤로그의 -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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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에 해당하는 만화라 뭐라 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작가의 역량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분명히 알겠습니다. 상술했듯 현실에서 빈번하고,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어하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창작물에서 등장하면 진부하기 쉬운 설정과 내용을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강약 조절이 명확한 연출과 담백한 말과 행동, 그리고 심리 묘사까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범람하는 유치한 신파극들이 ‘제이에게’의 반만 따라가더라도 세상이 훨씬 좋아질 겁니다.

 

아마 뒷부분은 그런 내용일 것 같아요.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하지만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죄책감과 자기 회의에 빠진 주한에게, 마침내 그 미련 없는 인생을 거두어 가겠다는 듯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죽음은 찾아오고, 주한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가방을 팔고 있습니다. 오지랖 넓고 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의 말썽꾸러기들에게는 가만히 보고 있으려면 속 터지는 상황이지요. 반쯤은 억지이지만 제이는 결국 주한을 끌어내는데 성공하고, 과거의 인연 또한 우연한 기회에 선이 닿습니다. 프롤로그 이후의 이야기가 정말 기대되는데, 2부 연재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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