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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의 비늘을 찾아서, <어린(물고기 비늘)>

임수신 | 2020-05-24 11:30

‘이온’이라는 예명의 작곡가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이온은 엔터테인먼트사에 소속된 작곡가로, 그가 작업한 가수의 1, 2집 앨범이 모두 성공해 회사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망주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성공으로 인한 중압감으로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고, 결국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소속사에 언질도 주지 않고 남극으로 도피해 버렸다. 

이런 깨알 개그 극호

작품의 제목, ‘물고기 비늘’은 작중에서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 번째 의미는 프롤로그에서 이온이 감상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한 마리 물고기를 그린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물고기의 모든 비늘은 상념의 파편, 일상의 추억, 고해, 후회 등 일생에 대한 고백의 글로 구성되어 이 모든 것이 ‘나’를 이루고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따라서 비늘은 ‘이온’이라는 사람이 일생 동안 해 온 경험과 이에 대한 기억, 느낌, 감상을 상징한다. 

나는 누군가 내일을 꿈꾸는가

두 번째 의미는 ‘심리적 보호 기제’이다. 물고기의 비늘은 삼투압을 조절해 물고기를 보호한다. 작중 심리적 보호 기제로서 비늘은 외적 자극과 내적 심리 사이의 방벽 역할을 한다. 소속사 사장이 이온에게 거는 기대를 표현하자 이온의 몸에서는 비늘이 우수수 떨어져 나온다. 이를 통해 지금의 이온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한 상태임을 암시한다.

생선구이를 먹다가 비늘이 입에 들어가면 몹시 기분이 나쁩니다.

따라서 <어린(물고기 비늘)>은 주인공 이온이 잃어버린 비늘, 즉 작곡가라는 지금의 자리에 다다르게 된 기억을 되짚어 보는 과정, 그리고 스스로를 보호할 내적인 강인함을 쌓아 올리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왜 하필 남극일까? 남극은 지구 안에서 인간이 생존하기에 가장 부적합한 극한의 공간이다. 따라서 작가님이 배경을 남극으로 설정하신 것은 주인공 이온의 황량한 내적 상태를 암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한 발 더 나가 본다면 남극은 이온의 내면에 잠재해 있을 커다란 가능성에 대한 은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남극은 불모지인 동시에 아직 밝혀진 것이 적은 미지의 세계, 그리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대륙이다. 지금 주인공의 내면은 빈약하고 나약하지만, 주인공을 이루는 그 모든 기억을 되짚으며 자아를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고 잠재력을 발현할 것이라는 의미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저도 남극 가 보고 싶어요

윤태호 작가님은 2013년, 2019년 총 2번에 걸쳐 남극을 직접 탐사하셨고, 이 중 2013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을 그려내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등장인물뿐 아니라 배경 작화 또한 살아 숨쉬는 느낌을 준다. 믿고 보는 윤태호 작가님의 신작, <어린(물고기 비늘)>을 다들 만나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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