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여우, 외설적 망상
'대학여우'라, 꽤나 오묘한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소 비직관적이기도 하고요.
작품 제목에 맞춰 리뷰 글의 제목도 좀 특이하게 적어 봤습니다. '외설적 망상'. 여기서 외설이란 19금 매체 전반이 아니라 텍스트로 전달되는 성인물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대학여우는 분명 웹툰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소설, 더 노골적으로 적자면 소위 야설의 작법을 빌렸다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내용 자체는 설명할 건덕지가 거의 없습니다.
'대학여우'라는 제목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대학을 배경으로 하고요.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 옴니버스 방식인데, 그 이상은 정말로 설명할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스토리 라인이라는 게 존재하지가 않는 수준이거든요. 대략 5편 내외의 짧은 이야기에 여자 대학생이 한 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들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다른 남자(마찬가지로 대학의 구성원입니다)와 관계를 맺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렇게 설명만 놓고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진부한 19금 웹툰처럼 보일 테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한국에서 19금 웹툰을 리뷰어인 필자만큼 많이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 그런 제가 봤을 때 '대학여우'는 최근에 본 성인 웹툰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신선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먼저 스토리가 없는 것은 단점이 아닙니다. 사실 많은 성인 웹툰에서 스토리의 가장 큰 역할은 (남성향의 경우)여자 캐릭터의 매력과 개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입니다. 물론 시츄에이션 자체가 독자를 고조시킬 수도 있고, 드물게 스토리 그 자체가 훌륭한 성인 웹툰들도 없는 건 아니지만, 분명 드문 편이죠. 즉 다시 말해 내러티브를 갖춘 성인 매체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장점이자 무기는 바로 캐릭터의 매력을, 단순한 섹스 어필을 넘어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학여우'는 스토리를 과감히 생략하면서도 주요 여자 캐릭터들의 개성을 확립하고 매력을 살리는 데 있어 훌륭하게 성공했습니다.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작화는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당연한 거라 생략하고, 가장 중요하게는 여캐들 고유의 특장점을 매우 잘 설정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얼굴 작화를 다르게 한 수준이 아니라, 강조하는 신체 부위의 차이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런 차이를 본격적인 씬으로 이끄는 방식, 캐릭터 하나하나의 성격에 이르기까지. 캐릭터를 규정하는 모든 요소들을 훌륭하게 조화시켜서, 사실상 제대로 된 이야기도 없는 19금 매체로서는 이보다 더 잘할 수가 없을 만큼 개성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러 모로 독특하고, 남성향 성인 웹툰의 본질도 놓치지 않는 매우 뛰어난 웹툰입니다. 특히 남성향 웹툰의 클리셰에 지겨워진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